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7월 31일
‘방’과 ‘모가지’
녹음실 무디 파일 No. 3
1) ...비밥...
카우보이 비밥 2번 째 녹음 날이었다. 첫 녹음에서 1-3화를 녹음했고, 2주차엔 4-6화 녹음이 있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5화.. ‘타락 천사들의 발라드’편! 너무나도 유명한 화수인 5화는 느와르적인 전체 분위기와 연출이 정말 영화 못지 않던 것으로 기억된다.
녹음 날... 뭐 거의 한 달 전에 이미 이 화수를 점검했던 성우 구자형 씨도... 새삼 의지를 다지며 보고 또 봤을 테입과 대본을 다시 한 번 점검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있었다. 녹음 시에는 비셔스 역의 김수중 씨와 멋진 화음을 이루며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뭐 좋았다. 녹음 잘됐는데 PD놈이 뭘 더 바라겠나? 헌데 전혀 예상 못한 논란이 4,5화를 녹음하고 잠깐 쉬는 사이에 벌어지고 말았다.
녹음을 앞둔 제 6화.. ‘악마를 위한 노래’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6화 마지막의 스파이크의 대사는 나름대로 유명한 ‘방!’(총소리를 입으로 낸 거죠.. ^^) 이것을 둘러싸고 당시 도움을 주었던 Asteris님과 무디와 구자형 씨 사이에 엉뚱한(?) 토론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토론의 논지는 바로 입으로 내는 총소리의 정확한(?) 표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두서 없이 떠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참고로 대본엔 ‘방’으로 작가 분이 써 놓았다)
“총소리.. 으음.. 영어식으로 하면 ‘뱅’이 맞는 게 아닐까요?”
“아냐.. 으음.. 우리식으로 본다면 차라리 ‘빵’이 맞지 않을까?”
“빵? 으음.. 거 무슨 호빵, 단팥빵 생각나지 않나? 그냥 ‘방’이 어때?”
“방? 으음.. 그건 다시 생각해 보니 노래방이나 빨래방이 연상되는데.. ‘팡’이 어떨까?”
“팡? 으음.. 거 팡..뭐시기.. 하는 빵도 있지 않았남? 그럴 바엔 기냥 ‘빵’이 어때?”
“아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탕’은 어떨까요? 글로는 주로 ‘탕’아닌가?”
“으음.. 탕.. 보신탕, 목욕탕, 음탕.. 뭐 이런 게 연상되지 않나?”
(솔직히.. 위의 얘기들은 조금 과장되어 있음을 밝힌다.. ^^)
이러한 토론은 녹음 때마다 항상 있어 왔다. 녹음 한 달 전부터 배역을 연구하고 녹음에 임한 준비된 연기자 구자형 씨와 녹음에 필요한 모든 설정 자료를 마련해 주고 녹음 때마다 같이 참여해 준 Asteris님, 역시 녹음 두 달 전부터 작품 준비에 임해 온 무디.. 이렇게 세 명은 첫 녹음 시 스파이크가 제트한테 반말을 써야 하는가..부터 시작하여.. 설정과 대사의 감정에 대해 녹음 전에 토의를 하곤 했다.
그 중 가장 예상치 못했던 토론이 바로 이 ‘방’이었던 것이다! 난상토론(?)이 결론 없이 진행되고 휴식 시간이 끝나가자 주인공 구자형 씨가 안되겠다는 듯 일갈성을 냈다.
“아.. 알았어.. 내 맘대로(?) 한 번 할 테니까 잘 들어봐!”
그리고... 주인공 성우의 선택은 ‘방’이었다.
관심 없는 듯.. 귀찮다는 듯.. 허공을 향해 날린 이 외마디는 녹음실을 살포시 울렸고..
이를 들은 무디의 응답은.. ‘오케바리!’였다... ^^ 녹음이 끝난 뒤의 결론은.. 역시 그 문제는 용어의 문제가 아닌 성우의 표현 문제였다는 것이다. 솔직히.. 영어 스타일인 ‘뱅’은 좀 아닌 것 같았고... 나머지 ‘방’, ‘빵’, ‘탕’은 성우가 감정만 살려주면 어떤 것을 사용해도(?) 문제없다는 그런 얘기... ^^
그리고... 세월(?)이 좀 흐른 뒤... 비밥의 마지막 녹음 이틀 전 구자형 씨와 통화를 했다.
자형: 거 마지막에 또 나오는 ‘방’ 있잖아.. 그건 어찌할까?
무디: 글쎄요.. 마지막이니.. 참 그 뭐야.. 함축적이고도 허탈하면서도.. 거시기... ...
