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 (22)
투니버스에서 방송 중인 본격 권투 애니메이션 ‘더 파이팅’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더 파이팅’의 주제곡들에 대한 사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박진감 넘치는 여는 노래 ‘Dream ~ 내일로의 시작’에 대한 관심은 매우 지대하다. 그런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을 살펴보다, 필자는 갑자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고 말았다. 그 이유는… 원래 그 노래는 ‘더 파이팅’을 위한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 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메일 한 통을 받는다. 보내온 이는 작곡가 김정배 씨! 김정배 씨는 2001년 투니버스에서 방송된 ‘신의 괴도 잔느’의 마무리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이다. 하지만 필자가 그 작품을 담당하지 않았던 탓에… 필자하고의 인연은 투니버스 만화주제가 베스트 앨범인 ‘WE’에 김정배 씨의 곡을 포함시키고자 상의를 한 번 했던 정도의 스쳐 지나가는 수준 정도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로부터 거의 반년이 지난 시점에 생각지도 못한 메일을 받게 됐다.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하나 첨부하니 들어보고 혹 쓸 데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일단 그런 메일을 보내준 것이 고마웠다. 뭔가 믿을만하니까 그런 메일을 보내준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별 부담 없이 파일을 열고 노래를 듣는 순간… 아! 하는 느낌이 왔다. 일단 보내준 노래는 일반적인 데모제작의 수준이 아니었다. 기타세션도 들어가 있었고 노래와 반주의 믹싱 상태는 웬만한 마스터링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 한 마디로 완성된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후렴부의 멜로디가 귀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 자극은 금새 기억에 남아있었다.
새로운 노래를 딱 한 번 들었는데 후렴부의 멜로디가 귀에 남아있다는 것… 그 것은 그 노래가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몇 번 반복해 모니터를 했다. 그 때 뇌리를 스쳐가는 한 가지 생각! ‘어라… 그러고 보니 가사가 있잖아?’ 가사가 있다는 것은… 데모 수준을 넘어 이미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한 뒤 답 메일을 보냈다. 솔직히 노래가 탐난다는 의견과 더불어 노래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질문도 함께. 곧 답장이 왔다. 그리고 정체가 드러나게 됐다.
원래 그 노래는 국내 창작 만화영화의 주제곡으로 의뢰를 받고 제작을 완료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 중이던 국내 창작 만화 영화가 그만 중간에 좌초하고 말면서… 그 주제가 또한 창고에 들어가 먼지를 마시고 있게 됐다고 말이다. 하염없이 먼지만 먹고 있는 노래가 안쓰러워 주변에 노래를 들려줬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너무 아깝다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필자가 생각나서 연락을 하게 됐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어쨌든 당시 필자는 여름에 방송 예정인 권투만화 ‘더 파이팅’에 그 노래가 맞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김정배 씨에게 여름까지 누군가 그 노래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내가 가져가겠다고 ‘찜’했다.
사실 필자는 그 때 ‘더 파이팅’이란 작품이 권투만화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쁜 탓에(^^;;) 실제 제작에 들어가는 만화가 아닌 다른 작품에는 신경 쓸 겨를이 적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후 더 파이팅의 방송 일정이 잡혔고 본격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출판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점검한 결과… 김정배 씨의 노래가 더할 나위 없이 분위기가 맞는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보는 자리를 마련한 뒤 8월에 방송될 권투만화의 주제가로 쓰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김정배 씨는 ‘그렇다면 그 만화가 게임으로도 나와있는 시작의 일보(원 제목)가 아니냐?’는 점쟁이 같은 질문을 던져 필자를 놀라게 했다. 이내 뒤따르는 신뢰감!!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김정배 씨는 원래의 곡을 보다 강렬한 사운드로 편곡, 연주하기로 하고, 가사는 필자가 직접 수정하기로 협의를 했다. 결국 더 파이팅의 여는 노래는 여타의 곡들이 어떤 노래를 만들까 하고 연구를 시작할 시점에 이미 멜로디가 완성된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오직 멋진 분위기를 위한 편곡에 쏟아 부은 셈이 된다.
그런데 가사의 경우는 너무도 많은 시간을 고민으로 낭비하고 말았다. 멜로디가 완성되었고 만화의 내용도 아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보면 당장 가사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치 못한 암초가 떡 버티고 있었다. 약 2개월의 시간 동안 필자는 심심할 때마다 김정배 씨가 메일로 보내 준 곡을 듣고 있었고, 덕택에 원래 있던 가사를 그야말로 달달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가사를 고치려고 하니 그야말로 앞이 깜깜했다. 어떤 멋진 말을 집어넣어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지 뭔가? 굳이 비유하자면 일본원판 애니메이션을 달달 외운 탓에 한국어 더빙이 전혀 눈에 안 들어오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할까?
