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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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다!2 녹음을 마치고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 (27)

 참 좋은 작품이다. 언뜻 보기에는 아동을 위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아동을 딸로 둔 필자도 재미있게 또 감동을 느끼며 볼 수 있는 작품이니 말이다. 어떤 작품? 부제에 나와 있듯 바로 ‘다!다!다!’이다. 작품의 전면에 흐르고 있는 유쾌함은 아이들도 즐겁게 볼 수 있고, 중학생인 주인공 남녀의 밀고당기는 아기자기한 사랑싸움은 청소년들도 몰입하게 할 만하다. 여기에 더해 철없는 중학생 부모의 육아일기는 아이를 가진 어른들에게도 찡한 감동을 전해주곤 하니 그야말로 온 가족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이 ‘다!다!다!’는 2001년 여름방학 특집으로 녹음을 시작한 뒤, 2002년 겨울 방학 특집으로 2부를 녹음하다 2003년 초에 녹음을 모두 끝냈으니 햇수로는 3년을 같이 보낸 셈이 됐다. 이쯤 되면 정이 안 들래야 안 들 수 없다. 이렇게 같이 한 시간도 길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다!다!다!’는 필자의 기억 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있을 듯 하다.

 뉴타입의 지면을 통해서 몇 번 밝힌바 있지만 ‘다!다!다!’는 녹음하기 무척 까다로운 작품이기도 했다.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큼 대사량도 많았고 겹치며 나오는 대사들이 또한 많았던 터라 녹음하다 보면 모두다 지쳐 퍼져버릴 지경에 이르곤 했으니 말이다(대사가 적기로 유명한 ‘꽃보다 남자’ 대본과 비교해 보면 ‘다!다!다!’ 한 편의 대사가 ‘꽃보다 남자’ 3편과 맞먹을 정도). 성우는 물론이거니와 준비하던 PD나 엔지니어도 녹음의 ‘난이도’에는 그야말로 몸서리를 치곤 했다.
 
 1부를 한참 녹음하던 2001년의 어느날, 모 성우가 일본에서는 2부가 방송 중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투니버스에서는 2부를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뒤이어 던졌던 적이 있다. 이 질문을 받은 필자와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당시 엔지니어였던 나상준 선배는 이구동성으로 답을 했었다. ‘2부 들어오면 우리가 안 해! 왜? 힘드니까!’ 그런 뒤 당사자들의 후배들이 2부를 맡을 경우 얼마나 고생을 할 것인가를 놓고 신나게 상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2부의 방송이 결정됐을 때 필자는 진심으로 피할까도 생각했었다. 같이 했던 엔지니어가 곁에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제작하기 힘든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것도 나름의 이유였다. 하지만 그 ‘난이도’때문에 결국 필자가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1부를 경험하지 못한 다른PD와 엔지니어가 팀을 이룰 경우 아무래도 ‘경험자’보다 더욱 고생할 것이 뻔했고, 이것은 곧바로 성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2부를 다 녹음하고 생각해보니 1부보다는 2부가 녹음하기 수월했다. 힘들긴 했지만 1부보다는 ‘난이도’가 다소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송일정보다 훨씬 여유 있게 녹음에 들어갔기 때문에 심적 부담도 덜했었다. 하지만 2부도 첫 녹음은 1부 첫 녹음만큼 힘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힘들었던 이유가 같다는 것이다. 1부 첫 녹음 때는 ‘귤선생’과 ‘초롱이’역을 맡은 성우 류점희 씨가 감기 든 상태였다. 콧소리가 상당히 심하게 났는데 평소에도 좀 맛이 가보이는 ‘귤선생’은 나름대로 녹음을 했지만 초롱이는 영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결국 ‘초롱이’부분은 녹음을 포기하고 다른 날을 잡아 다시 녹음했었다.

 헌데 1년이 지나고 2부 첫 녹음 때는 ‘바바’역의 성우 양정화 씨가 독감에 걸려있었다. 녹음을 진행할수록 양정화 씨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기어들어갔다. 해서 1부 때와 마찬가지로 그 날의 ‘바바’대사 녹음은 포기하고 재녹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1부와 2부 모두 첫 녹음은 감기로 인해 한번에 끝내지 못하고 재녹음을 한 아픈 기억이 공통으로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아픈 기억은 1부 녹음에 혼신을 다했던 엔지니어 나상준 선배가 불의의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다(이 공백은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해서 2부를 이끌어준 엔지니어 김세광 씨가 훌륭하게 메워줬다). 이와 반대로 기쁜 기억을 꼽으면 주인공 ‘예나’역을 열연해 준 성우 이지영 씨가 무사히(?!) 출산한 것을 들겠다. 1부 녹음 내내 필자의 마음 한구석을 불안하게 한 것은 당시 이지영 씨가 임신 중이었던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다!다!다!’는 녹음 자체가 시간 오래 걸리고 힘이 드는데다 이지영 씨가 맡은 주인공 예나는 남보다 대사가 2배로 많은 배역이었다. 결국 홀몸이 아닌 이지영 씨는 남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녹음을 위해 서있어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혹시 무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이 순간순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그 힘든 녹음 무사히 끝내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으니 동료로서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1부 녹음 당시 필자는 갈수록 몸이 무거워지는 이지영 씨에게 ‘녹음은 힘들지만 내용이 태교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남발했었고 이에 이지영 씨는 ‘나 이러다 루다처럼 눈 커다란 사내아이 낳을 것 같다’며 호응해줬는데 이게 덜커덕하고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정말로 루다처럼 눈이 커다랗고 잘생긴 사내아이를 출산했지 뭔가? 이 사실을 두고 필자는 ‘다!다!다!’가 태교에 도움이 되었다고 지금까지도 박박 우기고 있다.

