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 (10)
여러 만화영화를 녹음하다 보니 정말 많은 캐릭터들을 봐왔고, 분석하고, 성우를 캐스팅 했고, 녹음을 했다. 중견 성우 오세홍 선생님은 한 때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20년 넘는 성우생활을 짤막하게 회고하시며 ‘바퀴벌레’역할도 하셨다고 밝혀 필자를 한참 웃게 만드셨다. 98년 초 방영한 ‘신비의 세계 엘하자드’란 작품엔 ‘바그롬’이라는 벌레 병정들이 단체로 나왔다. 그 때 많은 신인 성우들(당시 ‘신인’은 투니 전속 3기)이 제대로 된 대사 한마디 못하며 벌레소리로 연기를 했고, 그 작품에 출연하셨던 오세홍 선생님도 딱 한 화수에서 문제의 ‘바그롬’역할을 하셨다. 아직도 기억나는 녹음 후 오 선생님의 말씀... “야.. 여태까지 중 가장 어려운 연기였어. 감정표현하기가 정말 힘들군(^^).”
오 선생님이 회고한 ‘바퀴벌레’역이 이 ‘바그롬’인지... 아니면 동물 및 곤충캐릭터에 강한 미국 작품에서의 캐릭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여하튼 이렇게 희한한 캐릭터가 나오면 PD입장에서도 연출하기 힘들다(^^;;). 헌데 어찌 보면 아주 일반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고전한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어린 아기(백일 미만의 거의 갓난아기)’이다. 그냥 잠깐 등장하는 정도로 나올 경우 미국 작품이면 거의 신경 쓸 일이 없다. 왜? 아기 소리가 ‘효과음’에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효과음은 웬만한 샘플CD에서 충분히 구할 수도 있고!
헌데 일본작품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기 소리가 효과음에 들어가 있는 작품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 때는 뭐 성인 여자 성우들이 기억도 못할 과거를 회상하며 아기 연기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자 성우들이 연기할 경우 ‘음질’은 샘플CD보다 훨씬 좋지만... ‘리얼리티’는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아기가 등장할 경우 제발 엑스트라급이길 바라는 수밖에.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말로만 듣던 ‘다!다!다!’가 투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제작준비를 위해 일본에서 온 오리지널 방송테이프를 가지고 편집실로 들어갔다. ‘다!다!다!’에서는 ‘아기’가 엑스트라는커녕 조연을 넘어서 주연이라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Play를 하기 전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일본판의 아기 연기가 적당한 수준에 머물기를 말이다(그럴 경우.. 뭐 일본판도 이지경인데 나도 너무 고민하지 말지.. 하고 난관을 모른 채 하고 넘어가 버리려는 고 단수 잔머리임! 아기 연기는 바그롬 따위하고는 비할 수 없으니까!).
윽! 그러나!!! 처음 등장한 루다(투니판 이름. 일본판은 그냥 ‘루’)가 옹알이를 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기의 소리가 나면서 아주 고 난이도의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프로 정신을 발휘해 다시 정신 집중.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첫 번째 결론! 다른 캐릭터들은 솔직히 그다지 어려운 점이 없다. 그렇다면! 승부처는 바로 ‘루다’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결론! 여기에 공을 들이기 위해선 ‘루다’만 따로 녹음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함께 모여 녹음하는 자리에서 잠시 오디오 채널만 별도로 해서 녹음하는 수준은 안 된다. 아예 시간도 따로 잡고 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 결론! 이러한 스케줄 적인 문제도 있고 또한 무엇보다도 ‘루다’의 연기를 하기 위한 개인시간을 투자할 성우는 결국 전속성우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다음 전속 성우들 중 여민정 씨를 루다 역으로 정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미팅을 갖고 배역을 알려준 뒤 대본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말 이례적으로 일본판 루다의 모습과 목소리 연기를 선보여주었다.
