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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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달군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가족 등급 영화 성적표 by 무디

2009년 여름 극장가는 앞에서 보면 ‘해운대’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뒤를 이은 ‘국가대표’도 5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우리 영화의 저력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 시각을 잠시 돌리면 올 여름엔 방학 특수를 노린 극장용 애니메이션들과 기존 미국 메이저 제작사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아마도 현재 가족 타겟에 가장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해리포터까지 가세해 불꽃 튀는 흥행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박스오피스 1,2위의 한국 영화 두 편이 무려 1,500만 관객을 쓸어 담고 있었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가족용 영화의 흥행 또한 사이즈가 축소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볼 때 올 여름 극장가는 한국 영화의 저력을 확인함과 동시에 방학 시즌엔 애니메이션과 가족 타겟 영화가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올 여름을 장식한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가족 타겟 영화의 흥행성적을 살펴보죠. 
(이어지는 내용은 길어서 접습니다)


가족영화의 왕자임을 새삼 확인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는 방학 전인 7월 15일에 개봉해 2,975,001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아쉽게 300만을 넘기지 못했지만 전작들에 비해 어둡고 내용이 재미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300만에 육박하는 성적을 올리며 가족 타겟에게 해리포터가 얼마나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지를 새삼 확인했습니다. 이 힘은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라 봅니다. 어지간한 가족 타겟 작품은 해리포터를 피하는 것이 흥행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은 방학 기간인 7월 29일에 개봉한 픽사의 ‘업(UP)’ 이 1,005,71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했습니다. 기존의 픽사 흥행에 비하면 다소 얌전한 흥행인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100만 고지를 넘어서며 체면은 차렸지만 분명 아쉬운 성적입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고루 집중할 수 있는 공감 있는 이야기와 애니메이션 특유의 표현이 잘 살아있고, 무엇보다도 더빙판은 이순재 선생의 연기로 분위기가 업(!)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업(UP)이 이번 여름 흥행에서 다른 영화의 흥행에 가장 영향을 받은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이 200만 넘는 대박 흥행을 하려면 가족 관람객 외에도 젊은 층들이 자리를 해줘야 합니다. 기존의 슈렉이나 쿵푸팬더의 경우가 그렇죠. 헌데 올 여름 ‘업’은 젊은 관객들을 ‘해운대’나 ‘국가대표’에 많이 빼앗겼을 듯 합니다. 거기에 더해 같은 시기에 개봉한 투니버스의 ‘명탐정 코난’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가족 타겟도 나누어가졌겠죠. 외형적으로는 100만이 넘는 흥행을 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작품들의 선전으로 인해 기대한 만큼 흥행성적이 못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업’이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른을 위한 동화였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어요.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지만 내용면에서 볼 때 타겟이 어정쩡한 약점이 있는 거죠. 이 또한 흥행에 영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업’ 다음의 흥행 성적은 8월 12일에 개봉한 ‘아이스에이지3 - 공룡시대’ 입니다. 짧은 2주 동안이었지만 720,108명을 동원했습니다. 아이들이 확실하게 열광할 단순하고도 엣지 있는 내용과, 기존 시리즈의 명성이 위력을 발휘한 듯 합니다. 하지만 2주차부터 흥행 단위가 팍 꺾였어요. 2주차엔 168,081명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이번 더빙판에서 ‘벅’ 역을 연기하신 성우 배한성 선생과 통화할 때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드렸어요. ‘내용상 분명히 흥행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인데, 너무 늦게 개봉한 것이 흠이다’ 라고요. 개학 준비 들어가면서 이제 가족 단위 관객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이미 개학한 초등학교도 많고요. 거기에 벌써 ‘해리포터’다 ‘업’이나 ‘코난’이다 하고 극장을 찾았던 가족이라면 신종플루도 유행하는 시점에 굳이 또 극장을 찾을 것 같지 않아요. 여러 사정이 있어서 늦게 개봉했겠지만 ‘아이스에이지3’는 100만 돌파가 힘겨울 듯 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운이 아닐까요?

