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dbm386.egloos.com

포토로그 방명록



마음을 다해 만든 작품, 오세암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 (30)

너무나 한국적인 우리 애니메이션 ‘오세암’! 필자는 시사회를 통해 일찌감치 감상했었고, 5월 4일엔 아내와 길손이만한 딸을 데리고 극장에서 한 번 더 감상했었다. 그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필자가 느꼈던 감정들과 후반작업부분에 대한 생각을 이 지면에 남겨보겠다.

마음을 다해 만든 작품, 오세암

 지난 4월 중순, 중앙 시네마에서 있었던 시사회에 참석해 ‘오세암’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상영이 끝나자마자 필자는 자리를 같이 했던 ‘오세암’의 시나리오 작가 이서경 씨에게 다음과 같은 짧은 감상을 말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보다 재미있게 봤다고! ‘오세암’을 본 뒤, 이전에 극장에서 ‘센과 치히로~’를 꽤나 재미있게 보고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에 ‘역시나 이 작품은 일본 것이구나…’라고 씁쓸해 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이에 비해 너무나 포근하게 다가오는 우리네 작품을 보게 되자 그러한 감상을 말하게 된 것이다.
 
 ‘오세암’을 관람하지 않은 독자라면 ‘좀 과찬이 아니냐’고 필자의 감상에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를 관람한 독자라면 필자의 감상에 동의하시리라 본다. 그만큼 ‘오세암’은 우리 정서에 맞는 작품이며 기본적으로 잘 만든 작품이다. 일단 스토리라인이 매우 탄탄하다. 단편을 장편화 하는 과정에서 혹 군더더기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시사 이전의 우려는 싹 물러갔을 정도! 원작에 비해 보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강조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것이 좋았다.
 
 하나 예를 들어보면, 원작에서 절에 들어온 뒤 온갖 말썽을 일삼는 길손이를 좀 얌전해지게 하려고 암자로 보내는 설정을, 애니메이션에서는 버릇없는 이웃 아이들과의 작은 소란을 더 집어넣어 엄마 없는 설움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 마음 아파하는 길손이에게 공부를 가르치고자 암자로 데려간다는, 상당히 세련된 설정으로 바꾸어, 작품의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관객이 보다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대사들이 원작의 장점을 살리는 한 편 상당히 자연스러운 평상시 대화체로 만들어진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언제인가부터 우리네 창작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문어체’느낌이 드는 대사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고, 가끔은 번역한 대사 같은 느낌을 주는 대사도 있었다. 하지만 ‘오세암’에서는 그런 느낌 없이 자연스레 녹아 드는 대사들이 주를 이루어 무척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스토리에서 아쉬운 점은 길손이의 성불과 함께 눈을 뜨게 된 감이를 좀 더 부각시켰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워낙 길손이에 대한 슬픔이 강하다 보니 감이가 눈을 뜨게 된 것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부분만큼은 원작처럼 마지막에 한 장면을 더 넣어서 설명해줬으면 어떨까 한다. 그랬다면 밀려오는 슬픔에 조금은 보상을 받고 극장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찡했던 장면은 장을 보러 간 스님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이 말썽만 피워서, 미워서 돌아오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며 잘못했다고 우는 길손이의 표정과 대사연기, 거기에 더해 절묘하게 구멍이 크게 뚫린 양말을 신은 발쪽을 클로즈업해 인서트한 장면이다. 그 구멍 뚫린 양말이 길손이의 마음과 춥고 배고픔을 어찌나 한 번에 표현했는지 그 장면에서 정말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산과 절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그려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단지 그런 풍경을 극장에서 너무 늦게 보게 됐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
 
 자, 이번엔 성우연기 쪽을 살펴보자. 가장 맘에 든 것은 성우들의 ‘성실성’이다. 작품 내내 성우들이 얼마나 성의를 가지고 녹음에 임했는지 느껴질 정도로 열심히 녹음한 티가 난다. 시사회 때 만난 감이 역의 박선영 씨는 녹음할 때도 많이 울었다고 들었는데, 시사회 보고 나서도 훌쩍이고 있지 뭔가. 얼마나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있고 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길손이역의 김서영 씨. 어찌나 천연덕스러운 아이의 목소리를 내는지! 길손이 만한 딸이 있는 덕에 그 나이 또래 아이들 목소리를 요즘 자주 듣고있는 필자가 한 마디 듣자마자 바로 뒤로 넘어갈 정도였다. 그 자연스런 목소리에 전문성우의 연기력이 가미되었으니 그야말로 ‘오세암’의 백미라고 할 수밖에!