이례적? 어찌해서? 그 동안 대본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우와 미팅을 가진 것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일본판 목소리 연기까지 들려주며 미팅을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캐릭터의 성격과 주의할 사항. 그리고 원작만화가 있으면 미리 보고 스스로 감을 잡으라고만 했었다. 그 이유는 어차피 문화와 연기패턴이 다른 일본판에 얽매이지 말라는 평소의 소신을 성우에게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이 ‘루다’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게 일본판이야... 어떠신감? 잘할 수 있겠남?(다소 협박!)” 기대 밖으로(?) 민정 씨는 덤덤하게 “한 번 열심히 해보겠다”며 생각하기에 따라선 대단히 자신감이 있어 보이게 대답을 했다. 일단 안심한 필자는 다시금 협박조로 신신당부하고 녹음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같이 녹음할 엔지니어 나상준 형에게 앞으로의 고행(?)을 미리 말해준다. “아기소리가 관건이야. 성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조치가 필요할 거여요!” 잠시 비장한 표정을 짓던 상준 형은 “최대한 손을 보겠다”며 믿음직한 미소를 던져주었다.
시간이 흘러 첫 녹음 날... ‘루다’의 녹음은 다들 모여서 하는 정규녹음시간(?)보다 2시간 전에 시작됐다. 그리고 수많은 NG를 내며 지치도록 녹음을 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 편집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상준 형이 믹싱된 루다의 소리(투니판)를 들려줬다. 열심히 연기한 민정 씨도 잘했지만 그 연기를 보다 어리게 만들고자 몇 일간을 고생했다는 상준 형의 손맛이 느껴졌다. “좋네요! 굿!” 그 결과물은 확실히 그 동안 국내에 나왔던 아기의 목소리로서는 정말 최상급 수준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일본판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아직 틀이 덜 잡힌 연기와 기계적 조작을 가한 느낌이 조금 묻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는 정말 노력할 만큼하고 나온 결과물이다. 그리고 국내수준에선 정말 좋았고! 일단 만족하고 이후 계속 녹음을 진행해갔다. 녹음이 3주를 넘어가자 민정 씨의 연기가 틀이 잡히면서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일본판이 부럽지 않은 연기 수준에 이르렀고 이후 아무 걱정 없이 녹음을 끝마쳤다. 오오 민정 씨! 이제 국내에서 아기소리 연기로는 거의 탑(Top)이겠군! 아예 전문으로 나서는 거 아냐? 이런 다소 실없는 생각을 한동안 할 정도로 참 기분 좋게 녹음을 끝냈다.
그리고 한 달쯤 뒤... 술자리에서 상준 형과 그 얘기를 하다 몰랐던 사실을 듣게 된다. 상준 형 왈 “사실 루다 목소리 있잖아. 제대로 된 톤을 잡는데 한 달 걸렸어. 일본 애들 어떻게 했는지 정말 잘했더라고. 첫 주 녹음 분을 아무리 손을 봐도 그만 못한 거야. 그래서 계속 연구했지. 한 달쯤 지나니까 만족할만한 목소리 톤이 만들어졌어. 아 물론 민정 씨 연기가 좋아진 것도 컸지만 말야...”
이럴 수가! 사실 필자는 상준 형이 첫 주에 효과기로 톤을 잡은 뒤 메모리시키고 계속 같은 효과를 사용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루다 소리가 좋아지고 있는 건 그저 민정 씨 연기가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일이... 아아! 몰라줬던 것이 미안해서 그리고 그렇게 노력해 준 것이 고마워서 그 날은 참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역시 녹음이란 것은 누구 하나만 잘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연출, 기술, 연기 이 삼박자가 노력이란 이름아래 조화를 이루어야 만이 최고가 나올 수 있음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앞으로 영원히 필자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P.S. - 2001년 9월 6일 새벽.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상준 형이 불의의 사고로 만 34세라는 창창한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와는 작년 초부터 호흡을 맞춰왔지만 워낙 잘 맞는 탓에 저의 최고의 동료, 한 살 많은 형, 즐거운 술친구가 됐죠.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바로 그 날 상준 형을 추모하는 글로 뉴타입 원고를 썼습니다. 그 감정을, 형의 기록을 공식적인 활자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너무 제 생각만 한 것이더군요. 하지만 평소처럼 밝은 이야기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글을 쓰기도 힘들었고... 해서 평소 쓰던 스타일대로 가면서 형과도 연관 있는 이야기를 쓰고... 지면을 남겨서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깁니다. 형! 부디 하늘 나라에서 편안하게 쉬시길 아우가 간절히 바랍니다. <2001. 9. 8>
여러 만화영화를 녹음하다 보니 정말 많은 캐릭터들을 봐왔고, 분석하고, 성우를 캐스팅 했고, 녹음을 했다. 중견 성우 오세홍 선생님은 한 때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20년 넘는 성우생활을 짤막하게 회고하시며 ‘바퀴벌레’역할도 하셨다고 밝혀 필자를 한참 웃게 만드셨다. 98년 초 방영한 ‘신비의 세계 엘하자드’란 작품엔 ‘바그롬’이라는 벌레 병정들이 단체로 나왔다. 그 때 많은 신인 성우들(당시 ‘신인’은 투니 전속 3기)이 제대로 된 대사 한마디 못하며 벌레소리로 연기를 했고, 그 작품에 출연하셨던 오세홍 선생님도 딱 한 화수에서 문제의 ‘바그롬’역할을 하셨다. 아직도 기억나는 녹음 후 오 선생님의 말씀... “야.. 여태까지 중 가장 어려운 연기였어. 감정표현하기가 정말 힘들군(^^).”