 또 하나 기쁜 기억은 출산 후 훨씬 가뿐해진 몸으로 2부 녹음에 임한 이지영 씨가 첫 녹음부터 한단계 성숙한 연기를 펼쳐 보인 것을 들 수 있다. 헌데 더욱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유를 처음에는 1년이 지났으니 그만큼 실력이 늘었겠지 하고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녹음을 앞두고 이지영 씨와 대화해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다. 1부 때와 다른 점… 이지영 씨는 2부 녹음 때는 ‘예비 엄마’가 아닌 ‘진정한 엄마’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1부와 2부를 비교해보면 1부 쪽에 ‘육아’와 관련된 내용이 더 많다. 그리고 그 내용은 육아를 경험해본 사람이면 코끝이 찡해질 만한 것이었다. 실제로 필자는 2부보다는 1부 녹음을 할 때 찡한 감정을 많이 느꼈었다. 하지만 당시 ‘예비엄마’였던 이지영 씨는 분명 필자 수준의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던 이지영 씨가 2부 마지막에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예나’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눈물이 나서 ‘시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슬퍼서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진정한 엄마’의 감정이 아니고 무엇일까? 이 감정은 녹음 때 흠씬 묻어나왔고 극 중에서 예나가 흐느끼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밖에서 듣고있던 필자가 눈물이 나올 뻔해서 감정을 추스르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예비 엄마’에서 ‘진정한 엄마’로의 변신(?!)이야말로 이지영 씨의 연기가 업그레이드된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이밖에도 많은 추억이 있지만 지면 관계상 이만 한다. 이런저런 추억을 많이 남겨준 ‘다!다!다!’ 마지막 녹음 날 필자가 외친 말은 ‘내용상 3부는 절대로 없습니다! 정말 끝입니다!’였다. 즐거웠지만 또 힘들었기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마지막임을 강조한 것인데 혹시 3부가 만들어지면… 다시 짊어지고 가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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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 "다!다!다!"가 투니랜드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2009-04-17 12:22:32 #

    ...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다!다!다! 2기 녹음을 모두 마치고 소감을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뉴타입 컬럼인데요...<a href="http://dbm386.egloos.com/415657">"다!다!다!2 녹음을 마치고"</a>입니다. 이 글도 간만에 다시 보니 옛 생각 무럭무럭 피어오르더군요.'다!다!다!'를 아껴주셨던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소 ... more

덧글

  • Dante 2005/09/05 00:41 # 삭제 답글

    '다다다'를 보면서 지영님의 팬이 되어버렸었죠.^^
    이 글은 뉴타입에서 한번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웹에서 또 보니까 반갑네요.
  • 마늘맛 2008/04/11 00:43 # 삭제 답글

    우아앙 ㅠㅠ 감동
  • 무디 2008/04/11 12:56 # 답글

    ^^;;;
  • 마늘맛 2008/12/11 23:46 # 삭제 답글

    아아아~
    ㅎㅎ 오늘 대단한 발견을 했네요
    다!다!다! 67화 발렌타인데이편
    해수와 소미 가 좋아하는 남자들 이름
    손종환[씨;] 와 故나상준[씨;] 였더군요!
    "종환" 이야 듣자마자 알았지만
    "상준"은 성도 나오지 않았는데 바로 떠오르더군요
    아아 감독님 센스 ㅎㅎ
  • 무디 2008/12/11 23:48 #

    하아... 꽤 오래된 이야기네요. ^^a;;
    상준 형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겠죠.
    가끔 박정식 감독님 만나면
    상준 형 얘기 하곤 합니다. ^^
  • 민트 2009/05/26 15:20 # 삭제 답글

    다!다!다! 3화를 다시 보고 있는데 확실시 귤선생 목소리가 평상시 그분 목소리하고 다르네요 ㄷㄷ 근데 왠지 모르게 이 목소리가 오히려 마음에 쏙 드는군요. 그분한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ㅠㅠ
  • 사과아삭 2012/01/11 18:47 # 삭제 답글

    내가성우이지영님을알게된건바로로제트크리스토퍼라는왈가닥수녀역할을할때였어요~저는그분을아주좋아했죠...확실히로제트의역할을할때뭔가가바뀌고있다는생각을하고있었거든요?근데마침알고보니크르노크루세이드를하고있는거있죠??로제트는몸이아픈동생요슈아의몸을나시기위해서밤낮을가리지않고요슈아를돌봐주기위해항상열심히일하지만왠지자상하고부드럽고어쩔때는박력있는로제트크리스토퍼라고생각해요남들이뭐라고하든신경도안쓰면서그러면서자기자신만생각하고...저는그런로제트의성격이좋다고생각해요딱한번만이라도좋으니까로제트크리스토퍼역을맡으셨던성우이지영님을만나보고싶어요무디님이시라면전해주시리라믿고기다리고있을게요꼭좀전해주세요성우이지영님을만나보고싶다구요그리고로제트한테도안부좀전해주시구요(로제트~나말야..사실당근것도잘못먹고시금치같은거잘못먹어~내가잘먹을수있게도와주겠어?)라고요무디님이시라면잘전해주시리라믿고있을게요저요딱한번만이라도좋으니까성우이지영님을만날수있게해주세요부탁드릴게요이글보시고답글해주세요기다리고있을게요
  • 무디 2012/01/15 18:18 #

    만남 주선은 힘들고요. 계속 응원해주세요~
  • ㅇㅇ 2017/01/13 03:05 # 삭제 답글

    어렸을적 다다다 팬이었지만 성우계(?)까지는 잘 몰라서 재밌게 보기만 했었는데, 이런 뒷 이야기가 있었네요. ^^ 재밌게 읽었어요. 늦었지만 글 써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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