거짓말 보태지 않고 2주일 동안 고민한 결과는 맨 처음 한 마디 ‘이젠’ 뿐이었다(원 가사는 그 부분이 ‘나의’ 였다! 참고로 원래의 가사는 주인공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만화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어느덧 작곡자는 편곡을 끝내고 세션녹음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 일정대로라면 얼마 뒤에 곧 노래를 녹음해야 했다. 물론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선 가사가 있어야 한다. 촉박해지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맘에 들지 않아도 무조건 쓰고 본다! 일단 쓰고 나서 생각한다’는 밀어붙이기 작전이었고 그 생각을 하자 하루 만에 초안이 나오게 됐다.
그 동안 하나씩 나왔다가 원래 가사와 비교되고 퇴출 당한 뒤 머리 속에서 맴돌던 내용들을 모두 쏟아낸 결과였다. 그런 뒤 일단 나온 내용을 원래 가사에서 살릴만한 내용과 버무리자 제법 괜찮게 다듬어졌다. 이 초안은 그대로 통과(?!)됐고, 현재 방송 중인 바로 그 노래의 그 가사다. 헌데, 방송 전 녹음과 믹싱이 완성되어 온 ‘Dream ~ 내일로의 시작’을 들었을 때도 필자는 자신이 지은 가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참을 낑낑댔었다.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는 감동적이었지만 가사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본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재 탄생한 ‘Dream ~ 내일로의 시작’을 백 번쯤 들은 다음에 사라졌다.
재미있는 것은 그 순간부터 필자가 달달 외우고 있던 원래의 가사를 잊어버린 것이다. 사람이란… 그렇게 간사한 동물인가 보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필자는 좋은 노래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사용하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름 없이 사라져간 한 국내 창작 만화영화에 대한 안타까움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창작 만화영화에 보다 수준 높은 노래들이 나오길 기원해 본다.
투니버스에서 방송 중인 본격 권투 애니메이션 ‘더 파이팅’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더 파이팅’의 주제곡들에 대한 사랑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박진감 넘치는 여는 노래 ‘Dream ~ 내일로의 시작’에 대한 관심은 매우 지대하다. 그런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을 살펴보다, 필자는 갑자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고 말았다. 그 이유는… 원래 그 노래는 ‘더 파이팅’을 위한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 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메일 한 통을 받는다. 보내온 이는 작곡가 김정배 씨! 김정배 씨는 2001년 투니버스에서 방송된 ‘신의 괴도 잔느’의 마무리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이다. 하지만 필자가 그 작품을 담당하지 않았던 탓에… 필자하고의 인연은 투니버스 만화주제가 베스트 앨범인 ‘WE’에 김정배 씨의 곡을 포함시키고자 상의를 한 번 했던 정도의 스쳐 지나가는 수준 정도라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로부터 거의 반년이 지난 시점에 생각지도 못한 메일을 받게 됐다.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자신이 만든 노래를 하나 첨부하니 들어보고 혹 쓸 데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일단 그런 메일을 보내준 것이 고마웠다. 뭔가 믿을만하니까 그런 메일을 보내준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별 부담 없이 파일을 열고 노래를 듣는 순간… 아! 하는 느낌이 왔다. 일단 보내준 노래는 일반적인 데모제작의 수준이 아니었다. 기타세션도 들어가 있었고 노래와 반주의 믹싱 상태는 웬만한 마스터링 수준에 이를 정도였다. 한 마디로 완성된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상태에서 후렴부의 멜로디가 귀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 자극은 금새 기억에 남아있었다.
새로운 노래를 딱 한 번 들었는데 후렴부의 멜로디가 귀에 남아있다는 것… 그 것은 그 노래가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몇 번 반복해 모니터를 했다. 그 때 뇌리를 스쳐가는 한 가지 생각! ‘어라… 그러고 보니 가사가 있잖아?’ 가사가 있다는 것은… 데모 수준을 넘어 이미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한 뒤 답 메일을 보냈다. 솔직히 노래가 탐난다는 의견과 더불어 노래의 정체(?!)가 궁금하다는 질문도 함께. 곧 답장이 왔다. 그리고 정체가 드러나게 됐다.