그에 비한다면 올 여름 운 좋게 짭짤한 흥행을 한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투니버스의 ‘명탐정 코난 - 칠흑의 추적자’ 입니다. 픽사의 ‘업’보다 하루 늦은 7월 30일에 개봉했고, 나름 와이드 릴리즈였지만 ‘업’에 비하면 절반 수준의 개봉관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무려 638,346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수 주간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머무르며 많은 이를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나 좌석점유율로 보면 초 대박 영화인 ‘해운대’와 ‘국가대표’ 다음으로 3위를 꾸준히 유지해 코난 팬들의 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때문인가요? 지난 주엔 개봉관수가 ‘업’보다 더 많았습니다. 좌석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알짜배기 흥행이라는 이야기죠. 20만 관객만 동원해도 휘파람을 불 수준이었지만 무려 3배가 넘었습니다. 덕택에 작년 도라에몽 극장판이 세웠던 TV시리즈 극장판 흥행 기록인 31만 명도 2배로 갱신했습니다. 이러한 코난 흥행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현재 투니버스 채널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현재형 인기작인 동시에,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지며 10대에서 20대에 이르는 폭넓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밝혔듯 중학생 이상 관람객이 많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또한 최신 극장 판이라는 신선함 또한 흥행에 보탬을 주었을 겁니다. 아니 벌써? 할 정도로 빠른 시기에 더빙까지 해서 개봉한 순발력도 보탬을 주었겠죠. 헌데 이런 순발력 발휘하려면 담당연출과 번역작가, 오디오 엔지니어는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랍니다. 여기에 더해 부천영화제 참가 등으로 오프라인에서도 홍보를 이어나갔고, 채널에서는 특집편성까지 하면서 시청률과 홍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습니다. 거기에 ‘업’과 같은 시기의 개봉이 오히려 업에 악영향을 주고 코난은 방학 기간 내내 선전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생각하는 대로 다 이루어진 운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해리포터와 같은 7월 15일에 일찌감치 개봉한 ‘극장판 도라에몽 - 진구의 공룡대탐험’ 은 조용하지만 224,551명의 성적을 올리며 재미를 봤습니다. 비록 작년의 30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만 명이 넘었으므로 분명 나름의 이익을 챙겼을 겁니다. 다만 홍보가 너무 조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작년의 성공과 채널을 통한 인지도가 있는 만큼 별다른 홍보가 필요 없다 생각한 듯 한데 워낙 경쟁작들이 많은 시기여서 상대적으로 너무 조용해 보였습니다. 흥행은 성공한 편이지만 아마도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투니버스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마운 결과지만요. ^^a;;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워즈’도 뒤늦은 8월 12일에 개봉했습니다. 100개관 넘는 사이즈로 개봉했는데 흥행은 더딥니다. 현재 111,675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6만 흥행은 넘어섰습니다만 그때는 5개관에서 출발했죠. 시사회 때 굉장히 유쾌하게 감상했고, 내용으로 볼 때도 전작에 비하면 가족 관람객을 노릴 만 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기왕이면 중학교 이상의 타겟이 적절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이러다 보니 어정쩡한 시기인 방학 끝 무렵 개봉은 여러모로 도움을 주지 못한 듯 합니다. 차라리 비수기 때 애니메이션 팬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로 밀어붙였으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15만 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잘 만든 작품이라서 이런 초라한 성적이 너무 아쉬워요. 역시 운이 따라주지 않는 듯 합니다.


다소 아쉬운 흥행도 있었지만 해리포터의 거의 300만 관객과 업의 100만, 코난의 60만 흥행은 주목해야 할 듯 합니다. 여러 작품이 경쟁할 경우 하나, 혹은 두 작품만이 살아남았는데 이번 여름엔 예로 든 3작품 외에도 도라에몽까지 4작품이 나름의 흥행을 거두며 여름방학을 장식했으니까요. 그만큼 이번 여름은 애니메이션과 가족타겟 영화의 시장이 절대 작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시장 속에 우리 애니메이션이 한 편도 없는 아쉬움은 큽니다. 하지만 우리 영화가 보여주는 저력처럼 언젠가는 우리 애니메이션이 여름 시장에서 100만,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어봅니다.


