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107)
2009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명탐정 코난 극장판 – 칠흑의 추적자’가 많은 팬들의 열띤 호응으로 643,417명이라는 괄목할만한 스코어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미 2008년 4월 25개관으로 개봉한 ‘명탐정 코난 극장판 – 베이커가의 망령’이 12만 관객을 동원해 코난의 인기를 증명한바 있지만 바로 이듬해 와이드 릴리즈 배급을 하자마자 이런 성과를 거둘지는 아무도 몰랐죠. 한마디로 대성공입니다. 그리고 여름 극장가에 애니메이션이 경쟁력이 있음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물론 90년대 디즈니의 ‘인어공주’로부터 시작한 애니메이션 시장이 있습니다. 슈렉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냐고 물으실 분도 계실 텐데, 맞습니다. 슈렉도 애니메이션이죠. 헌데 이렇게 디즈니나 픽사, 드림웍스 같은 미국 거대 제작사가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극장가에서는 영화로 취급하는 분위깁니다. 그것도 흥행경쟁력이 강한 블록버스터 급으로요. 이런 애니메이션들은 더빙에 헐리웃 유명배우들이 참여하면서 마케팅도 배우들에 초점을 맞추곤 했죠. 선전문구만 보면 그냥 그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와 다를 바 없을 지경인 것이 많았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명탐정 코난 같은 작품은 TV에서 아이들이나 보는, 극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으로 취급하는 분위기였죠.
일본은 TV시리즈에서 파생된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이 때만 되면 극장에 걸리는 것이 공식화 되어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제작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그나마 대부분 오리지널이었습니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마리 이야기’와 ‘오세암’을 비롯해 ‘원더풀 데이즈’, ‘천년 여우 여우비’, ‘아치와 씨팍’ 등이 그 예죠.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일반 영화로 보는 시각에 맞춘 듯이, 아니면 마치 미국의 거대 제작사처럼, TV시리즈에서 파생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처럼 만든 오리지널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위에 예로 든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을 이유로 우리나라는 일본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리지널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지 말란 법도 없고, 만약 성공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분명 있으니까요. 그리고 TV시리즈에서 파생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모두 성공한 것도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너나 할 것 없이 TV시리즈부터 기획했겠죠. 그리고 일본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같은 오리지널 명작 애니메이션들이 있고, 높은 흥행성적을 올린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번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흥행 결과를 보면서 확인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TV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된 극장판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가족 관람객을 위주로 한 틈새시장에 가깝지만 제법 흥행을 노릴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죠. 심지어 미국 제작사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들과 동시에 개봉돼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올 5월에 개봉한 케로로 극장판 ‘드래곤 워리어’가 드림웍스의 ‘몬스터 대 에일리언’과 동시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21만 관객을 돌파했고, 코난은 픽사의 ‘UP’에, 인기 시리즈 해리포터에, TV시리즈 파생 극장 애니메이션인 도라에몽과 동시 경쟁하면서 64만 관객을 돌파하기에 이릅니다. 도라에몽 역시 2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고요.
오리지널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면 아마도 미국 오리지널 작품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봅니다. 또한 직접적인 비교도 피할 수 없을 거고요. 우리도 하고자 하면 미국 수준의 작품을 만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과 제작비가 문제죠. 만드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늘어난 제작비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에 비해 TV시리즈 파생 극장 애니메이션은 일단 제작비 부담이 적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캐릭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없을 테니까요. 거기에 마케팅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오리지널 작품은 새로 만든 캐릭터와 작품을 알리기 위해 적지 않은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TV시리즈 파생 극장 애니메이션은 이미 수개월간 마케팅을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것도 오리지널 작품은 TV에서 30초 광고하기도 벅찬 와중에 한번에 30분씩 광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죠. 캐릭터를 배우로 본다면 오리지널 작품은 신인배우, TV파생 극장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인지도가 있는 인기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스타마케팅을 통해 신인배우 급 캐릭터에 기존 인기 배우를 성우로 배치해 인지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마케팅비 혹은 캐릭터 개발비를 상승시키겠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 상승된 비용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이 커집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번 코난 흥행 수준도 ‘창작 애니메이션’이라면 평가가 달랐을 거라는 겁니다. 물론 60만을 넘어선 것은 창작 애니메이션으로도 좋은 흥행입니다. 하지만 실제 수익을 따져봤을 때 차이가 존재하죠. 명탐정 코난은 어디까지나 ‘수입물’ 입니다. 우리말 더빙을 하는 ‘제작비용’이 들어갔지만 창작물로 본다면 포스트 비용에서도 일부에 불과합니다. 음악 작,편곡 및 제작비, 사운드 디자인 비용이 빠진 상태이니까요. 게다가 창작 애니메이션이라면 수입 애니메이션보다 성우료 및 연출료가 더 상승합니다. 거기에 프리 및 메인 제작비용을 더한다면 60만으로 가져갈 수익이 수입물일 때보다 훨씬 줄어드는 것은 명확합니다. 여기서부터 다시 생각하면 창작 애니메이션인데 오리지널 작품이라면 여기에 캐릭터 제작비용에 보다 높은 마케팅 비용이 추가가 되니 부담이 얼마나 크겠는가를 보다 잘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창작애니메이션이 극장에 걸린 일이 없습니다. 헌데 바로 그 2년간 비록 수입물이지만 TV애니메이션 파생 극장판 들이 선전하면서 시장이 있음을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수입물을 통해 확인한 그 시장에 ‘둘리’ 처럼 현재 TV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우리 창작 애니메이션이 극장판을 제작해 뛰어들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작비와 퀄리티를 잘 조절해서 극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린 사례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꽤 오랫동안 외국제작 애니메이션들만이 우리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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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원영 2009/10/11 15:25 # 답글
극장 애니메이션의 흥행은 어찌보면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건강한 나무의 과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자체 컨텐츠 시장을 만들만한 인문학적, 문화적 토양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이 건강하게 자랄 새가 없고, 시장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니 그 과실이 열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 싶습니다.
