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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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데이즈, 푸른 하늘에 남은 아쉬움…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 (33)

 정말 오랫동안 말로만 들어오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 필자가 극장을 찾은 시점은 개봉 2주째. 개봉 첫 주에 관객 20만 명을 동원한 바로 그 다음 주이다. 회사 일을 잠시 제쳐두고 극장에 앉아 감상해보니 소문대로 ‘그림’이 압권이었다. 캐릭터들이 2D가 아니라면 실사 촬영인양 깜빡 속을 만큼 정교한 배경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색감이 주는 압도하는 느낌. 소품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표현한 장인정신. 그림의 측면에선 참으로 자랑스러운, 정말 대견한 작품이다. 하청위주의 구조로 인해 연출이 좋지않다, 색감이 촌스럽다 등등 그 동안 우리네 창작 만화영화에 대한 스스로의 자괴적인 모니터들을 모두 잠재울 만하지 않은가?

 화려한 그래픽 속에서도 안정된 구도를 보여주는 연출 또한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3D가 들어갔다 하면 뭔가 정신 없는 시점의 연출을 보여주곤 했던, 한마디로 기본기 부족의 시행착오를 원더풀 데이즈는 오랜 준비기간만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

 캐릭터들의 생김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예전에 ‘카우보이 비밥’에 온 정신을 쏟아가며 녹음을 하던 중 문득 주인공 스파이크의 얼굴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무국적의 캐릭터이긴 하지만 생긴 걸 자세히 보니… 어쩔 수 없는 일본 캐릭터구나…’하는 생각. 이에 비해 원더풀 데이즈의 캐릭터들은 역시 무국적의 설정이긴 하지만 우리가 만든, 그것도 잘 만든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우리네 입맛에는 우리네 캐릭터가 맞을 수밖에 없다. 잘 만들어 준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후의 작품들이 연이어 선전해준다면 외국 캐릭터에 익숙한 많은 이들이 우리네 캐릭터로 입맛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봉 직후 많은 이들이 지적했던 스토리부분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아쉬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스타일은 너무 마음에 들지만, 비록 적은 대사량일지언정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만화영화라면, 스토리를 통해 캐릭터에 빠져들게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 장치가 약한 탓에 눈으로는 캐릭터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만, 마음까지 동화하기는 힘들었다. 이 때문에 그림 상으로는 감정의 격함을 전해주는 마무리 부분의 여러 장면들에서, 감정이입이 되기보다는 그냥 냉정하게 화면을 바라보는 자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들이 마냥 무미건조한 것도 아니다. 감초로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은 동료의 죽음과 복수를 위한 싸움, 인간 폭탄이 되어 장갑차와 맞서는 장면 등에서 감정의 변화를 여러 번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한 장면에서의 느낌은 ‘아 저런 상황이구나’하는 생각뿐, 캐릭터들의 감정의 변화에 마음이 따라가지는 않았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시몬이 마지막에 반전하는 장면도 극의 흐름에서 절정에 가까운 부분이라 할 수 있으나, 그림의 질에 비해 관객의 감정이입은 상대적으로 작아보였다. 무언가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환하게 열리는 푸른 하늘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할 장면에서 계속 ‘그림이 멋있구나’하는 생각만이 머리 속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랄까?

 이렇게 무언가 빠진 듯한 스토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펼쳐진 목소리 연기 부분 또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모든 캐릭터들이 다소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 각 캐릭터의 연기 스타일이 너무 각양각색이라 지적하고 싶다. 가장 문제가 되는 주인공 수하 역의 최지훈 씨.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으나 아무래도 역부족. 흔히 보는 TV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연기자들의 오디오 연기에 비한다면야 나름의 점수를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원더풀 데이즈에서는 가장 귀에 거슬리는 정도일 뿐이다. 수하라는 캐릭터의 모습과 표정, 그리고 각 장면의 설정에서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특히나 카리스마의 측면에서는 거의 마이너스! 병을 들고 덤비는 철한을 제압하는 장면에서 수하가 비호처럼 총을 겨누는 멋진 동작연기에 이어 나오는 다소 맥 빠지는 목소리. 듣는 이도 힘이 빠진다. 자연스러움? 그러기 위해선 캐릭터의 모습이 좀 뭔가 부족해 보여야 할 것이다. 도수가 높은 안경을 끼고 좀 창백한 얼굴에 보다 모범생 느낌이 드는 캐릭터라면 잘 어울릴 것이다. 다소 불안한 발음과 억양이 설정처럼 다가갈 수도 있을 테니까.
 
