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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의 진실이 남긴 것

비밀은 아닌 이야기...(67)

 

 5월초까지 9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빨간 모자의 진실 4월 6일 개봉이래 꽤 많은 화제를 뿌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 더빙이었기에 너무나 가슴 졸였던 시사회 때 생각과, 매주 흥행 스코어와 여타 영화 기사들을 검색하며 보낸 월요일도 이제는 추억으로 자리할 시간이 왔다. 추억으로 보내기 전에 이번 빨간 모자의 진실상영이 남긴 발자취를 잠시 훑어보는 자리를 마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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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의 진실하면 무엇보다도 마케팅의 핵심이었던 100% 우리말 더빙 판 상영을 상기해야 할 듯 하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외국 애니메이션의 국내 개봉 시 자막 판과 우리말 더빙 판의 비율은 8대2수준이라고 한다. 300만 관객이 관람했어도 우리말 더빙 판을 본 관객은 60만에 불과하단 이야기다. 그만큼 우리말 더빙 판은 자막 판을 보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한 보조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빨간 모자의 진실 또한 여타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헐리웃의 유명 배우들이 더빙에 참여했다. 이 경우 국내 개봉 시에도 헐리웃 스타들의 이름을 앞세워 홍보를 하는 것이 정석이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100% 우리말 더빙 판 상영 전략은 개봉 전
예고편을 통해 매우 공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극장에서도, 방송에서도 우리말 연기가 들어간 예고편을 내보낸 것이다. 관례적으로 볼 땐 거의 무모하다 싶은 이 전략은 오히려 일반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촉매가 됐다.

 다음으로 성공적인
현지화를 짚어보자. 개인적으로는 녹음 전에 반대도 했던 스타들의 더빙참여가 결과적으로 현지화의 핵심이 됐고, 오히려 제대로 된 현지화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왜? 현지화는 수입작품을 제작국가의 관객들이 보는 느낌처럼 수입국가의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모 번역 작가 분은 이런 말을 했다. 미국작품 번역시 미국식 유머가 나오는 장면에는 내용이 다소 바뀌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식 유머를 넣어서 우리 관객들이 웃도록 유도한다고! 사실 미국식 유머는 당사자들은 재미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완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이때 코드가 맞지 않는 미국식 유머를 자막으로 보며
저게 뭐야?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때 웃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좋을까?

 필자는 바로 후자가 제대로 된
현지화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빨간 모자의 진실의 스타참여더빙은 의의가 있다고 본다. 미국 관객들이 극장에서 빨간 모자의 진실보면서 미국 판 더빙에 참여한 그들의 스타인 앤 헤더웨이나 글렌 클로즈의 목소리를 알아들으면서 느끼는 감정! 이러한 감정을 제대로 전하려면 우리말 더빙 판에도 우리나라의 스타들이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전까지는 연기력만 훌륭하다면 성우가 아닌 스타들의 참여도 괜찮다고 의견은 피력했지만 내심 반기진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좀 더 세심한 ‘현지화’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 개봉 준비과정과 개봉 이후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일정 정도 생각이 바뀌게 됐다. 현지화의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관객 서비스를 위해서도 제작 국가에서 스타가 참여했다면 우리도 스타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고, 그리고 스타참여로 인한 인지도 상승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관객동원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어떤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직배’도 아니고, ‘관객동원력이 낮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흥행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개봉 첫 주에 20만 명 정도 흥행이 되지 않으면 극장에서 오래 버티기 힘든 현실 속에서 첫 주에 무려 34만 명을 동원하고 5주간 롱런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4명의 스타의 참여가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스타들만의 힘으로 성공하게 된 것은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작품 자체가 매력이 없으면 불가능할 테니까. 하지만 스타들의 참여를 통해 마케팅에 힘을 쏟은 덕분에 개봉 전 관객이 기대하는 작품 1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인지도’상승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개봉 1주와 2주에 걸쳐 객석 점유율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말이다. 개봉 초기의 흥행몰이는 ‘홍보’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첫 주 흥행이 좋지 않으면 바로 간판을 내리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빨간 모자의 진실의 홍보 전략이 얼마나 주효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빨간 모자의 진실이 상영되는 동안 꽤 많은 영화들이 나타났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또 하나! 인지도 상승을 통해 얻은 성과! 바로 배급이다! 개봉관 수가 적으면 그만큼 같은 시간에 모을 수 있는 관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홍보가 되지 않고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는 작품은 아예 극장을 잡기도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빨간 모자의 진실보다 먼저 개봉한 ‘폭풍우 치는 밤에’ 가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작품 재미있고, 성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홍보 부재와 배급 문제로 아주 적은 곳에서 짧게 상영하고 막을 내리지 않았는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지 못하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살아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스타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으로 돌파한 ‘빨간 모자의 진실’은 꽤 오랫동안 화제가 될 듯하다.

 얼마나 영향을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빨간 모자의 진실’은 ‘우리말 더빙 판’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남겼으리라 본다. 그것은 단지 스타들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한 성우들의 연기, 가수들의 노래, 좋은 번역, 섬세한 믹싱 등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특히나 성우 중에서는 ‘산양 아찌’ 역의 이인성 선생님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사회에 참여한 기자들도 극찬한 산양 아찌 연기는 우리 성우가 얼마나 재능이 뛰어난지를 직접 보여준 예일 것이다. 관람을 한 분들이 너무나 재미있게, 또 ‘도대체 저 사람은 누구야?’하며 놀라는 모습에 즐거우면서 한편 씁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관람한 많은 분들이 우리말 더빙 판은 무조건 유치하다는 관념을 수정하셨으리라 기대해본다.

 이번 ‘빨간 모자의 진실’을 통해 모쪼록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봐야 재미있다는 것과 ‘꼭’ 우리말 더빙 판으로 봐야 ‘더’ 재미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곧 이어 개봉할 국산 애니메이션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이어졌으면 한다.

 솔직히 냉엄한 극장의 현실을 살펴보니 국산 애니메이션 개봉 시엔 무언가 ‘보호 조항’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의 마케팅 전략도 있어야겠지만 기본적인 보호 없이는 ‘오세암’의 전철을 밟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올 여름 직배 애니메이션의 공세 속에 개봉하는 우리 애니메이션에 뜨거운 관심을 가져보자!

 

 

*덧글 하나 - 글이 쓰여진 시점 탓에 90만이 언급되어 있지만 실제론 100만 관객이 넘었다.

 

*덧글 둘 - 빨간모자 영향으로 성우가 아닌 연예인 더빙이 매우 활성화되어 가는 듯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역과 밥그릇 싸움이 아닌 '질'이다.

                  

by 무디 | 2006/06/12 16:05 | 뉴타입 컬럼(61-80)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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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ukeGray at 2006/06/12 16:10
확실히 현지화 과정에서 내용이 바뀌는 경우는 인정하지만 현지화 한다고 스토리에서 중요한 부분까지 바꿔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좀 부정적인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많죠.
Commented by Dante at 2006/06/12 19:17
연기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연예인들의 더빙은 활성화되어야합니다.
그 속성은 분명히 성우분들과 같은 연기자이니까요.
하지만, 연기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연예인들의 더빙은 공멸의 길입니다.
철저히 지양해야 하겠지요.
Commented by 皇昴流 at 2006/06/29 15:00
목소리 연기에 연예인과 성우분이 같이 들어가면 애니메이션을 볼 때 잠깐만 들어도 알아채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한시간 반 내지는 두시간 내내 이질감이 들고 뭔가 융화되지 않는 어색함 속에서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게 사실입니다. 연기파 배우들을 섭외하면 조금 나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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