조금 비관을 더해서 시장을 지배하는 이들의 의식이 변하기 전, 약 10년 이내에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의 토양이 갖춰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말해놓고도 참 씁쓸하네요..ㅠ
무디 2009/10/11 21:36 #
제대로 된 계기만 있으면 뭔가 이루어질텐데...영화에 비해서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뚜렷한 계기가 없어요...
그런데 2009/10/11 15:32 # 삭제 답글
유해한 만화영화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바람직한 한국사회가 왜 이렇게 좋은거죠.어서 일본을 비롯 여타 해외에서 유입되는 것마저도 전부 차단하고 웹하드와 다운로더에 대해 엄정히 대처해서
유해매체가 사회에 퍼지는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디 2009/10/11 21:36 #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자는 내용이면 아주 옳으신 말씀인데...행간의 분위기가 묘하네요... ^^;;;
미르누리 2009/10/11 17:05 # 답글
정말이지 좋은 작품들이 걸려 줬으면 하는.... 아 정말 할말 많은데..ㅠㅠ
무디 2009/10/11 21:37 #
아아... 그 심정 이해갑니다!
Merkyzedek 2009/10/11 19:12 # 답글
GMO 기르듯이 막 퍼붓는게 아니라. 좀 자연스레 경쟁시장이 형성되게 자근자근 지원을 해주었으면 하는 감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100억, 1000억 퍼붓는 대박 프로젝트가 아니라. 10억을 지원하더라도 10개, 100개 작품이 안정된 자본하에서 양산되는 것이 괜찮다고 봅니다.사실 듣자하니 물건너 시장도 빈익빈 부익부 및 소재고갈로 힘든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만.. 정책 역시 당장 얼마가 아니라 2~30년 기간을 두고, 중 장기 적인 정책을 세웠으면 해요. 수요층 적립도 필요하긴 합니다만. 거기까지 가면 너무 글이 길어지기에..
무디 2009/10/11 21:38 #
저도 Merkyzedek님 말씀에 공감합니다.100억짜리 하나보다는 10억짜리 10개가 더 절실해요.
세헤라자데 2009/10/12 03:45 # 삭제
그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대찬성!
무디 2009/10/12 09:31 #
공감하시는군요. ^^
비인 2009/10/11 19:30 # 답글
어렸을 때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을 정말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무디 2009/10/11 21:38 #
상당히 잘 기획되었고 성과를 거둔 작품이죠.그 이상의 성과가 나온다면 국내 애니시장에도 계기가 마련될 텐데요...
☆犬夜叉☆ 2009/10/11 20:29 # 답글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급히 만들면 절대 불가능합니다.이쪽 계열에 제작자가 있어야 하고
극장판 영화를 만들어 봐야 하고
한번에 성공이 될 확률이 적은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한번 해서 실패하면 두번은 좀 힘드니까....흠...계속 굴레처럼 돌고 돌고~
무디 2009/10/11 21:39 #
그렇죠... 아픈 현실이죠... 쩝...
asdasda 2009/10/11 22:26 # 삭제 답글
일단 시나리오부터 재밌어야죠. 한국은 시나리오를 너무 캐무시함. 그러니 재미없지.
무디 2009/10/12 09:27 #
당연히 그게 기본인데 말이죠.
practice 2009/10/11 22:47 # 삭제 답글
그냥 결론부터 놓고 보자면 재미가 없었네요.85년생으로 태어나서 이제껏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을 TV 앞에서 접했다고 자부 할 수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가 없었습니다-_- 업계에 계시니 잘 아시겠지만 90년대를 수놓은(?) 국산 애니메이션은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환경을 소재삼아서 난리부르스를 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개중에 가장 인상에 남았던 라젠카도 결론은 환경보호였죠.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중에 제일 가능성 있었던 것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2010 원더키디라고 하겠습니다. 차라리 그렇게 제대로 컨셉 하나 잡고 파는게 났지 돈만 쏟아부어서 헤메고 있으면 돈 다떨어지고 남는건 저퀄리티의 애니메 뿐이죠.