(헛소리 계속 주절주절... 이하 생략... ^^)
자형: 으음.. 알았어(--;;).. 그 부분을 계속 보고 있는데.. 하여간 그 날 여러 번 해보자고.
녹음 날... 이번엔 ‘빵’이었다! 역시나 한방(..한 빵 ? ^^)에 녹음 끝! 결론을 내자면... 6화의 허탈한 분위기엔 ‘방’! 마지막화의 비장하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엔 보다 힘이 들어간 ‘빵’이 어울렸다. 물론 그 공은 연구하고 표현해 준 성우의 것임은 당연지사... ^^
그리고 그 ‘빵’과 함께 카우보이 비밥의 녹음은 표표히 끝나고 말았다... ^^
2) ... 봉신 ...
봉신연의 녹음에 참여한 성우 분들 중 속칭 ‘애드립’의 귀재가 세 명이나 있다. (여기서의 애드립이라면.. 즉흥적으로 대사를 고쳐 보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애니를 더빙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개그성 대사’에는 정말 이 애드립이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볼 수 있다.) 주인공 강수진 씨.. 사불상 역의 김소형 씨.. 그리고 중년을 헐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애드립에 있어선 20대 못지 않은 원시천존 역의 이인성 님...
이 세 성우 분의 가공할 애드립은 녹음 내내 한 번 웃을 내용을 두 번 웃게 만드는 기폭제 역을 하곤 했다. 특히 이인성 님의 경우는 예전 ‘사랑은 정말’을 녹음할 때부터.. 무디가 직접 목숨 걸고(?) 이 분이 해야할 대사를 보다 재미있게 하고자 노력을 하는 케이스다. 썰렁한 대사는 그냥 놔두질 않는 이 분의 노력(?)을 위해 PD도 뭔가 힘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무디를 노력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보시면 되겠다.
봉신 3화... 원시천존과 양전의 대화 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뭔가 한 마디 하려고 하면 톡톡 끼어 드는 양전 때문에 화가 난 원시천존의 마지막 대사... 번역본은 “네가 내가 할 말을 다하면 난 뭘 하냐..”였다. 요정도 개그에 만족할 분이 아니기에.. 무디가 메스(?)를 댄다... 수술 후(?)의 대사.. “네가 내 대사를 다하면 난 뭘 하냐..” 하지만... 녹음 시 이인성 님의 대사는... “네가 내 대사를 다하면 난 뭘 먹고 사냐...” 막말로 대사로 먹고사는 성우의 일상을 표현한(?) 애드립이 첨가되어.. 듣고 있던 무디를 그대로 침몰시켰다... ^^
태공망 역의 강수진 씨의 경우는 뭐 녹음 내내 무수한(?) 애드립을 구사해서 이 글을 통해 다 소개할 수는 없고.. 한 가지만 소개한다. 그 전에.. ‘닭이’란 말을 점검(?)한다. 이 것은 꼬꼬댁 ‘닭’에다 조사 ‘이’를 붙인 것이다. 이 단어를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면 ‘달기..’로 된다. (다 아시죠? ^^) 헌데 봉신연의의 요괴 우두머리인 악녀의 이름이 ‘달기’이다. 거기에 김영삼 전대통령이 잘 나가던 시기(?)에 외쳤던 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를 첨가(?)하여... 어느 날인가 태공망은 다음과 같은 애드립을 구사한다.
“이 모든 게 달기 모가지를 비틀기 위해서지!”
푸하하... 무디는 웃고 말았고, 녹음이 끝난 후.. 방송해도 괜찮겠느냐는 강수진 씨의 질문에 “뭐.. 사극에선 툭하면 목을 치라고도 하는데.. 문제없을 걸요? 게다가 15금에 야밤에 방송하니 말이지요..” 그러나... 무디의 이 말이 강수진 씨에게 다시 한 번의 시도를 제공하게 될 줄은 그 때는 몰랐다.
녹음이 막바지에 이르러.. 19화를 녹음할 때였다. 이 화수는 달기를 쳐부수기 위해 태공망 일행과 문중이 조가로 가 달기 자매들과 대결을 시작하는 화수이다. 18화를 녹음하고 잠시 쉬는 동안 강수진 씨가 무디에게 자신이 대사를 고쳤는데 한 번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날 따라 전 날 밤을 새고 완전 녹초였던 무디는 듣는 둥 마는 둥 했고, 수진 씨는.. “어라? PD가 맛이 갔네.. 그럼 내 맘대로 해야지.. ^^” 하며 달기 역의 양정화 씨를 불러선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졸린 눈을 세수로 다스린 뒤 무디는 녹음을 재개했다. 그리고 달기 자매와 대면한 태공망의 대사를 듣곤.. 엔지니어와 함께 뒤로 발랑 넘어가 버렸다.