덧글

  • 른밸 2009/08/27 19:11 # 답글

    해운대-국가대표 투스트라이커의 활약이 너무 컸습니다. 저 중에서 업, 썸머워즈는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워요. 저도 아직 못봤지만...코난의 열기야 부천영화제에서 이미 확인을 했고...국산 애니메이션은 언제쯤 등장할지...
  • 무디 2009/08/27 19:19 #

    업과 썸머워즈... 그렇죠? 시기를 잘 조절했다면 더 많은 분들이
    사랑해줄 수 있었을 텐데요...
    국산애니... 곧 나오겠죠. 나와야죠.
  • kbs-tv 2009/08/27 19:29 # 답글

    썸머워즈의 경우에는 좀 더 일찍 잡았어야 했습니다. 뭐..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쳐도;;
  • 무디 2009/08/27 22:32 #

    그러면 오히려 개봉관도 더 적었을 것 같아요. 경쟁이 심한 시점이니까요.
    차라리 더 늦게 비수기를 노려봤으면 어떨까 해요.
  • 러움 2009/08/28 09:35 # 답글

    덕분에 앞으로 코난의 국내개봉이 순조로우리라 믿어봅니다. +__+////////// 으학학//
  • 무디 2009/08/28 11:46 #

    네, 아무래도 코난은 내년엔 극장가에서 '대접' 좀 받을 듯 싶어요. ^^
  • 세헤라자데 2009/08/28 14:21 # 삭제

    근데 그 전에 말이죠..-_- 코난 다음 극장판 제작소식이 들리나요?
  • 무디 2009/08/28 16:38 #

    그 소식은 아직 제 귀엔 안들립니다만... ^^;;;
    일본에서도 흥행성적이 좋으니
    낙관적이지 않을까요?
  • 알트아이젠 2009/08/28 15:15 # 답글

    썸머워즈는 뜨거운 감자급의 논쟁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흥행성적이 좋지 않군요.
  • 무디 2009/08/28 16:39 #

    타이틀에 '썸머'가 들어간 탓에 어떻게든 여름에 개봉한 듯 한데...
    좀 더 여유있게 했으면 더 좋았을 듯 해요.
    일본에서의 성적도 체크하고, 혹 영화제에 나가서 '평'이 좋으면
    홍보에 사용하고 했으면 좀 더 이슈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미자 2009/08/29 22:33 # 삭제 답글

    영화 업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 성적에는 제목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업이라고 얘기를 꺼내면 업보의 그 업을 떠올리는 어른들······. 듣고도 기억을 못하는 아이들······. 뜻도 모르는걸요 뭐.

    영화 제목이 전혀 인상을 주지 못했거든요. 짧은데도 오히려 기억하기는 힘들고. 댕기는 게 없었어요. 영화를 금방 내리는 거 보고, 그게 다 업보다, 쌤통이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픽사 작품인데도 저도 올해는 통과했거든요.

    제목을 번역했다고 할 수도 없는 지경이고. 수입 영화에 붙이는 제목은 정말 많이 실망스럽니다.
  • 무디 2009/08/30 00:06 #

    '업'의 경우는 말씀하신대로 아이들을 위한 마케팅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작품성을 믿고 타겟을 높이 잡은 것 같은데...
    여하튼 결과는 생각보다 저조한 분위기죠.
    그래도...
    본 사람들은 모두 평이 좋을 겁니다. ^^;;;

    *P.S. - 수입영화 제목... 저도 아쉬울 때가 많아요. ^^;;
  • 세헤라자데 2009/08/30 03:28 # 삭제

    하긴...잘 모르는 영화일수록 제목보고 결정하기 쉬운데 달랑 한 글자 '업'만 극장에 내걸다니
    그것도 영어를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적은 것뿐이잖아요.
    제목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것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기도 하고요
    이것도 하나의 직역인가요-_-;;
  • 무디 2009/08/30 21:26 #

    직역...이면 '위' 겠죠. ^^;;; 오호호...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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