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dbm386.egloos.com

포토로그 방명록



카우보이 비밥, 10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선율… by 무디


잘 차려진 뷔페 같은 애니메이션이 있다. 그것도 각각의 음식들이 전문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맛을 자랑하도록 잘 차려진 뷔페 같은 애니메이션!
바로 ‘카우보이 비밥’이다!
세기말인 1999년에 투니버스에 방송되어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방송되고 있는 비밥의 매력은 바로 ‘잘 차려진 뷔페’같은 구성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장르’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헌데 이 비밥은 하나의 장르로 분류할 수 없는, 정말 뷔페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근 미래의 이야기이고 우주선이 행성간을 왔다갔다하니 간단히 흔한 사이버펑크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SF는 그저 형식적인 틀일 뿐 주인공 스파이크와 제트는 느와르 풍의 분위기를 쫙쫙 풍기며 광선총이 아닌 권총을 사용한다. 거기에 페이와 에드, 그리고 아인은 웬만한 코미디 뺨치는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곤 한다. 그러면서 심심할만하면 역할(?!)을 바꾼다! 담배연기와 권총으로 폼잡던 스파이크가 이내 처절하게 망가지기도 하며, 페이는 섹스 어필한 모습과 기억을 잃은 애처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제트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고, 그 와중에 초지일관하는 에드도 떠나는 순간엔 무언가 퀭한 느낌을 던져준다. 단순히 생각하면 세기말의 흔한 짬뽕 같은 구성일지도 모르지만, 비밥은 각 아이템들의 정확한 균형감과 뛰어난 비주얼 연출로 그 수준을 확 달리해버린다!
흔한 짬뽕 구성의 작품을 동네 뷔페라 한다면 비밥은 그야말로 특급 호텔 뷔페라고 할까? 성인들도 확 빠져들 수밖에 없는 탄탄한 구성과 높은 퀄리티의 그림으로 무장한 비밥은 이러한 ‘작품성’으로 인해 1999년 초방 당시에도 뜻밖의 특혜(?!)를 누리게 된다.
1999년만해도 ‘사전심의’가 있었다. 더빙까지 끝낸 작품을 심의위원회로 보내고,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검토한 뒤 삭제면 삭제, 수정이면 수정을 요구하고, 요구사항이 모두 반영되면 그 때야 비로소 방송을 할 수 있었다. 헌데 비밥 첫 방송을 앞두고 편성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제 1화에 나오는 마약 투여 장면이 문제였다! 제 1화에는 눈에 투여하는 마약 ‘블러드 아이’가 주 아이템인데, 좌우지간 ‘마약’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걸렸던 모양! 그리고 제 아무리 미성년자 불가 등급으로 방송한다고 해도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은 제재를 받아왔기에 무디도 조금 시껍했었다. 하지만! 이미 작품에 올인하던 중인 무디는 일단 제출하고 보자고 우긴다. 참고로… 심의를 의뢰하면서 미리 문제점을 인정하고 삭제의사를 밝히는 것과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치미 떼고 그냥 제출하는 것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자칫하면 ‘집중 관리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방송하기 상당히 버거워지는 것이 사실! 그러다 보니 나중을 위해서 편성팀은 그러한 의견을 낸 것! 하지만 무디는 이만한 작품이면 아무리 방송이라도 무삭제로 나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당시 별 중요한 것도 아닌 장면으로 왈가왈부하던 심의위원회에서 천만 뜻밖으로 OK가 떨어졌다. 작품이 아주 멋있다는 감상평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이후 다소 코믹하게 처리하긴 했지만 남자 동성애장면까지도
무사 통과하는 기염(?!)을 토하며 시리즈 26편 모두가 무삭제로 무사히 방송됐다. 일본에서도 초방 당시에는 삭제된 장면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전심의로 무장한 국내에서 무삭제로 방송된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까다로운 심의위원들마저도 감동시킨 카우보이 비밥!
무디는 첫 녹음을 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이만한 작품을 다시 보긴 힘들 것이라고.
벌써 만5년이 지났지만 아직 비밥 만한 작품은 접해보지 못했다.
다시 5년 안에… 과연 이만한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덧글

  • chelsea 2005/08/06 01:49 # 답글

    당시 비밥을 투니버스에서 해준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마무리 노래까지 만들어서~
    그 때 만 18에서 19살로 넘어갈 때였으니 봐도 되는 거였는지 확실치 않습니다만 ^^;; 어쨌든 보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극복해나갔던 기억이 있네요. 홈페이지에서 '듣기만 했던' 것도 재미있었어요. 장면이 눈 앞에 아련히 떠오르면서...
  • 신용불량자 2008/12/02 20:05 # 답글

    전 앤딩송이었던가... 그 중의 '사랑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였나. 하여간 그부분이 너무 좋아서 늘 앤딩을 끝까지 봤던 기억이.

    그 바로 뒤에 봤던 울프스 레인과 더불어 참 분위기 있는 애니였습니다. 음. 좋았죠.
  • 무디 2008/12/02 21:00 #

    울프스 레인도 좋았죠. ^^
  • 밍밍 2016/10/17 17:48 # 삭제 답글

    10년이지난 지금은 비밥만한 작품이 있던가요! 궁금해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