번역 대사 - 태공망 : 널 쓰러뜨리면 봉신 계획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강수진 판 대사 : 달기 네 모가지를 비틀면 봉신 계획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일단 여기까지 듣고 휘청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기의 대사를 듣고는 완전히 넘어갔다.
번역 대사 - 달기 : 하지만.. 그러다 오히려 잘못되면 어쩌죠?
강수진 판 대사 : 하지만.. 내 모가지를 비튼다고 새벽이 올까?
...양정화 씨의 달기 대사마저도 고쳐 준 것이었다... 넘어진 상태로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대로 두고 강행...
그리고 대단히 마음을 졸이며 방송을 모니터했다. 헌데.. 예상외로 괜찮은 것이 아닌가? 사실 녹음 시에는 좀 맛이 간 무디였기 때문에... 사고력이 좀 떨어져서 내심 걱정했는데... 정신 차리고 방송을 통해 보니.. 괜찮은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상당히 심각한 장면에서 상당히 우습게 고쳐 논 대사를, 정말로 뻔뻔스럽게 심각한 어조로 연기하는 강수진 씨의 연기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원작의 대사를 너무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 무디가 직접 원작.. 즉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을 녹음할 때도.. 현장 분위기에 따라 대사가 수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입된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원본 대본과 실제 녹음이 된 내용은 다른 부분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번역 작가 분의 증언-?-이다. 이것은 곧 다른 나라에서도 실제 녹음을 하다 보면 대본과 다른 애드립을 많이 첨가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무디가 성우들의 애드립을 마냥 받아주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녹음 시... 심각한 원시천존의 대사에 틈만 나면(?) 애드립을 구사하는 이인성 님을 말리느라 밖에서 진땀을 빼기도 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애드립대로 하면 재미야 있지만 그 상황에서는 분위기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버릇처럼 결론 비슷한 것을 하나 꺼내면서 이 얘기를 마친다면...
“애드립...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표어(?)가 좋을 듯 싶다... ^^
... 녹음실 무디 파일 No.3 끝 ...
1) ...비밥...
카우보이 비밥 2번 째 녹음 날이었다. 첫 녹음에서 1-3화를 녹음했고, 2주차엔 4-6화 녹음이 있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5화.. ‘타락 천사들의 발라드’편! 너무나도 유명한 화수인 5화는 느와르적인 전체 분위기와 연출이 정말 영화 못지 않던 것으로 기억된다.
녹음 날... 뭐 거의 한 달 전에 이미 이 화수를 점검했던 성우 구자형 씨도... 새삼 의지를 다지며 보고 또 봤을 테입과 대본을 다시 한 번 점검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있었다. 녹음 시에는 비셔스 역의 김수중 씨와 멋진 화음을 이루며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뭐 좋았다. 녹음 잘됐는데 PD놈이 뭘 더 바라겠나? 헌데 전혀 예상 못한 논란이 4,5화를 녹음하고 잠깐 쉬는 사이에 벌어지고 말았다.
녹음을 앞둔 제 6화.. ‘악마를 위한 노래’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6화 마지막의 스파이크의 대사는 나름대로 유명한 ‘방!’(총소리를 입으로 낸 거죠.. ^^) 이것을 둘러싸고 당시 도움을 주었던 Asteris님과 무디와 구자형 씨 사이에 엉뚱한(?) 토론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토론의 논지는 바로 입으로 내는 총소리의 정확한(?) 표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두서 없이 떠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참고로 대본엔 ‘방’으로 작가 분이 써 놓았다)
“총소리.. 으음.. 영어식으로 하면 ‘뱅’이 맞는 게 아닐까요?”
“아냐.. 으음.. 우리식으로 본다면 차라리 ‘빵’이 맞지 않을까?”
“빵? 으음.. 거 무슨 호빵, 단팥빵 생각나지 않나? 그냥 ‘방’이 어때?”
“방? 으음.. 그건 다시 생각해 보니 노래방이나 빨래방이 연상되는데.. ‘팡’이 어떨까?”
“팡? 으음.. 거 팡..뭐시기.. 하는 빵도 있지 않았남? 그럴 바엔 기냥 ‘빵’이 어때?”
“아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탕’은 어떨까요? 글로는 주로 ‘탕’아닌가?”
“으음.. 탕.. 보신탕, 목욕탕, 음탕.. 뭐 이런 게 연상되지 않나?”