 이에 비해 인상 깊은 연기는 시몬 역의 오인성 씨. 이른바 훈련된, 그리고 목소리 연기력이 있는 연기자가 보통의 애니메이션처럼 오버하지 않고 차분한 억양으로 연기할 때의 모범이라고 할까? 장면에 따라 너무 침착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는, 바꿔 말하면 가장 동화될 수 있었던 목소리 연기라 말하고 싶다. 제이 역의 은영선 씨 또한 나름의 차분한 연기가 좋았지만 드라이한 면이 강해서, 조금만 더 매력 있게 설정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베테랑 연기자인 김병관 선생님이 연기한 동산이라는 악역은 필자에겐 수하와 더불어 꽤나 거북함을 전해 주었다. 전체적으로 톤이 너무 뜬 느낌이다. 이 톤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보통의 애니메이션에 흔히 나오는 나쁜 나라 사령관이다. 외화 더빙에서도 들을 수 있는 톤인데 ‘나는 악당이다’하고 대놓고 말하는 톤이다. 전혀 목소리 연기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을 주인공 성우로 기용하고, 시몬과 제이 역에서 절제된 목소리 연기를 했는데, 그와 맞서는 캐릭터의 연기는 한마디로 ‘오버’성이 강하다. 아마도 지금까지 언급한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를 하나씩 개별적으로 본다면 나름대로 어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작품 안에서 조화의 측면을 고려해서 모니터 한다면 그야말로 불균형을 위한 목소리 연기들의 조합이다.

 캐릭터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어린이들의 아역캐릭터 목소리 연기도 스크린을 떠다니고 있다. 기타 배역에서도 미스가 보인다. 짧은 대사라고 해서 목소리 톤과 어울리지 않는 성우를 겹으로 배치한 것은 소품 하나 하나를 정밀하게 표현한 원더풀 데이즈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는 피했어야 하지 않을까?

 원더풀 데이즈는 초창기에는 인기 연예인의 목소리로 선 녹음을 했고, 이후 몇 번의 뒤바뀜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한 과정은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이른바 ‘수업료’다. 경험이 없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 시행착오에도 시간과 비용이 지출되니 ‘수업료’라 할 밖에. 그리고 난 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수업료를 제대로 낸 것이지만, 적게 지불한 것일까?

 다시 정리해 보면 원더풀 데이즈의 목소리 연기는 ‘발음과 억양이 좀 불안한 속칭 자연스런 연기’+’숙련된 성우의 절제된 연기’+’숙련된 성우의 전형적인 오버성 연기’+’어린이 연기자들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성량 딸리는 연기’ 등이 한 곳에 모여있다 하겠다. 수업료를 더 내고 공부했어야 하는 상태에서 서둘러 결과 물을 공개한 셈이다.

 극장에서 눈으로는 푸른 하늘을 보았다. 하지만 그 푸른 하늘에 어울리는 목소리는 아직 저 멀리 있는 듯 하다.

덧글

  • 먹통XKim 2013/07/28 10:47 # 답글

    2003년 7월 9일에 관람한 기억이 납니다....틴하우스 가서 감독에게 직접 질문도 하고.

    그게 10년전이네요 ㅠ ㅠ
  • 무디 2013/07/29 14:08 #

    흐음... 그러네요. 강산이 벌써 바뀌었군요.
  • 사유 2014/02/15 18:35 # 삭제 답글

    말씀대로 정말 아쉬운 작품입니다...
    어떻게보면 혁명적인 작품이었는데 말이죠. 오랜만에 다시 감상을 해봤는데, 그 뛰어남은 여전하더군요.
    마침 원더풀 데이즈가 떠올라 검색도중 우연히 이런 아름다운 글을 발견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무디 2014/02/15 19:50 #

    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ㅇㅇ 2017/04/05 23:01 # 삭제 답글

    국내수익<해외수익 앙 기모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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