오 선생님이 회고한 ‘바퀴벌레’역이 이 ‘바그롬’인지... 아니면 동물 및 곤충캐릭터에 강한 미국 작품에서의 캐릭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여하튼 이렇게 희한한 캐릭터가 나오면 PD입장에서도 연출하기 힘들다(^^;;). 헌데 어찌 보면 아주 일반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고전한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어린 아기(백일 미만의 거의 갓난아기)’이다. 그냥 잠깐 등장하는 정도로 나올 경우 미국 작품이면 거의 신경 쓸 일이 없다. 왜? 아기 소리가 ‘효과음’에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효과음은 웬만한 샘플CD에서 충분히 구할 수도 있고!
헌데 일본작품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기 소리가 효과음에 들어가 있는 작품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 때는 뭐 성인 여자 성우들이 기억도 못할 과거를 회상하며 아기 연기를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자 성우들이 연기할 경우 ‘음질’은 샘플CD보다 훨씬 좋지만... ‘리얼리티’는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아기가 등장할 경우 제발 엑스트라급이길 바라는 수밖에.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말로만 듣던 ‘다!다!다!’가 투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제작준비를 위해 일본에서 온 오리지널 방송테이프를 가지고 편집실로 들어갔다. ‘다!다!다!’에서는 ‘아기’가 엑스트라는커녕 조연을 넘어서 주연이라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Play를 하기 전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일본판의 아기 연기가 적당한 수준에 머물기를 말이다(그럴 경우.. 뭐 일본판도 이지경인데 나도 너무 고민하지 말지.. 하고 난관을 모른 채 하고 넘어가 버리려는 고 단수 잔머리임! 아기 연기는 바그롬 따위하고는 비할 수 없으니까!).
윽! 그러나!!! 처음 등장한 루다(투니판 이름. 일본판은 그냥 ‘루’)가 옹알이를 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기의 소리가 나면서 아주 고 난이도의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프로 정신을 발휘해 다시 정신 집중.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첫 번째 결론! 다른 캐릭터들은 솔직히 그다지 어려운 점이 없다. 그렇다면! 승부처는 바로 ‘루다’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결론! 여기에 공을 들이기 위해선 ‘루다’만 따로 녹음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함께 모여 녹음하는 자리에서 잠시 오디오 채널만 별도로 해서 녹음하는 수준은 안 된다. 아예 시간도 따로 잡고 거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 결론! 이러한 스케줄 적인 문제도 있고 또한 무엇보다도 ‘루다’의 연기를 하기 위한 개인시간을 투자할 성우는 결국 전속성우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다음 전속 성우들 중 여민정 씨를 루다 역으로 정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미팅을 갖고 배역을 알려준 뒤 대본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말 이례적으로 일본판 루다의 모습과 목소리 연기를 선보여주었다.
이례적? 어찌해서? 그 동안 대본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성우와 미팅을 가진 것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일본판 목소리 연기까지 들려주며 미팅을 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캐릭터의 성격과 주의할 사항. 그리고 원작만화가 있으면 미리 보고 스스로 감을 잡으라고만 했었다. 그 이유는 어차피 문화와 연기패턴이 다른 일본판에 얽매이지 말라는 평소의 소신을 성우에게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이 ‘루다’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게 일본판이야... 어떠신감? 잘할 수 있겠남?(다소 협박!)” 기대 밖으로(?) 민정 씨는 덤덤하게 “한 번 열심히 해보겠다”며 생각하기에 따라선 대단히 자신감이 있어 보이게 대답을 했다. 일단 안심한 필자는 다시금 협박조로 신신당부하고 녹음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같이 녹음할 엔지니어 나상준 형에게 앞으로의 고행(?)을 미리 말해준다. “아기소리가 관건이야. 성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상당한 조치가 필요할 거여요!” 잠시 비장한 표정을 짓던 상준 형은 “최대한 손을 보겠다”며 믿음직한 미소를 던져주었다.