(솔직히.. 위의 얘기들은 조금 과장되어 있음을 밝힌다.. ^^)
이러한 토론은 녹음 때마다 항상 있어 왔다. 녹음 한 달 전부터 배역을 연구하고 녹음에 임한 준비된 연기자 구자형 씨와 녹음에 필요한 모든 설정 자료를 마련해 주고 녹음 때마다 같이 참여해 준 Asteris님, 역시 녹음 두 달 전부터 작품 준비에 임해 온 무디.. 이렇게 세 명은 첫 녹음 시 스파이크가 제트한테 반말을 써야 하는가..부터 시작하여.. 설정과 대사의 감정에 대해 녹음 전에 토의를 하곤 했다.
그 중 가장 예상치 못했던 토론이 바로 이 ‘방’이었던 것이다! 난상토론(?)이 결론 없이 진행되고 휴식 시간이 끝나가자 주인공 구자형 씨가 안되겠다는 듯 일갈성을 냈다.
“아.. 알았어.. 내 맘대로(?) 한 번 할 테니까 잘 들어봐!”
그리고... 주인공 성우의 선택은 ‘방’이었다.
관심 없는 듯.. 귀찮다는 듯.. 허공을 향해 날린 이 외마디는 녹음실을 살포시 울렸고..
이를 들은 무디의 응답은.. ‘오케바리!’였다... ^^ 녹음이 끝난 뒤의 결론은.. 역시 그 문제는 용어의 문제가 아닌 성우의 표현 문제였다는 것이다. 솔직히.. 영어 스타일인 ‘뱅’은 좀 아닌 것 같았고... 나머지 ‘방’, ‘빵’, ‘탕’은 성우가 감정만 살려주면 어떤 것을 사용해도(?) 문제없다는 그런 얘기... ^^
그리고... 세월(?)이 좀 흐른 뒤... 비밥의 마지막 녹음 이틀 전 구자형 씨와 통화를 했다.
자형: 거 마지막에 또 나오는 ‘방’ 있잖아.. 그건 어찌할까?
무디: 글쎄요.. 마지막이니.. 참 그 뭐야.. 함축적이고도 허탈하면서도.. 거시기... ...
(헛소리 계속 주절주절... 이하 생략... ^^)
자형: 으음.. 알았어(--;;).. 그 부분을 계속 보고 있는데.. 하여간 그 날 여러 번 해보자고.
녹음 날... 이번엔 ‘빵’이었다! 역시나 한방(..한 빵 ? ^^)에 녹음 끝! 결론을 내자면... 6화의 허탈한 분위기엔 ‘방’! 마지막화의 비장하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엔 보다 힘이 들어간 ‘빵’이 어울렸다. 물론 그 공은 연구하고 표현해 준 성우의 것임은 당연지사... ^^
그리고 그 ‘빵’과 함께 카우보이 비밥의 녹음은 표표히 끝나고 말았다... ^^
2) ... 봉신 ...
봉신연의 녹음에 참여한 성우 분들 중 속칭 ‘애드립’의 귀재가 세 명이나 있다. (여기서의 애드립이라면.. 즉흥적으로 대사를 고쳐 보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애니를 더빙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개그성 대사’에는 정말 이 애드립이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볼 수 있다.) 주인공 강수진 씨.. 사불상 역의 김소형 씨.. 그리고 중년을 헐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애드립에 있어선 20대 못지 않은 원시천존 역의 이인성 님...
이 세 성우 분의 가공할 애드립은 녹음 내내 한 번 웃을 내용을 두 번 웃게 만드는 기폭제 역을 하곤 했다. 특히 이인성 님의 경우는 예전 ‘사랑은 정말’을 녹음할 때부터.. 무디가 직접 목숨 걸고(?) 이 분이 해야할 대사를 보다 재미있게 하고자 노력을 하는 케이스다. 썰렁한 대사는 그냥 놔두질 않는 이 분의 노력(?)을 위해 PD도 뭔가 힘을 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무디를 노력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보시면 되겠다.