우리나라 업체들의 선전을 바라지만, 재미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봅니다.
무디 2009/10/12 09:29 #
원더키디... 훌륭한 작품이지요.극장용으로 제작된 '망치'도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못만들었지만, 잘만 만들었으면 성공했을 '원작'으로 생각되서였죠.
카이크리트 2009/10/11 22:56 # 답글
천만관객 넘는 영화를 보면 생각하는게과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면 천만명이 넘었을까요?
무디 2009/10/12 09:30 #
영화도 천만 단위를 셈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까...애니메이션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는 있겠죠. ^^;;;;
Lady_W 2009/10/11 23:56 # 답글
저는 원더풀 데이즈를 손꼽아 기다렸다가 넋놓고 봤었죠. 그마저도 개봉관이 얼마 되지 않아서 멀리까지 찾아가 봤지만요;_;정말 한국은 너무 빠른 결과를 바라는 듯....
무디 2009/10/12 09:30 #
꾸준함보다는 화끈함을 더 강조하죠. ^^a;;
dasdas 2009/10/12 09:40 # 삭제 답글
윗분 말대로 한국애니중에서 재밌는건 원더키디 하나뿐이네요...
무디 2009/10/12 10:21 #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죠. 둘리 극장판도 재미있었고그 옛날 태권브이도 있잖아요? ^^a;;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태권브이를 보기 위해 대한극장과 중앙극장 앞에
수백미터 줄이 늘어섰던 때를요...
저도 엄마 손 잡고 서있었죠. ^^
지사모모집 2009/10/14 03:58 # 삭제 답글
제가 기억하기로 영화계가 붐을 일으킨 계기가 '쉬리' 덕분이었어요.~그 작품이 우리나라 영화도 볼만하다라는 인식을 퍼뜨렸죠.
우리나라도 그런 계기가 필요하다는 데 동감합니다.!!!
무디 2009/10/14 14:12 #
네, 예전에 '원더풀데이즈'가 그런 기대를 듬뿍 안고 있었으나...살짝 재앙이 됐죠... 흑...
쇼코라 2009/10/14 14:45 # 답글
그러고보니 바다의 전설 장보고 재밌게 봐서 이거 극장판으로 리메이크 해줬으면 좋겠다는 잡담을 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근데 이 애니 생각보다 인지도가 낮나 봐요. 국산 애니에서 '캐릭터 모에'가 가능할 만큼 잘 만들었다 생각했건만.
무디 2009/10/14 16:19 #
그랬군요. 저는 장보고 하면 오히려 주제가들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a;;
2009/10/15 20:0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무디 2009/10/16 10:14 #
네, 애니메이션은 분명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실제 이를 상영하기 위해선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지나가다 2009/10/16 09:14 # 삭제 답글
바리공주나 소중한 날의 꿈은 언제나 나올련지.. 투니버스도 코코몽 극장판 한 번 만들어 보심이 어떨련지요?^^;
무디 2009/10/16 10:13 #
그러게요. 언제 그런 기회가 올까요?
류기 2009/10/17 06:06 # 답글
http://opencast.naver.com/AA532네이버 애니메이션 오픈캐스트에서 이포스트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픈캐스트 서비스는 구독자와 네이버자체시스템에서 랜덤적으로 뽑아서
제가 보내는 정보를 직접링크방식으로 받아보는 네이버의 오픈서비스 입니다.
직접링크로 전송되기 때문에 다른곳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페이지로 오게되기
때문에 스크랩개념이 아닌, 링크를 모아서 발송하는 개념입니다.
소개되는걸 원치않으시면 답글이나 쪽지로 말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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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에서 본듯한 느낌이 드는 글인데... 뉴타입에서 연재하시나봐요 ㅎㅎ...
왠지 어디서 만이 봤던 캐릭터다 했는데... ^^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
위에분, 바리공주는 프랑스에서 투자중단으로 무기한중단, 소중한 날의 꿈은 2009년 여름이 목표였으나 2010년으로 미루어졌다고 합니다 ^^;
무디 2009/10/17 17:21 #
뉴타입에 9년째 칼럼 연재 중입니다. ^^바리공주 소식은 들었지만 소중한 날의 꿈 소식은 몰랐는데 고맙습니다.
아 2009/10/19 15:39 # 삭제 답글
어디서 본 글이다 싶더니만 뉴타입에서 봤던 글이었군요!
무디 2009/10/19 16:01 #
뉴타입 독자이신가보군요.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