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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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은 사진 찍기가 힘든 걸까요? by 무디

물론 이것은 제 집안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극작가신데, 예술가라서 그런지 바깥 나들이를 좋아하지 않으세요. 그래서인지 가족이 사진 찍기 좋은 졸업식이나 입학식에 찾아오시지 않았습니다. ㅜ ㅜ  해서 제 기념사진엔 아버지가 늘 빠져있어요. 따악 하나! 결혼식 사진에는 등장하십니다. 헌데... 그때도 저와 단 둘이 찍은 사진은 아니에요.

대체 언제 아버지와 단 둘이 사진을 찍었을까 하고 뒤져봤습니다. 세월을 제법 거슬러 올라가서 71년 5월에 이르렀더니 아버지와 함께 둘이 찍은 사진이 나왔습니다. 바로 이 사진...
왼쪽에 좀 마른 청년 분위기 남자가 71년도 버전 제 아버지입니다. ^^ 오른쪽 4살 꼬마가 저에요. 까불고 있는 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을 보면 이 분이 아들내미한테 정이 없어보이진 않죠? ^^a;; 이 나이 되어서 다시 보니 새삼 아버진 아버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딸내미를 바라볼 때의 표정과 너무 닮아있어요. 물론 제가 물려받은 거죠.

커가면서 제법 대립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버지는 약해지시고 머리가 큰 아들은 나름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한때 집안이 시끌한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괜찮은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방송인으로 봐도 (...희곡 작가 겸 방송작가셨어요) 작사가로 봐도 제 30년 선배십니다. 요즘 새삼 아버지의 공력을 느끼곤 합니다. 아무래도 젊었을 때는 아버지가 저보다 훨씬 대단한 분이셨어요. 지금은... 비교하지 않을랍니다. ^^a;;

얼마 전 동생 결혼식 날, 갑자기 생각나서 아버지랑 단 둘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마도 부자만 사진을 찍은 것은 71년 5월 이후 처음일 겁니다. 37년 만인가요? 세월 참...
내년이면 칠순에 접어드는 아버지에요. 하지만 71년 사진의 분위기가 그래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사진을 싸이 미니홈피에 올렸더니 친구가 보고 아직 정정하시다며 기뻐하더군요. 그 친구는 88년에 제 아버지를 처음 봤습니다. 70년대에 공연금지를 당했던 아버지 연극이 88년 가을에 다시 무대에 올랐고, 이때 대학 동기들과 함께 관람했죠. 그리고 친구들이 하나같이 아버지가 저보다 잘생겼다며 절 놀려먹었습니다... ㅜ ㅜ (...아버지 왜 절 이 모양으로 만드신 건가요...)

88년만 해도 전 아버지가 나이가 많다고 느꼈어요. 당시 겨우 만 스무살 된 상태에서 그만하면 제가 어른이라고 생각한 탓이겠죠. 어른의 아버지니까 당연히 나이가 많게 느껴지지 않겠어요? 헌데... 이제 몇 년만 지나면... 제가 88년 당시 아버지 나이가 됩니다. 지금 생각하니, 88년의 아버지가 젊게 느껴지네요. 사람 참 간사하죠? ^^a;;

아버지 칠순 때는 일부러라도 사진을 좀 찍어야겠습니다. 아직 남은 시간이 많으리라 굳게 믿고, 지금부터라도 같이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남겨놔야겠어요. 어쩌면 지금까지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찍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덧글

  • 생각하는 망이 2008/12/26 18:37 # 삭제 답글

    훈훈한 부자모습이 보기 좋네요^^ 무디님도 잘생기셨어요. 아버님 닮으신것 같은데요^^
    저도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별로 없는데 이제라도 아버지와 사진도 같이 찍고 놀러도 다니고 그래야 할것 같아요^^
  • 무디 2008/12/26 18:49 #

    아버지보다는 어머니 얼굴을 더 닮았어요. ^^a;;
    생각하는 망이님도 얼른 그러세요~
  • 푸른별빛 2008/12/26 20:28 # 답글

    무디님 모습이 아버님 젊으실 적 모습일 것 같아요- 눈썹이 비슷한 듯...사진 찍어주신 분은 여자분, 그 옆에는 아마 무디님 조카? 건너편 한복은 동생분 혹은 동생분 부인 되시는 분이겠군요(이런게 왜 눈에 들어오지;;)

    전 찍새 스타일, 아버지도 찍새 스타일- 따라서 주변사람들은 많이 찍는데 정작 당사자들 사진은 없네요. 당연히 같이 찍은 사진도...아직 젊어서인지 사진찍자고 말은 못하겠어요 >_<
  • 무디 2008/12/26 22:15 #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a;;
    그래도 아버님과 취미가 같으신 모양이네요. 그거 복이에요. ^^
  • 비읍 2008/12/27 07:45 # 답글

    생각해보니 저도 아빠랑 같이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네요. 저희아빤 저처럼 무뚝뚝한 딸내미 둬서 참 재미없으실꺼에요 ㅠㅠ
  • 무디 2008/12/27 10:25 #

    이,이런... 부녀 간 사진이 없다니요!! 어서 찍어두세요~! ^^
  • 루민 2008/12/27 11:47 # 삭제 답글

    두 분 참 많이 닮으셨어요. 두 분다 핸섬하시고...^^ 여담이지만 아이는 항상 자기가 다 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섯살 꼬마든 20살 청년이든 하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민 그 순간 즉 진정한 어른이라 불릴 자격을 얻은 순간에 느끼게되죠 아 나는 아직 어리구나 하고요. 부모님 은혜도 그 때부터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 무디 2008/12/27 14:03 #

    특히나 부모님 은혜는 자식을 길러봐야 더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
  • 2008/12/27 14:0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무디 2008/12/27 14:03 #

    저, 저런요.
  • 임성빈 2008/12/28 22:32 # 삭제 답글

    워우 두분다 잘생기시고 많이 닮으셨네요.....

    겨우 16살인데도 불구하고

    생각해보면 5살생일때 이후로는 아버지와 사진을 찍은적이 없습니다.

    요새 사춘기다보니 아버지와 의견대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ㅠㅜ
  • 무디 2008/12/28 23:38 #

    아무래도 그럴 나이네요.
    너무 자기 생각만 앞세우지 말고, 조금씩만 양보해보세요. ^^;;;
  • EMP 2008/12/29 20:16 # 삭제 답글

    아버님이 살아계셔서 정말 좋으시겠어요 ㅠㅠ)/
    이제 누구나 이별을 해야 하는것이..왠지 서글프네요 이블로그 글을 보니까요
    아..이런것이 이별이구나...크큭
  • 무디 2008/12/29 20:18 #

    사실 아버지 사진 보고 기뻐한 제 친구도 작년 초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아무래도 아픔을 겪은 분들이 더 징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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