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105)
20년 만에 새로 선보인 둘리 시리즈 방송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인기를 반영하듯 바로 순환재방송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새 시리즈는 첫 방송인 작년 크리스마스 특집편성에서 좋은 시청률을 보인 이래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투니버스 방송에서도 같은 시간대의 도라에몽을 능가하는 시청률을 보여주면서 우리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높였습니다. 인기의 잣대라 할 수 있는 시청률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퀄리티 면에서도 앞으로의 작품들에 귀감이 될 모습을 보인 둘리. 30분 26편으로 방송된 새 시리즈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새 시리즈는 방송 직전 이전과는 다른 분야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례적으로 성우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 전부터 전면에 나온 것이죠. 20년 전 KBS에서 방송된 첫 TV시리즈와 극장판에 나온 성우들을 교체한다는 정보가 나오면서부터입니다. 특히 둘리 목소리로 각인된 박영남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죠. 첫 방송이 됐을 때 박영남 선생님 성함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성우 이름이 검색어 1위가 된 것은 처음 본 듯 한데, 이것은 그만큼 둘리라는 만화캐릭터가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이미(!)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증거라 보고 있습니다.
방송 전에는 주로 성우교체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졌으나 뚜껑이 열린 뒤에는 그림체와 색감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예전 시리즈와 달리 밝은 색감, 특히 둘리는 초록색에서 연두색으로 바뀌다시피 했죠. 그리고 캐릭터 모습은 보물섬 연재 당시의 만화 원작에 한결 가까워졌습니다. 이러한 외양의 변화에 대해 처음엔 어색하다는 지적이 많았죠. 또한 그림자 처리를 하지 않은 점이 부각되며 플래쉬 애니메이션 같다는 혹평도 등장했습니다. 둘리 일당들의 성격이 버릇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도 따랐습니다. 모두 예전 TV시리즈와 비교해서 나온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위에 열거한 첫 방송 때 나온 지적들은 방송이 이어지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더욱 원작에 가까워진 이야기와 캐릭터 성격에 공감이 가기 시작하면서 색감이나 캐릭터 모습 등의 이질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진 듯 합니다. 또한 그림자도 없는 플래쉬 애니메이션이라는 지적 또한 근래 보기 드물게 신경 써서 연출한 화면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히려 만화책 느낌을 더욱 역동적으로 살린 듯하다는 견해로 바뀌게 됐죠. 이러한 변화는 이번 새 시리즈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예전 시리즈에 대한 향수를 뛰어 넘어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마음 속에 자리잡은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이번 둘리 새 시리즈는 거기에 성공한 거죠.
새 시리즈의 화면 연출은 매우 훌륭합니다. 초반에 작업한 에피소드들에서 편집상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이는 보다 좋은 퀄리티를 위한 시행착오였던 거죠. 3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할까요? 이후 액션이 강조된 몇몇 에피소드들은 TV용이 아닌 극장용 연출로 봐도 무방할 만큼 구도, 타이밍, 캐릭터표정 등이 훌륭하게 버무려집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엔 총감독을 맡은 원작자 김수정 선생님의 꼼꼼한 연출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매서운 수정 작업을 통해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비교적 후반에 방송된 에피소드들에서도 디테일한 연출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방안에서 벌어지는 장면들 한 컷 한 컷에도 다양한 카메라 각도와 액션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약간 아쉬웠던 점은 집안이나 마당에서 추격전 같은 액션 상황이 벌어질 때 방이나 거실의 크기, 마당의 넓이와 길이가 너무 크게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엉뚱하게 길동 씨가 알고 보니 부동산 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다음엔 공간감을 좀 더 사실적으로 하면서 그만큼 컷을 나누어서 연출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초반부터 교체 논란이 나왔던 성우진은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 듯 합니다. 모든 출연 성우가 사명감과 애정을 가지고 캐릭터에 자신을 몰입하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로 전반적으로 좋은 목소리 연기가 이어졌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갈수록 잘 다듬어진 대사도 성우들이 연기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준 듯 합니다. 초반엔 립싱크를 맞추기에 조금 버거운 양의 대사가 눈에 띄곤 했는데, 지속적인 모니터를 통해 이를 보완한 듯 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 표정과 입 움직임에 대사가 보기 좋게 짝 들어맞았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칭찬하고 싶은 성우는 마이콜 역의 최한 씨에요. 워낙 소리 자체가 좋은 성우라 어벙한 마이콜과 잘 맞지 않을 듯 했는데, 나중엔 거의 자신의 목소리를 버리다시피 하면서 마이콜과 일체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닌 미묘한 마이콜의 노래솜씨를 그야말로 적절하게 불러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둘리를 통해 새롭게 진면목을 알게 됐다고 할 성우입니다.
