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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음실에서.. Part.10 >

 작곡가 이창희 씨를 처음 만난 건.. 환상게임 녹음 때다. 창희 씬 그 때 '나디아', '드래곤 파이터2', '아따아따'의 주제곡을 만들었었고.. 무책임은 능력 있는 작곡가를 알지도 못하며 수소문만하다가.. 이진희PD(..토끼같은 분이 찔리시겠구만.. ^^)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 당시 일본원판 후시기 유우기의 노래에 도취되있던 무책임에게.. 창희 씨는 제법 폭탄 같은 발언을 해서.. 무책임을 당황하게 했다. '저는 일본거랑 똑같이 못 만들어요.. 고런 재주가 없거든요.. 전에 노래방 반주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때려 쳤어요.. 힘들어서..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편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똑같이 베끼는 건.. 자존심 상해서 하기 싫어요..!!!'

 ..으음.. 그 때가 무책임의 노래 만들기 두 번째였다. 테일러 '또 하나의 전설'을 고대로 베껴서(?) 제법 재미를 본 무책임으로선.. 그 말이 처음엔 상당히 당황스럽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프리랜서와 일을 할 때.. 무책임의 철칙이 있다면.. 프리랜서의 '자존심'은 일단 한 번 믿어주고 가 본다는 것이다. 뭐.. 그랬다가 엎어지면.. 담부터 일안하면 되니까.. (잔인하죠? ^^) 결과는 성공이었고.. 그때부터 무책임은.. 일본어로 들을 땐 마냥 좋지만.. 우리말로 하려면 웬지 어색한(사실 대부분이 그래요..)일본 만화의 주제곡들을.. 창희 씨와 손잡고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제작비의 여유가 없을 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팜&일'같은 경우가 그 예로.. 제작비가 딸리는 상황에서.. 마침.. 일본곡의 MR(반주라고도 하죠..)이 들어와서.. 김현아 씨만 섭외해.. 싸게! 싸게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언젠가도 밝힌 적이 있지만.. 새로 해도 분위기가 흡사한 것은 사실이다. 왜? 그림은 일본 원판 타이틀 그림을 그대로 사용한 적이 많으니까..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그림과 따로 놀면.. 안되쥐이이이이이이이~~~ 해서 분위기가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허나 어떤 분들이 표절이라고까지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솔직히 그건.. 그 분들이 좀.. 음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표절이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적어도 세 마디 이상의 음이 똑같아야 표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일 비슷하다고 소문이 난 환상게임만 해도..악기를 조금만 다룰 줄 아는 분이 들으신다면.. 음표(콩나물 대가리)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단번에 아실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꽤 오랜 동안 아동물 모자코를 더빙하다가.. '더티페어 플래쉬'가 들어왔다. 오오.. 또 다시 나이툰 시간대로의 복귀!! 힘이 났다. 그리고 창희 씨에게 연락을 했다. 뭐라고? 오시라고.. ^^ 참고로 더티 시리즈는 3기까지 있다. 즉, 노래가 총 6곡이 있다! (오프닝 3개.. 엔딩 3개.. ^^) 허나.. 역시 제작비 문제로 인하야.. 한 곡 밖에 만들 수 없는 실정이었다. 어쨌든.. 간만에 노래도 만드니.. 한 번 잘 만들어 보자며.. 창희 씨를 독려(?)했다.

 특히.. 노래에 중점을 두기 위해.. 지금까지와 달리.. 먼저 곡을 쓰라고 했다. 이전까지는.. 일단 원판의 가사를 번역해서.. 좀 더 손을 본 뒤.. 가사가 정해진 상황에서 곡을 만들었다. 허나 대부분의 경우는.. 작곡가가 곡을 쓰고.. 그 곡에 가사를 붙이는 일이 더 일반적이고.. 창희 씨도 거기에 익숙한 사람이다. 해서 가사의 굴레를 없애버리고.. 마침 그림도 다시 편집할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며.. (사실.. 노래가 나오고 그림을 만들어야 이른바 뮤직비디오 같지 않을까?)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참고하시라고.. 더티 2기의 오프닝과 1기의 엔딩을 카피해서 주었다. 6곡 중 무책임이 맘에 들었던 것이 그 2곡이었고.. 모두 소프트록계열이었다. (그런 계열이 있는지는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어 무책임입니다.. ^^)