원래 그 노래는 국내 창작 만화영화의 주제곡으로 의뢰를 받고 제작을 완료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 중이던 국내 창작 만화 영화가 그만 중간에 좌초하고 말면서… 그 주제가 또한 창고에 들어가 먼지를 마시고 있게 됐다고 말이다. 하염없이 먼지만 먹고 있는 노래가 안쓰러워 주변에 노래를 들려줬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너무 아깝다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필자가 생각나서 연락을 하게 됐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어쨌든 당시 필자는 여름에 방송 예정인 권투만화 ‘더 파이팅’에 그 노래가 맞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 김정배 씨에게 여름까지 누군가 그 노래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내가 가져가겠다고 ‘찜’했다.
사실 필자는 그 때 ‘더 파이팅’이란 작품이 권투만화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쁜 탓에(^^;;) 실제 제작에 들어가는 만화가 아닌 다른 작품에는 신경 쓸 겨를이 적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후 더 파이팅의 방송 일정이 잡혔고 본격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출판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점검한 결과… 김정배 씨의 노래가 더할 나위 없이 분위기가 맞는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보는 자리를 마련한 뒤 8월에 방송될 권투만화의 주제가로 쓰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김정배 씨는 ‘그렇다면 그 만화가 게임으로도 나와있는 시작의 일보(원 제목)가 아니냐?’는 점쟁이 같은 질문을 던져 필자를 놀라게 했다. 이내 뒤따르는 신뢰감!!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김정배 씨는 원래의 곡을 보다 강렬한 사운드로 편곡, 연주하기로 하고, 가사는 필자가 직접 수정하기로 협의를 했다. 결국 더 파이팅의 여는 노래는 여타의 곡들이 어떤 노래를 만들까 하고 연구를 시작할 시점에 이미 멜로디가 완성된 상태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오직 멋진 분위기를 위한 편곡에 쏟아 부은 셈이 된다.
그런데 가사의 경우는 너무도 많은 시간을 고민으로 낭비하고 말았다. 멜로디가 완성되었고 만화의 내용도 아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보면 당장 가사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치 못한 암초가 떡 버티고 있었다. 약 2개월의 시간 동안 필자는 심심할 때마다 김정배 씨가 메일로 보내 준 곡을 듣고 있었고, 덕택에 원래 있던 가사를 그야말로 달달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가사를 고치려고 하니 그야말로 앞이 깜깜했다. 어떤 멋진 말을 집어넣어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지 뭔가? 굳이 비유하자면 일본원판 애니메이션을 달달 외운 탓에 한국어 더빙이 전혀 눈에 안 들어오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할까?
거짓말 보태지 않고 2주일 동안 고민한 결과는 맨 처음 한 마디 ‘이젠’ 뿐이었다(원 가사는 그 부분이 ‘나의’ 였다! 참고로 원래의 가사는 주인공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만화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어느덧 작곡자는 편곡을 끝내고 세션녹음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 일정대로라면 얼마 뒤에 곧 노래를 녹음해야 했다. 물론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선 가사가 있어야 한다. 촉박해지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맘에 들지 않아도 무조건 쓰고 본다! 일단 쓰고 나서 생각한다’는 밀어붙이기 작전이었고 그 생각을 하자 하루 만에 초안이 나오게 됐다.
그 동안 하나씩 나왔다가 원래 가사와 비교되고 퇴출 당한 뒤 머리 속에서 맴돌던 내용들을 모두 쏟아낸 결과였다. 그런 뒤 일단 나온 내용을 원래 가사에서 살릴만한 내용과 버무리자 제법 괜찮게 다듬어졌다. 이 초안은 그대로 통과(?!)됐고, 현재 방송 중인 바로 그 노래의 그 가사다. 헌데, 방송 전 녹음과 믹싱이 완성되어 온 ‘Dream ~ 내일로의 시작’을 들었을 때도 필자는 자신이 지은 가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참을 낑낑댔었다. 업그레이드된 사운드는 감동적이었지만 가사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본듯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재 탄생한 ‘Dream ~ 내일로의 시작’을 백 번쯤 들은 다음에 사라졌다.
재미있는 것은 그 순간부터 필자가 달달 외우고 있던 원래의 가사를 잊어버린 것이다. 사람이란… 그렇게 간사한 동물인가 보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필자는 좋은 노래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사용하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름 없이 사라져간 한 국내 창작 만화영화에 대한 안타까움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창작 만화영화에 보다 수준 높은 노래들이 나오길 기원해 본다.
태그 : 더파이팅주제가, Dream_내일로의시작
덧글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