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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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화양극장(드림시네마)이여... by 무디

 서대문에 위치한 오래된 극장 화양극장(드림시네마)가 내년에 사라질 운명이라고 한다. 무디에겐 '영웅본색'의 추억으로 짧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극장인 화양극장(드림시네마)! 현재의 이름은 드림시네마지만 그냥 옛이름인 '화양극장'으로 부르련다. 

 기사를 살펴보니 60년대에 지어진 오랜 전통의 극장이었다. 이 오래된 극장이 무디에게 다가온 것은 1987년. 86년부터 대지극장, 명화극장과 함께 체인으로 개봉관으로 승격했다고 하는 이 화양극장을 5월 항쟁으로 상징되는 1987년 한해 동안 늘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무디의 신분은 '재수생'이었고... 은평구 기자촌이 집인 무디는 종로학원을 가기 위해 서대문 정거장에서 내린 뒤 이 화양극장을 지나 학원까지 걸어가곤 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재수생을 '죄수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학도 떨어지고 학생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빗대어 그런 것 같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도 항상 뭔가 죄지은 듯한 심리적 상태를 자주 느꼈다. 그래서인지 남들 다 치는 당구도 배우지 않고 그냥 집과 학원을 쳇바퀴처럼 돌고 있었다. 그러면서 늘 화양극장을 지날 때면 무심히 간판을 보곤 했고, '이 극장은 참 홍콩영화를 많이 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 홍금보의 '부귀열차'간판은 죄수생 신분이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늘 지나치던 화양극장에 들어선 계기는 바로 '영웅본색'이었다.

 거리에 최루탄 냄새가 가시지 않던 87년의 봄날... 아버지가 불쑥 말을 던졌다. 영화 한편 보고 스트레스나 풀라고! 그리고 추천한 영화가 바로 '영웅본색'이었다. 아버지가 권했다는 것은 죄수생에겐 면죄부나 다름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간판을 보면서 '뭔가 있어 보인다'는 필을 받고 있던 터라 나름 설레기도 했다. 거기에 극작가인 아버지가 대뜸 '대부보다도 재밌다'라는 1줄평을 강하게 날리셔서 더욱 설레였고, 유일하게 존경했던 영화평론가 故 정영일 선생의 조선일보 영화컬럼에서도 영웅본색에 대한 극찬을 접하고 기대는 점점 부풀었다.

 토요일 오후... 긴장된 시국을 뒤로하고 지금은 인천기독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있는 중학교 동창 친구(함께 재수하고 있던!)와 둘이서 화양극장을 찾았다. 토요일 오후지만... 홍보가 안된 탓인지... 시국 탓인지... 우리 둘 외에 딱 3명의 아저씨들만 보였다. 그리고... 그야말로 영화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영웅본색 1탄의 경우 재개봉관과 불법 비디오를 거치며 뒤늦게 알려진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껏 화양,명화,대지 개봉관에서 영웅본색 1탄을 봤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질 못했다. 어떤 면에선 상당한 행운(!)이라고도 본다. 그리고 영화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혼자 개봉관을 다시 찾게 됐다. 본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서! 그리고 이후.. 동네 극장에서 재개봉됐을 때도 어김없이 방문했고, 불법 비디오도 빌려보며 복습에 복습을 거듭했고, 나중에 취직하고 나선 SBS에서 해주는 더빙판에도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하기까지 했으니 당시 이 영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대충 짐작이 가실 듯 하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화양극장에 갈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기쁜 마음으로 달려간 적이 있는데, 바로 '영웅본색2'개봉 때였다. 이때가 화양극장의 전성기였을 것이다. 파리 날리던 1탄과 달리 영웅본색 2탄의 개봉은 그야말로 화려했고, 주윤발의 내한 및 그 유명한 밀키스 광고까지 이어졌다. 죄수생 신분을 떨친 무디는 영웅본색2 역시 화양극장을 수차례 방문하며 복습에 복습을 거듭했었다.

 감수성 한참 예민할 스무살 재수생 시절과, 스물 한살 대학생 시절에 잠시 함께 한 극장이지만, 너무나 강하게 남은 그때의 감동 때문인지 화양극장이란 이름은 지금껏 무디에게 친근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하는가 보다. 또 하나 무디의 가슴을 자극하는 것이 있다. 화양극장(드림시네마)에서 마지막으로 '더티댄싱'을 다음 달 말부터 고별작으로 상영한다는 것! 화양극장의 추억의 영화인 영웅본색이 아닌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더티댄싱'이 아닌가! 나중에 다시 글을 쓰겠지만 '더티댄싱'은 무디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개봉관'에서 복습한 영화다. 대략 10번이었던 것 같고, 당시 개봉관은 중앙극장이었다. 요즘은 영화 자체에 팬이 되어 개봉관을 다시 찾는 분들이 많은 것 같지만... 당시만 해도 저 정도면 살짝 맛이 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해서 친한 친구들 아니면 사실을 밝히지 않았었다... ^^a;; 

 추억의 극장이 사라지면서, 추억의 영화를 다시 상영한다. 다음 달엔... 20년 전의 추억을 느끼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서대문으로 발걸음을 재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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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Qumi 2007/10/28 23:52 # 답글

    요즘은 C 영화관과 M 영화관이 너무 텃세가 강해서...조그마한 크기의 영화관은 자취를 서서히 감추는 것 같네요...
  • 무디 2007/10/28 23:56 # 답글

    저도 작년부터 M영화관 위주로 보러다녔죠. 한 1년 열심히 다녔더니... VIP카드를 주더군요. 헌데... 저에겐 별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좌우간 가슴이 아려옵니다.
  • 이재광 2007/11/09 14:30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정말.....저도 근처 인창중고를 나와서....마음이 참......그러네요...
    시험끝나면 싸게 학교에서 보내주곤 했는데..
    저도 꼭 가야겠네요..^^
  • 무디 2007/11/09 16:24 # 답글

    그러셨군요... ^^
    혹시 누군지 모르고 극장 안에 같이 있을지도 모르니...
    방문한 모든 이에게 눈인사라도 해야겠네요... ^^
  • cozoo 2018/03/11 23:07 # 삭제 답글

    너무 늦었지만, 이제야 답글을 답니다.
    화양극장에서 영웅본색을 본 사람 여기 있습니다.
    정확하게 1987년 6월 17일입니다.
    (당시 극장표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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