 또한 아는 분을 통해 수소문을 한 끝에 가수도 신인 '진수현'씨를 소개받게 됐다. 정말 그때까지의 작업 중 가장 진보된(?) 준비를 하고 있었음이 사실이다. 그리고.. 녹음을 앞두고 가수와 미팅을 하는 날(데모테이프를 주어 연습하게 하려고!!) 진수현 씨는 차가 막혀 도착하지 않았을 무렵.. 쾨엥한 얼굴의 창희 씨가 나타났다. 무책임 '아니.. 왜 그리 삭은 겁니까?(작곡할 시간도 많이 줬는데..)' 창희씨 '아우~ 오프닝은 옛날에 했는데.. 엔딩 땜에.. 밤샜어요!' 무책임 '아아니.. 그 것이 뭔말이라고라고라.. 웬 엔딩?' 창희씨 '예? 아니.. 2곡 만들라고 일본 거 2곡 카피해줬잖아요?' 무책임 '뜨아~ 뭔 소리? 다양하게(?) 구상하라고 2개줬지, 언제 2곡하랬어요?' ... 정적... 그리고 다음 순간 발휘되는 창희 씨의 프로 정신!! '으음.. 그러면 데모에 있는 엔딩을 지워야되요.. 발표도 안했는데.. 어떤 놈이 베끼면 안되쥐이이이이~~~~' 그리고 진수현 씨가 오기 전에 싸악 지워버렸다.. ^^ 미팅이 끝나고.. 같이 점심을 한 뒤.. 자못 침체된 분위기의 창희 씨에게 한 마디 했다.. '이번엔 어쩔 수 없어요.. 담에 쓰죠 뭐. 저축한 셈 치자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티에 맞춘 곡이 다른 만화에 잘 달라붙을지는(?) 저어어어언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저축한 엔딩은 예상보다 상당히 빠른 시간에.. 찾게(?) 됐고.. 눈치채셨겠지만.. '대운동회 OVA'엔딩으로 뻔뻔스럽게(?) 방송됐다.. ^^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가사도 전혀 바꾸지 않고 고대로 썼다는 것이다.. ^^ 사실.. 더티의 엔딩으론 가사가 좀 간지러운(?) 느낌이었는데.. 대운동회에 박아 놓으니.. 이건 뭐 '딱'인 것이다.. ^^ 당시 노래를 했던 성우 양정화씨와 이현진 씨도.. 마지막 회의 분위기와 가사가 너무 잘 맞는다고 했으니.. 정말 그러기도 힘들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저축이 없었으면 아예 만들 엄두고 못 냈을 대운동회의 엔딩이 (사실.. 미리 만든 거라고.. 창희 씨가 좀 싸게 해줬다.. 히히.. ^^) 탄생하게 되고 만 것이었다...

*외전 - 더티의 오프닝과 대운동회 엔딩의 가사는.. 대부분 창희 씨가 직접 썼다. 그 중 몇 줄만이.. 무책임이 참고하라고 나름대로(?) 써서 보낸 가사에서 끼워 맞춘 것이었다. 대운동회가 방송되고 난 뒤 심의위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마지막 회의 두 여주인공의 키스신이 문제라는 것이다. 완강히 저항(?)했고.. 결국 나중엔 통과되었다. 헌데.. 심의위원은 대운동회의 '가사'의 문제점(?)도 같이 지적했다. 모니터요원의 '필'에 의하면.. 가사의 일부분이 '동성애'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야그였다. 무책임은 키스신건보다도 더욱 완강히 저항했고.. 너무 오버하는 무책임을 외려 심의위원이 달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역시 가사도 나중에 통과됐는데... 허면 왜 무책임이 그토록 오버했을까? 지적된 부분이 하필이면(?) 무책임이 만든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 짜아식~(스스로에게 하는 말임!) 꼴에 자존심을 있어 가지구.. .. .. ^^;;;


< 녹음실에서.. Part. 10 끝 >

*보태기 - 어느덧 이창희 씨와 작업한 지 9년 째다... 내년엔... 10년 기념으로 같이 여행이라도 떠나야겠다... 하하하... ^^ 지금의 이창희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작곡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꼴에 자존심은 있었던 무디도... 지금은... 가장 많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작사/개사한 사람일 것이다. 어쩌면 창희 씨와 무디는 투니버스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음악의 괴물들일지도... 하하하...

by 무디 | 2005/07/31 01:00 | 녹음실에서(하이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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