시간이 흘러 첫 녹음 날... ‘루다’의 녹음은 다들 모여서 하는 정규녹음시간(?)보다 2시간 전에 시작됐다. 그리고 수많은 NG를 내며 지치도록 녹음을 했다. 다시 시간이 흘러 편집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상준 형이 믹싱된 루다의 소리(투니판)를 들려줬다. 열심히 연기한 민정 씨도 잘했지만 그 연기를 보다 어리게 만들고자 몇 일간을 고생했다는 상준 형의 손맛이 느껴졌다. “좋네요! 굿!” 그 결과물은 확실히 그 동안 국내에 나왔던 아기의 목소리로서는 정말 최상급 수준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일본판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아직 틀이 덜 잡힌 연기와 기계적 조작을 가한 느낌이 조금 묻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는 정말 노력할 만큼하고 나온 결과물이다. 그리고 국내수준에선 정말 좋았고! 일단 만족하고 이후 계속 녹음을 진행해갔다. 녹음이 3주를 넘어가자 민정 씨의 연기가 틀이 잡히면서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일본판이 부럽지 않은 연기 수준에 이르렀고 이후 아무 걱정 없이 녹음을 끝마쳤다. 오오 민정 씨! 이제 국내에서 아기소리 연기로는 거의 탑(Top)이겠군! 아예 전문으로 나서는 거 아냐? 이런 다소 실없는 생각을 한동안 할 정도로 참 기분 좋게 녹음을 끝냈다.
그리고 한 달쯤 뒤... 술자리에서 상준 형과 그 얘기를 하다 몰랐던 사실을 듣게 된다. 상준 형 왈 “사실 루다 목소리 있잖아. 제대로 된 톤을 잡는데 한 달 걸렸어. 일본 애들 어떻게 했는지 정말 잘했더라고. 첫 주 녹음 분을 아무리 손을 봐도 그만 못한 거야. 그래서 계속 연구했지. 한 달쯤 지나니까 만족할만한 목소리 톤이 만들어졌어. 아 물론 민정 씨 연기가 좋아진 것도 컸지만 말야...”
이럴 수가! 사실 필자는 상준 형이 첫 주에 효과기로 톤을 잡은 뒤 메모리시키고 계속 같은 효과를 사용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루다 소리가 좋아지고 있는 건 그저 민정 씨 연기가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일이... 아아! 몰라줬던 것이 미안해서 그리고 그렇게 노력해 준 것이 고마워서 그 날은 참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역시 녹음이란 것은 누구 하나만 잘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연출, 기술, 연기 이 삼박자가 노력이란 이름아래 조화를 이루어야 만이 최고가 나올 수 있음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앞으로 영원히 필자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다.
※P.S. - 2001년 9월 6일 새벽.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상준 형이 불의의 사고로 만 34세라는 창창한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와는 작년 초부터 호흡을 맞춰왔지만 워낙 잘 맞는 탓에 저의 최고의 동료, 한 살 많은 형, 즐거운 술친구가 됐죠.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바로 그 날 상준 형을 추모하는 글로 뉴타입 원고를 썼습니다. 그 감정을, 형의 기록을 공식적인 활자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너무 제 생각만 한 것이더군요. 하지만 평소처럼 밝은 이야기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글을 쓰기도 힘들었고... 해서 평소 쓰던 스타일대로 가면서 형과도 연관 있는 이야기를 쓰고... 지면을 남겨서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깁니다. 형! 부디 하늘 나라에서 편안하게 쉬시길 아우가 간절히 바랍니다. <2001. 9. 8>




덧글
말미의 문단이 크게 와닿네요. 결국 최적화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야말로 좋은 작품이겠지요.
(요새 작품들이 그런 자세가 부족한 것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물론 각자야 최선을 다한다고 하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