봉신 3화... 원시천존과 양전의 대화 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뭔가 한 마디 하려고 하면 톡톡 끼어 드는 양전 때문에 화가 난 원시천존의 마지막 대사... 번역본은 “네가 내가 할 말을 다하면 난 뭘 하냐..”였다. 요정도 개그에 만족할 분이 아니기에.. 무디가 메스(?)를 댄다... 수술 후(?)의 대사.. “네가 내 대사를 다하면 난 뭘 하냐..” 하지만... 녹음 시 이인성 님의 대사는... “네가 내 대사를 다하면 난 뭘 먹고 사냐...” 막말로 대사로 먹고사는 성우의 일상을 표현한(?) 애드립이 첨가되어.. 듣고 있던 무디를 그대로 침몰시켰다... ^^
태공망 역의 강수진 씨의 경우는 뭐 녹음 내내 무수한(?) 애드립을 구사해서 이 글을 통해 다 소개할 수는 없고.. 한 가지만 소개한다. 그 전에.. ‘닭이’란 말을 점검(?)한다. 이 것은 꼬꼬댁 ‘닭’에다 조사 ‘이’를 붙인 것이다. 이 단어를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면 ‘달기..’로 된다. (다 아시죠? ^^) 헌데 봉신연의의 요괴 우두머리인 악녀의 이름이 ‘달기’이다. 거기에 김영삼 전대통령이 잘 나가던 시기(?)에 외쳤던 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를 첨가(?)하여... 어느 날인가 태공망은 다음과 같은 애드립을 구사한다.
“이 모든 게 달기 모가지를 비틀기 위해서지!”
푸하하... 무디는 웃고 말았고, 녹음이 끝난 후.. 방송해도 괜찮겠느냐는 강수진 씨의 질문에 “뭐.. 사극에선 툭하면 목을 치라고도 하는데.. 문제없을 걸요? 게다가 15금에 야밤에 방송하니 말이지요..” 그러나... 무디의 이 말이 강수진 씨에게 다시 한 번의 시도를 제공하게 될 줄은 그 때는 몰랐다.
녹음이 막바지에 이르러.. 19화를 녹음할 때였다. 이 화수는 달기를 쳐부수기 위해 태공망 일행과 문중이 조가로 가 달기 자매들과 대결을 시작하는 화수이다. 18화를 녹음하고 잠시 쉬는 동안 강수진 씨가 무디에게 자신이 대사를 고쳤는데 한 번 봐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날 따라 전 날 밤을 새고 완전 녹초였던 무디는 듣는 둥 마는 둥 했고, 수진 씨는.. “어라? PD가 맛이 갔네.. 그럼 내 맘대로 해야지.. ^^” 하며 달기 역의 양정화 씨를 불러선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졸린 눈을 세수로 다스린 뒤 무디는 녹음을 재개했다. 그리고 달기 자매와 대면한 태공망의 대사를 듣곤.. 엔지니어와 함께 뒤로 발랑 넘어가 버렸다.
번역 대사 - 태공망 : 널 쓰러뜨리면 봉신 계획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강수진 판 대사 : 달기 네 모가지를 비틀면 봉신 계획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일단 여기까지 듣고 휘청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기의 대사를 듣고는 완전히 넘어갔다.
번역 대사 - 달기 : 하지만.. 그러다 오히려 잘못되면 어쩌죠?
강수진 판 대사 : 하지만.. 내 모가지를 비튼다고 새벽이 올까?
...양정화 씨의 달기 대사마저도 고쳐 준 것이었다... 넘어진 상태로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대로 두고 강행...
그리고 대단히 마음을 졸이며 방송을 모니터했다. 헌데.. 예상외로 괜찮은 것이 아닌가? 사실 녹음 시에는 좀 맛이 간 무디였기 때문에... 사고력이 좀 떨어져서 내심 걱정했는데... 정신 차리고 방송을 통해 보니.. 괜찮은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상당히 심각한 장면에서 상당히 우습게 고쳐 논 대사를, 정말로 뻔뻔스럽게 심각한 어조로 연기하는 강수진 씨의 연기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원작의 대사를 너무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 무디가 직접 원작.. 즉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을 녹음할 때도.. 현장 분위기에 따라 대사가 수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입된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원본 대본과 실제 녹음이 된 내용은 다른 부분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번역 작가 분의 증언-?-이다. 이것은 곧 다른 나라에서도 실제 녹음을 하다 보면 대본과 다른 애드립을 많이 첨가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무디가 성우들의 애드립을 마냥 받아주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녹음 시... 심각한 원시천존의 대사에 틈만 나면(?) 애드립을 구사하는 이인성 님을 말리느라 밖에서 진땀을 빼기도 했으니 말이다... 솔직히 애드립대로 하면 재미야 있지만 그 상황에서는 분위기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버릇처럼 결론 비슷한 것을 하나 꺼내면서 이 얘기를 마친다면...
“애드립...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이 표어(?)가 좋을 듯 싶다... ^^
... 녹음실 무디 파일 No.3 끝 ...
# by | 2005/07/31 12:26 | 녹음실 무디 파일(AZN4)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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