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언론시사회 후기 영화감상기

히트작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가대표’ 언론시사회(22일)에 다녀왔습니다. 좀 늦게 후기를 올리게 됐군요. 오후 2시 코엑스 메가박스 서태지M관이 거의 꽉 들어찼습니다. 진행 준비가 덜 됐는지 입장이 좀 늦었고, 그에 따라 시작도 좀 늦었습니다.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편하게 장점만을 봐 달라’는 김용화 감독의 엄살 섞인 인사말이 있고 바로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주 볼만한 영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련된 영상톤, 잘 짜여진 화면 연출,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음악을 맡은 러브홀릭스 이재학 음악감독의 티나는 배경음악 등 완성도가 높습니다. 거기에 김용화 감독 특유의 유머도 적절하게 반영됩니다. 언론시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여러 번 큰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요. 언론 시사회 분위기가 이 정도면 저녁 때 VIP시사회는 분위기가 아주 뜨거웠을 것 같아요.

초반부터 중반까지 극의 흐름을 재미있게 따라가면서 한 가지 불안했던 것이 있습니다. 네 명 선수들 개인사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듯해서요. 하정우가 맡은 차헌태 역은 그래도 줄곧 감정이입할 여지를 주면서 가지만 다른 배역들은 시간이 모자란 듯 했어요. 헌데 이런 불안요소가 시합장면에 이르러 해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스포츠 영화에서 시합 장면에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선 시합 전까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만들어져야 하겠죠. 국가대표의 경우는 이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킹콩을 들다’에 비해 확실히 캐릭터 개인 스토리는 약합니다. 그런데 시합장면의 몰입도는 그 이상이에요. 시합장면에서도 중계방송 쪽에 예의 유머코드를 심어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손 꽉 쥐고 마치 실제 중계를 보듯 몰입하게 되더군요.

이만한 몰입도를 이끌어내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것은 우리 스포츠 영화 사상 가장 정교하면서도 다이나믹하게 재현된 스키점프 장면 자체인 듯합니다. 어떤 장면은 스피드레이서를 연상시킬 정도로 멋진 CG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실제 선수들의 동작에 배우들의 얼굴을 입힌 합성도 가슴 졸이는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지금껏 제대로 본 적 없는 스키점프의 매력을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죠.

김용화 감독 특유의 유머가 전반에 깔려있지만 미녀는 괴로워에서 보여줬던 신파도 후반에 버티고 있습니다. 헌데 워낙 보편적으로 통할 곳에 사용하고 있어요. 더 깔끔할 수는 없을까하고 괜히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저것이 감독 스타일이고, 이해할만하다고 보게 되더군요. 물론 그런 이해를 동반하기 위해선 영화가 감동이 있어야죠. 감동은 각자의 몫이고요!

영화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감독과 배우들의 조용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경우도 언론시사회를 통해 완성작을 처음 본다고 했는데, 자신들도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고 조용히 강조할 정도였어요. 그 외 촬영의 어려운 점 등은 여러 기사에 등장하고 있어서 생략하고요, 음악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주제가로 사용된 ‘Butterfly’는 작년 12월에 음원으로 발표된 곡입니다. 리드보컬 지선이 빠진 후 러브홀릭에서 ‘러브홀릭스’로 이름을 살짝 바꾸고, 소속사 플럭서스의 가수들을 대거 동원해 만든 곡이죠. 딱 듣기에 아바(ABBA)가 연상되는 복고풍 팝입니다. 그때 좋게 들었던 노래인데 영화에 나오니, 아는 노래가 나와 반갑기도 했지만 ‘미녀는 괴로워’에서 예전 러브홀릭 노래를 사용했을 때의 느낌처럼 성의(?!)가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헌데 기자간담회에서 김용화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Butterfly가 애초에 국가대표 주제가로 만든 노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사람이 아니라 여럿이 불렀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자신이 냈다고 하더군요. 영화에 상당히 잘 어울린 탓에 주제가로 만들어진 것은 믿겠지만 반년 이상 앞서서 음원을 공개한 이유는 궁금합니다. 혹시 관객들 무의식 속에 주제가를 미리 심어놓으려는 고도의 작전이었을까요? ^^a;;

주제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를 조금 더하면 ‘미녀는 괴로워’만큼 음악의 비중이 큽니다. 특히 나가노 올림픽 2차 시기 장면은 음악이 끊이지 않게 신경을 썼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신경 쓴 만큼 효과는 확실합니다. 후반 작업 중 음악 부분은 CG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요소입니다. 김용화, 이재학 콤비는 아주 노골적으로 음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고요. 그리고 이번에도 통할 듯합니다.

기대 이상으로 좋게 본 영화 국가대표. 부디 하반기 한국영화 흥행성적을 점프시키는 대표작이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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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르누리 2009/07/24 18:04 # 답글

    처음엔 걱정 했는데 평들이 좋아서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 무디 2009/07/24 22:16 #

    그렇죠? 시사회 때도 분명히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마음 비우고 편안히 보면 꽤 좋게 볼 영화에요.
  • 방랑자 2009/07/25 08:06 # 삭제 답글

    음.. 미녀는 괴로워 뒤에 뭘 하시나했더니... 이런 영화를 만들고 계셔서 좀 놀랐습니다 ^^;;

    평들도 괜찮은 것 같고... 해운대와 함께 올해 한국영화 흥행작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에반게리온 파 OST를 유튜브에서 들어보니 동요 2곡이 들어갔더군요... "오늘의 날은 안녕"과 "날개를 줏요"라는 곡인데... 무슨 장면에 쓰였는지 감질나죽겠네요..;;;(정말 잡담인듯...)
  • 무디 2009/07/25 12:24 #

    갑자기 스포츠 영화를 들고 나와서 저도 깜짝 놀랐는데...
    스키점프 장면을 또 대단히 연출을 잘했어요.
    감각이 있는 감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 SCV君 2009/07/25 11:09 # 답글

    예고편과 실제 영화 사이의 갭이 큰 영화들이 많아서 고민을 했었는데 한번 봐야겠습니다. ^^;
  • 무디 2009/07/25 12:24 #

    이 영화의 경우는 예고보다 실제가 더 재밌어요. ^^
  • 바금 2009/07/26 19:02 # 삭제 답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렇게 좋은 영화가 꾸준히 나와주니 참 다행입니다^^
  • 무디 2009/07/26 21:02 #

    선뜻 생각하기 힘든 스키점프를 가지고
    이만하게 만들 줄은 몰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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