비밀은 아닌 이야기...(134)
올 한 해(2011년) 투니버스는 참으로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96년 5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투니버스에 근무해 온 저로서는 매우 뿌듯하기 그지없는 한 해였습니다. 언제 그런 것이 이루어질까 하며 꿈꿔왔던 일들이 하나 둘씩 실제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때로는 벽에 막혀 좌절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큰 움직임 속에서는 투니버스는 꿈꿔왔던 것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4월부터는 투니버스 책임자로 직책이 바뀌면서 현업 연출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나고 채널 전반에 걸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관여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보시면 쉽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투니버스 채널만 본다면 제가 나이도 많고 경력도 제일 많은 사람이 되어있더군요. 그런 탓에 이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무언가 조언을 해줘야 하는 의무감은 배가 되어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조언을 해야 할 것인데 하고 여러 날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네, 웬만한 분들이 다 하신 말씀이고, 제 입장에서 봐도 너무 많이 들어서 다소 식상할 정도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계속 잊어버리지 않게 가슴에 새겨야 할 조언이기도 합니다. 또한 투니버스에서 오랜 시간 있으면서 여러 번 눈으로 봐오기도 했고요, 특히 올해 이루어진 결과들은 너무나 선명합니다.
마침내 꿈을 이룬 올해 투니버스의 결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일 먼저 손꼽히는 것은 투니버스가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 입니다. 개국 초기 ‘영혼기병 라젠카’ 를 끝으로 투니버스는 애니메이션 자체 제작을 하지 않고 채널 사업으로만 운영했습니다. 긴 터널을 나와 올리브 스튜디오와 ‘냉장고 나라 코코몽’ 을 공동제작했습니다.,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제작이었지만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 주 타겟과 거리가 있습니다. 투니버스가 꿈꾸던 일은 아니었던 거죠. 투니버스가 꿈꾸던 것은?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짱구’ 만큼 인기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대략 4년 전쯤 동료와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한숨을 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미 그 당시부터 일본에서는 이른바 ‘아동용 애니메이션’ 신작이 눈의 띄게 줄기 시작했고, 수입물 위주였던 투니버스로서는 그에 따라 시청률 하락이 염려되는 시점이었죠. 그럴수록 전가의 보도처럼 짱구가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짱구를 많이 쓸수록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짱구 자체의 인기가 하락하게 됩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한숨만 이어지는 순간이었죠. 도대체 언제쯤에나 우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짱구만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하며 정말 꿈 같은 이야기다, 10년 안에는 힘들 것이라며 더 깊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투니버스가 직접 제작한 ‘안녕 자두야’는 짱구11 시청률을 능가하며 올해 최고 시청률 기록을 남깁니다. 4년 전만 해도 그냥 꿈이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올 초에 쓴 칼럼에서 투니버스 초창기를 아틀란티스 대륙으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자체 제작뿐만 아니라 여러 실사 프로그램들을 제작, 방송했었던 사실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죠.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보다도 더 오랜 시간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 자체 제작 실사프로그램입니다. 투니버스데이와 투니초이스가 있었지만 연 1회의 특집 방송일 뿐이죠. 이른바 정규 방송으로서의 실사프로그램은 만 10년 넘게 투니버스에서 존재를 감추었습니다. 5년 전 해외 유명 방송국의 트랜드를 조사하면서 아동 타겟의 실사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 문제로 인해 계획만으로 끝나버렸죠. 투니버스가 최초로 시도한 드라마(…이전의 실사프로그램은 드라마가 아닌 정보 및 교육물이었기에!)인 ‘에일리언 샘’ 의 성공이 있긴 했지만 예능 스타일의 프로그램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작년부터 다시금 아동용 실사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책임PD였던 저는 여름께부터 ‘초등학생용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며 이를 줄여서 ‘초딩 예능’ 이라 했죠. 하지만 기획에서부터 큰 벽이 있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너무나 다양해졌고, 이 프로그램들에 투니버스 타겟인 초등학생들이 애니메이션보다도 더 열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죠. 즉, 이런 상황에 무엇하러 초딩예능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문제에 부딪힌 겁니다. 결과를 내기 전까지 이 문제는 계속 부담으로 남아있었죠. 하지만 올해 첫 선을 보인 투니버스 최초 초딩예능(…키즈 버라이어티라고도 합니다. ^^) 프로그램 ‘막이래쇼’ 는 그야말로 초등학생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곧바로 시즌2 가 방송 중입니다. 이제 초딩예능 프로그램은 만들고 싶은 꿈이 아닌 초등학생 시청자들이 출연하고 싶은 꿈을 꾸는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실제로 ‘막이래쇼-무작정탐험대’ 시청자 캠프에는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친구들이 지원하면서 제작진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겨울엔 투니버스의 대표적 행사로 자리잡은 ‘투니 페스티벌’ 이 부산을 찾아갑니다. 2004년 투니버스 데이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진행했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행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2005년 두 번째 투니버스 데이 행사를 시청 앞 광장에서 그야말로 성황리에 마친 뒤 이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투니버스 만의 행사를 서울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전국 곳곳을 누비면서 하면 어떨까? 라는 꿈이었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비용 문제로 인해 행사를 유료로 진행해야 합니다. 투니버스 데이는 무료로 진행한 행사였죠. 어느 정도 스폰서를 유치했지만 많은 비용을 투니버스가 부담했습니다. 결국 투니버스 데이는 1년에 한번 투니버스가 비용을 부담하여 가는 사은성 행사인 거죠.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 말입니다. 이런 관계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행사를 하는 것은 역시 꿈에 불과했습니다. 아니, 유료로 행사를 전환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내 캐릭터 체험전으로 성격을 바꾸며 유료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작년부터는 ‘투니페스티벌’ 이란 명칭으로 바꾼 뒤 2년 연속 좋은 성과를 내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겨울에 부산에서도 ‘투니페스티벌’ 을 개최하게 되면서 서울을 벗어난 지역에서 행하는 첫 번째 행사를 이루어냈습니다. 이미 반응은 뜨겁습니다. 서울 행사보다 몇 배의 사전문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 개장 전이라 결과를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내년부터는 투니페스티벌의 2회 이상 개최가 정례화될 것이라 보입니다. 정말 감개무량한 순간입니다.
투니버스에 오래 있었기에,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꿈꿔온 일인지 알고 있는 것이 저의 장점이며, 그것을 알기에 조언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언제부터 꿈꿔왔는지 그 시점에 대한 기억과 함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간 흘려온 땀과 노력에 대한 기억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열망과 노력이 어느 정도 절실해야 하는 가. 제가 제시할 수 있는 희망과 격려의 실체적 증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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