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 지옥불 속에서도 작은 빛은 있다 영화감상기

회사 근처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고, 마눌님과 보러가기도 뭐해서 나중에 DVD로 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오늘이 거의 마지막 상영일일 것 같아 늦게 극장을 찾았습니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줘야하니까요. ^^

강렬합니다. 단순명료하고요. 논란의 박쥐처럼 괜시리 이리저리 잔머리 굴리지 않아도 되더군요. 아주 솔직하게, 꾸밈없이, 우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대물림되는 폭력, 그 속에서의 가족, 핏줄... 컷이 전환되지 않고 웬만한 씬을 원씬 원컷으로 진행했다면 깜빡 고발프로그램 보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리얼한 연기. 잘봤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네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특유의 방식과 표정으로 절 놀리는 걸 엄청나게 싫어했는데, 나중에 커서 보니 제가 똑같은 방식, 심지어 똑같은 얼굴표정을 하고 남을 놀리고 있더군요. 표정까지 똑같은 건 다른 이가 그때의 제 표정을 흉내내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생애 단 한번도 본적이 없을 제 아버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요.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전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각인되는 것인지 고민까지 했었답니다. 둘다 원인이겠지만 후천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겁니다.

잔인한 범죄자의 경우 대부분 어릴적 학대받은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하죠? 굳이 범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심리적인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어릴적 트라우마가 그 원인이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의 사랑이라고 상담전문가들이 말하죠. 똥파리에 나오는 상훈과 연희의 가족은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너무나 사실적이라 영화를 보면서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작은 빛을 보여주긴 합니다. 그러기에 130분이나 되는 암울한 이야기를 끝까지 볼 수 있는 듯 하고요. 욕설과 폭력 속에서도 핏줄의 정을 보여주는 상훈, 최악의 상황에도 도망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연희. 처음엔 멀리서 이들을 바라보다, 나중엔 바로 옆에서 지켜보게 되더군요. 

연기들이 아주 리얼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출연배우들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배우들이기에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가령 양익준 씨가 다음 영화에 이와 비슷한 분위기로 나온다면 그땐 바로 신선함이 사라지게 되고, 리얼리티도 떨어지기 쉽습니다. 이미 똥파리 양익준이란 타이틀이 이마에 붙어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고, 현재의 시각에서는 양익준 씨를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열연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식'역의 정만식 씨(..시트콤도 아닌데 본명으로 출연..)가 인상에 남습니다. 다들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와중에서도 더욱 자연스럽게 보이더군요. 곧바로 다른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하지 않을까 싶어요. 연희 역의 김꽃비 양은 목소리가 인상적이네요. 상당히 귀에 잘 들어오는 타입입니다. 목소리만 보면 상당히 지적으로 들려요. 앞으로 다양한 배역이 기대가 됩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재밌게 봤다기 보다는 '잘'봤다고 표현하는 것이 저에겐 맞을 듯 합니다. 워낙 내용이 아픈지라 감명깊게 봤다고 하기보다는 집중해서 봤다고 말하고 싶고요. 제작비 수십억 들여서 만든 여타 영화보다 훨씬 강렬한, 저렴한 제작예산 영화입니다. 영화를 통한 공감은 제작비가 아닌 진실함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또 말하지만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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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똥파리.. 2009/10/08 15:00 #

    똥파리 - 지옥불 속에서도 작은 빛은 있다난 모... 영화관에 가는걸 아주 싫어라 합니다폐쇄 공포증 비슷한 거라 생각하는데요그래서 그런지 어릴때부터 아파트를 싫어 했습니다 모.. 지금도 그렇고.또하나만 말하자면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는걸 꺼려하죠특히나 백화점 주차장...굴 속같아.. ㅎㅎ그래서 난 이영화를 영화관에서 볼일은 절대 없겠죠 ㅎㅎ항상 집에서 영화를 봅니다.~! 요거는 곰tv에서 공짜로 봤어요이 영화가 주는 리얼리티에 전 거의 모...... more

덧글

  • 루민 2009/05/14 00:34 # 삭제 답글

    보고 나오는데 가슴이 싸하더군요. 후우~

    세상에 완벽한 부모님은 없죠. 누구나 자라면서 부모님을 보며 난 나중에 부모가 되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들을 할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부모님의 안좋은 모습을 닮고 있다는걸 느낄 때가 있죠. 그 땐 정말 무섭습니다.

    결국 노력해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덧붙여 자신이 부모님께 물려 받은 좋은 습관이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똥파리 보면서 저런 곳에서 태어나지 않은걸 감사하게 생각했답니다. 부모님을 존경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인생이다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P.S. 부모님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전과 환경이 서로 상호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저는 더 무서웠어요.)
  • 무디 2009/05/14 14:04 #

    무엇보다 무의식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노력해야하겠죠.
    이제 저는...
    존경받는 아빠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시기입니다.
  • 방랑자 2009/05/14 14:26 # 삭제 답글

    크억, 보자보자 했었는데 결국 DVD로 볼수밖에 없겠군요 ㅠㅠ
    욕설이 장난아니게 나온다고 들었는데 어느정도인지 나중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 무디 2009/05/14 16:40 #

    뭐 대사마다 다 욕이 붙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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