 솔직히 ‘오세암’의 목소리 녹음부분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런데 그 면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미리 말해둘 것이 있다. 워낙 길손이 연기가 출중한 나머지 단점들을 덮어버리기에 필자가 지적할 아쉬움 들은 관객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전반적인 연기 톤에서의 아쉬움은 출중한(!) 길손이의 톤에 다른 캐릭터들의 톤을 맞춰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길손이의 연기와 톤은 상당히 사실적이다. 다른 캐릭터들 역시 흔히 TV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연기 톤보다는 한단계를 낮춘, 일상에 가까운 톤이긴 하지만 길손이에 비하면 다소 높게 들린다. 감이의 경우는 길손이와 비교할 때 목소리가 너무 예쁘고 톤이 높다. 스님 둘의 경우도 마찬가지. 물론 감이의 경우는 아마도 ‘신비함’을 느끼게 해주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길손이가 워낙 잘나온 탓에 그 의도도 가려진다. 그냥 누나 목소리가 너무 예쁘게 나온, 그래서 좀 튀어보이는 느낌을 줄뿐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호흡’이 조금 세고 많다. 흔히 애니메이션에서 호흡을 표현할 때는 확실하게 소리를 내면서 하기 마련! 하지만 ‘오세암’같은 작품에서는 소리를 속으로 먹으면서 내는 스타일이 어울렸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날숨으로 소리를 꼭 전달한다는 생각보다는 흐름대로 조용히 흘러갔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다. 겹치는 캐릭터들 간의 호흡들은 녹음 후 모니터를 한 뒤 트랙정리 과정에서 뺄 건 뺐으면 훨씬 깔끔했을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보인 대사들간의 간격 문제! A의 대사에 B가 반응하는 간격이 너무 붙어있는 장면들이 있다. B가 조금 생각하고 나서 대사를 해야 하는데 바로 말을 끊듯 나와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한 캐릭터의 대사도 긴 부분에서는 대사 줄 간의 간격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보였다. 아무리 훌륭하게 연기해도 간격조정이 잘되어있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대본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줄 우려가 있다. 적어도 ‘극장용’이라면… 그런 점들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성우의 수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 아무리 대사가 적다고 해도 ‘오세암’처럼 드라마타입의 애니메이션에는 겹배역은 독소다. 기타 배역 남자들의 목소리가 모두 하나인 것은 참으로 아쉽고, 여자쪽도 여러 배역을 한 두 성우 외에 좀 더 낮은 톤의 소리가 한 명은 더 있어야 했다. 어려운 제작요건 탓에 막판 진통이 원인이겠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길손이가 있기에(!) 모른 척 눈감아줄 수 있다(^^). 제대로 만든 우리만화영화 ‘오세암’! 한국 애니메이션 부흥의 초석이 되길 간절히 빌어 본다.

덧글

  • Dante 2005/09/05 00:34 # 삭제 답글

    상기작을 극장에서 보려고 벼르고 벼뤘건만..
    어째서 국산 애니메이션은 꼭 중고등학교의 시험기간에 맞춰서
    개봉이 되는 것이며.. 꼭 1주일 안에 막을 내려서
    어린 팬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지...
    마린블루스의 성게군도 이에관해서 한탄을 했었죠.
    '흥행에 실패했다고 떠벌리기전에 흥행할 기회를,
    관객에게 선택권을 달라..' 구요...
    쓰신 글과는 관계 없지만, 오세암만 생각하면 1주일 조금 넘기고
    찾아갔다가 극장 두군데서 바람맞은 기억이 떠올라 씁슬하기만 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