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시작을 위해 불이 꺼졌을 때 봉준호 감독이 몰래 들어왔습니다. 와있는 것도 봤고, 마침 제가 통로 바로 옆자리인데 그리로 지나가는 바람에 들어오는 것을 다 봤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확인하지 못했겠죠. 그래서 봉준호 감독이 4시 영화를 관객과 함께 봤다는 사실을 진행자가 말했을 때 많이들 놀라주시더군요.
다음 상영 시간까지의 막간을 이용한 대화 시간이었기에 대략 15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진행자가 첫 질문을 던졌는데 현재 언론 인터뷰에서 흔히 나오는 그런 질문이었습니다. 이후 관객의 질문이 3가지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대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진행을 맡은 마더 마케팅 담당자께서 스포일러에 대해 간절히(?!) 부탁했기에 꿀꺽 삼킵니다. ^^a;; 짧았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봉준호 감독 자체가 목소리도 좋고, 유머 감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번 작품이 ‘박쥐’처럼 극단으로 갈라서는 평가가 나올 스타일도 아니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한 30분 정도 진행했으면 적절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이번 ‘마더’는 정말 머리를 비우고 봤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중요한 사실이 밝혀지는 절정의 순간에 꽤나 몰입이 되더군요. 식스센스 급은 아닙니다만 충격파가 제법이었습니다. 너무 머리 굴리지 않고 조용히 따라가면 보는 재미가 확실한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스포일러를 무조건 피할 것을 적극 권합니다.
이번 ‘마더’는 출연진들이 이전과 확연히 다릅니다. ‘플란다스의 개’부터 2편 이상의 작품에 얼굴을 보였던 연기자들이 안보입니다. ‘살인의 추억’의 전미선 씨가 나오긴 합니다만 중요도가 낮아서 도드라지질 않아요. ‘김혜자’ ‘원빈’에 ‘진구’ ‘윤제문’이 주축입니다. 해서 완전히 새 판을 짠 느낌이 들더군요. 무언가 신선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말이죠.
저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논란이 된 ‘박쥐’와 쓸데없이 비교했을 때… 저는 ‘박쥐’가 쪼끔 더 재밌는 것 같습니다. 개인 취향이니 무어라 하지 마시길. 아무래도 김옥빈 효과인 듯 합니다. 그에 비해 ‘마더’의 김혜자 선생의 연기는… 분명 출중한 것이 사실인데, 저는 덤덤하게 봤습니다. 뭐랄까… 늘 그 정도 연기를 보여주신 분이라 특별히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처한 상황만 바뀌었을 뿐 그 분은 그대로인 듯 합니다. 모르죠, 봉감독이 바로 그 점을 노리고 기획한 영화인지는 말이죠. 하지만 ‘박쥐’보다 흥행은 앞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대중적 인기와 그의 신작에 대한 기대도, 그리고 분명한 웰메이드 영화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호의적인 분위기일 듯 하고요. 300만은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P.S. - 그냥 끝내기 약간 섭해서 한 관객의 질문과 이에 대한 봉감독의 답변을 노출(?!)합니다. 다분히 스포일러 성이니 안보신분들은 피해가세요~!
관객의 질문은 이겁니다. “봉준호 감독이 아빠로서, 극중 엄마와 같은 상황일 경우 어떡할 것이냐?”
이에 대한 봉감독의 답변은 “…나도 김혜자 선생처럼 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일을 저지르고 나서 아주 침착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은폐할 것이다. 내가 범죄영화를 많이 찍어서 많은 기술을 알고 있다. 아주 깔끔하게 처리한 다음에 차기작(!)을 준비할 것이다”
아주 재치 있는 마무리였기에 말미에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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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방랑자 2009/05/29 00:26 # 삭제 답글
으악!! 이 빌어먹을 궁금증때문에 자폭했습니다.. OTL혹시나 하고 긁었다가 역시나... 긁는게 아니었는데...하고 밀려오는 후회감....
역시 호기심은 만악의 근원입니다... -_-;;;;;
P.S. 으악!! 목요일밤 달빛천사 4편 연속보는 것이 내 삶의 중요한 낙이었거늘... 왜 하필 오늘은 3편인가요.... ㅠㅠ 투니버스 미워어어어.......
무디 2009/05/29 09:48 #
아... 달빛천사 건은 편성팀에 항의(?!)하세요. ^^(헉... 편성쪽에서 돌이 날아오고 있다는)
busterangel 2009/05/29 07:56 # 답글
1. 살인사건 때문인지, 15세를 바랬던 마더가 18세가 되었네요.2. 제가 가장 싫어하는게 누명인데, `누명`의 괴로움이 느껴지는 스토리라는게 맘에 듭니다.
3. 어머니의 마음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마더`.
무디 2009/05/29 09:48 #
헤헤... 직접 한번 보세요. ^^
busterangel 2009/05/29 10:40 #
dvd로 봐야겠지만...
무디 2009/05/29 14:24 #
하하 그러세요.
봄이와 2009/05/30 22:55 # 삭제 답글
300만은 가뿐히 넘기지 싶네요 ^^;;조금만 더 쓰시지 그러셨어요~ 너무 인색하세요 큭 ^^
그리고 마지막에 올리신 질문은 제가 했답니다 =_=
첫 기자 시사회때 보고 그 장면이 저에겐 참 의문이었거든요
감독님이 아버지였다면 어떤 영상이 나왔을까도 궁금 했고요
암튼 글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마더 입소문도 많이 내 주세요 ^^
무디 2009/05/31 22:20 #
이런 '그분'이십니까? ^^ 반갑습니다.워낙 스포일러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받은 터라... ^^
진짜 숨기고 있죠.
입소문은 주말 내내 내고 다녔지요. 호호...
(벌써 본 친구들의 평이 다들 좋더군요)
pns 2009/05/31 23:28 # 삭제 답글
휴..... 전 머리를 넘 많이 굴려서인지 맨첫장면부터 '아- 이러이러하게 되겠구나-' 예상을 해버리고 나머지도 제 예상을 빗나가지 않더군요 ㅠㅠ친구들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던 모양이지만 결말을 예측해버린 저로선.... 흑흑흑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근데 이렇게 관객을 추리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복선을 숨겨두신 봉준호 감독의 능력은 역시! 라고 할만 하네요.
... 저도 역시 박쥐 쪽이 조금 더 나았습니다;; 박쥐는 광기어린게 그래도 보는 내내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마더는 조금만 머리 굴리면 금방 답이 나와서.. 제가 원체 진부한 것이나 뻔히 보이는 결말을 안 좋아하거든요 ^^;
무디 2009/06/02 17:51 #
그러셨군요. ^^역시 영화는 취향을 많이 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 지인은 박쥐보다 마더가 헐 재밌다고 하기도 하니까요. ^^
좌우간 봉준호 감독은...
오래도록 작품활동했으면 하는 몇 안되는 감독 중 하나입니다.
퍼니 2009/06/02 17:47 # 삭제 답글
개봉한 바로 다음날 보러 갔었습니다. 김혜자님 연기가 소름끼치더라구요...그 진구?진태? 김혜자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이 마지막 보고 그 의미를 알겠더라구요.
친구와 같이 봤지만 심리적 공포가 엄습....
무디 2009/06/02 17:51 #
혹시 친구분이 더 떠신 거 아닌가요? ^^a;;재밌게 보신 모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