이번 새 둘리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음악 부분입니다. 주제가가 바뀐 것은 저작권 문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바뀐 주제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점, 그리고 이렇다 할 엔딩 주제가가 없었다는 것은 꽤나 아쉬운 점입니다. 새로 바뀐 주제가의 경우 이전에 비해 잔잔한 멜로디라 많은 지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중독성이 있는 구성이면서 둘리에 대한 원작자의 애정이 드러나는 가사로 인해 들을수록 끌리는 맛이 있어요. 헌데 이 주제가가 극중 배경음악으로 다양한 변주를 하지 못한 겁니다. 주제가 따로, 그때그때 배경음악 따로 존재하는 일관성이 부족한 결과를 낳은 거죠. 후속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제일 먼저 보강해야 할 것이 음악이라고 봅니다.
서두에 말했듯 이번 둘리는 우리 애니메이션이 기존의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을 넘어서는 재미를 주고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어서 이어지는 창작 애니메이션들에 귀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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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kbs-tv 2009/08/05 19:36 # 답글
역시 음악이 좋아야 뭔가 팍하고 느낌이 오는데 그 점이 아쉽더군요.
무디 2009/08/05 22:36 #
음악 역시 갈수록 좋아지는 것으로 봐서...시간만 더 있었다면 더 좋을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엔 음악 면에서는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해야겠죠.
셍나 2009/08/05 21:06 # 답글
별관계는 없지만, 요즘엔 둘리가 악당으로 보이고, 고길동씨가 참 천사같던..
무디 2009/08/05 22:36 #
그 악동들 먹여살리는 것만 봐도 성인군자 대인배입니다.
고양고양이 2009/08/05 22:40 # 답글
어릴적에 만화책으로 읽었던 둘리가 돌아온것 같아서 새 시리즈도 참 좋아요 :D아침 출근 직전에 투니버스 틀어놓고 꼭 에피소드 하나씩 보고 나가는게 요즘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무디 2009/08/05 23:23 #
직장인의 출근길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둘리라... 너무 좋습니다. ^^
루민 2009/08/06 00:00 # 삭제 답글
목소리가 변하면서 성격이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느껴진 캐릭터가 길동씨가 아닌가 합니다. 이재명 선생님의 길동씨는 사악한 계부 같았고... 이인성 선생님의 길동씨는 당시 극장판에서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웃긴 개그캐릭터가 됐는데 변영희님의 길동씨는 변영희님 특유의 목소리 칼라 때문인지 완전 소시민이 다 됐더라고요^^
무디 2009/08/06 12:01 #
그런 면에선 확실하게 제 자리를 찾은 셈이죠. ^^
엔보 자이젠 2009/08/06 09:16 # 삭제 답글
하하하 과거 2004년도인가 2005년도에 용신님께서 네이버 검색창에 1위에 오른적이 있었습니다^^약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21세기를 돌와봤을때 최고의 만화를 꼽자면 전 아직도 달빛천사 이것 같애요^^
무디 2009/08/06 12:01 #
주인공이 가수인 작품 중 아직 그만한 작품을 못봤으니까요. ^^
... 2009/08/06 20:42 # 삭제 답글
마이콜의 노래는 성우가 바뀌어도 중독이더라구요 ㅎㅎㅎ가요제에서 마이콜이 부른 그 노래가
장기하씨 노래와 느낌이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았죠.
최한님 노래부르시는 건 처음 들어봤는데
마이콜이라는 컨셉때문에 어중간하게 들렸긴 하지만
왠지 한 노래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무디 2009/08/06 21:02 #
그러게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만만치 않은 가창력의 소유자라던데... ^^;;;
류기 2009/09/28 00:52 # 답글
http://opencast.naver.com/AA532네이버 애니메이션 오픈캐스트에서 이포스트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픈캐스트 서비스는 구독자와 네이버자체시스템에서 랜덤적으로 뽑아서
제가 보내는 정보를 직접링크방식으로 받아보는 네이버의 오픈서비스 입니다.
직접링크로 전송되기 때문에 다른곳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페이지로 오게되기
때문에 스크랩개념이 아닌, 링크를 모아서 발송하는 개념입니다.
소개되는걸 원치않으시면 답글이나 쪽지로 말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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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둘리를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신작이 나온다고 해서 재미있게 본 사람중 한명입니다.
단지 아쉬운점이 SBS에서 오후4시편성을 하였는데 이건 완전 미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대체 어떤 아이가 어떤 학생이 어떤 어른이 오후4시에 SBS에서 하는 둘리를 볼 수 있을까요 ;
무디 2009/09/28 10:47 #
4시 편성은... 유아 및 어머니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죠.학원 별로 안가는 초등학교 저학년이 좀 포함될 거고요.
시청률에서 밀려나면서 6시 시간대를 뺐긴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는 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