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9 – 뻔뻔하고 흥미로운 작품 영화감상기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합니다. 영화의 주된 설정을 맨 앞에 아주 뻔뻔스럽게(?!) 턱 펼쳐놓은 뒤 절묘한 전개와 편집구성으로 사실감을 초반부터 확 끌어올립니다. 이후 펼쳐지는 주인공의 악전고투는 스케일은 작을지 몰라도 큰 흡입력이 있습니다. 거기에 작품 전반에 흐르는 블랙유머가 더해지면서 간만에 신선하고 재밌고 생각할만한 영화를 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피터 잭슨이 강조되어 있지만 제작을 했고 감독은 신예 닐 블롬캠프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블롬캠프의 장편 데뷔작이고요. 꼭 얼마 전의 나인(9)을 연상하게 합니다. 심지어 나인과 마찬가지로 디스트릭트9도 감독이 만들었던 단편을 토대로 장편을 만들었다고 하니 말이죠. 헌데 나인은 장편화되면서 오히려 지루해진 느낌이 있지만 디스트릭트 나인(9)은 시작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잘 만든 장편입니다.

 

별다른 사전지식 없이 관람했는데, 그야말로 도입부부터 한방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외계인 수용소 극비’… 이런 단어 정도를 주워듣고 간 상태였는데 왠걸요? 처음부터 거대한 우주선이 떡(!)하니 등장하는데 이게 남아프리카 상공에 나타나 멈춰선지 20년이 넘었다나요? 개인적으론 뻔뻔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과감한 설정인데, 다큐멘터리 편집 기법을 이용한 다양한 인터뷰들이 이야기를 전개함과 동시에 복선과 결말에 대한 궁금증까지 빠른 속도로 섞어 전달해주면서, 이 뻔뻔스러운 설정이 어딘지 모르게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되더군요. 또한 주인공 비커스 역의 샬토 코플리의 발군의 연기가 사실감을 극대화합니다. 스타급 배우가 맡은 주인공은 마케팅에 도움을 주고, 이렇게 덜 알려진 배우가 맡은 주인공은 캐릭터의 사실감을 높여주는 이점이 있는 것을 고려해도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할 정도로요.

 

몇몇 장면과 설정은 좀 삐걱거리는 면이 있긴 합니다. 주인공의 무모할 정도의 폭주도 살짝 캐릭터에서 벗어난 느낌이 있었고, 오랜 세월 움직이지 않던 우주선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설정도 앞뒤가 살짝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살짝 의아한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려다가도 바로 고정하고 집중하게 될 정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힘과 속도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권력의 이면과 이기심, 인종차별을 외계인과 엮은 고차원의 블랙유머는 이 영화를 SF정치스릴러라 부르고 싶게 하더군요. ^^

 

성인등급인데 인체손상 장면이 많아서일 겁니다. 외계인들의 무기에 맞으면 사람이 그냥 하고 터져버리거든요. 하드고어 수준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화면에 피 많이 흐르는 거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곧 익숙해지더라고요. 물론 잔인하다고 싫어하실 분도 있겠죠. 하지만 영화를 본 분들은 느끼실 겁니다. 잔인한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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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ONG10 2009/10/23 15:59 # 답글

    고어 영상은 피터 잭슨의 취미일 가능성이 높지요.
    (최고의 호러... 아니 코미디 영화로 꼽는 고무인간의 최후, 데드 얼라이브를 봐도......)

    그리고 주인공 배우는 단편 버전에서 경찰관 역으로 나왔다더군요.

    그럼 이만......
  • 무디 2009/10/23 16:08 #

    그럼 피터잭슨이 자기는 위치와 체면 때문에 구사하기 힘든 취미를
    신예 감독에게 대신 구현하게 한? ^^ 진짜 그렇다면 재밌겠어요.
  • 알비레오 2009/10/23 17:00 # 답글

    이렇게 실감나는 외계인 영화는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잔인한 장면들도 뭐랄까... 단순히 잔인하다기 보다 그것이 던져주는 진실의 무게에 짓눌리는 기분이랄까요. 말씀하신 대로 영상 자체 보다도 그 상황에서 유추되는 인간 내면의 잔인함이 더 컸죠.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이었던 건 알 태워죽이기... (...)
  • 무디 2009/10/23 17:08 #

    아아... 그렇습니다. 알 태우는 장면은 저도 매우 거시기했었죠. ㅜ ㅜ
  • 잠본이 2009/10/23 22:10 # 답글

    사실 단편 버전은 세계관만 제시하고 그냥 끝나는 거였거든요. '짐바브웨 난민+남아공 빈민=외계인' 딱 이정도로 보여주는 거고 실질적인 스토리는 없음.

    그거야 어떻든 주인공 연기력은 정말 신의 경지
  • 무디 2009/10/23 23:09 #

    오호... 그렇군요. 그렇다면 굳이 단편을 찾아볼 필요는 없을 듯 하군요.
    나인의 경우는 단편을 찾아볼 이유가 있던데 말이죠. ^^
  • 잠본이 2009/10/23 23:33 #

    http://www.spyfilms.com/#neill_blomkamp/alive_in_joburg
    참고로 그냥 훑어보실 정도는 됩니다. =]
  • 무디 2009/10/24 22:35 #

    캄사합니다! 잠본이님 덕분에 경험치가 늘게 됐어요. ^^b
  • 방랑자 2009/10/24 12:52 # 삭제 답글

    작년에 다크 나이트에 버금갈만했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흡입력이더군요.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더라고요.
    그런데 배급사가 트라이스타더군요. 로고송이 90년대 MBC뉴스데스크 예고편에 나왔던 그 노래;;;;
  • 무디 2009/10/24 22:37 #

    그러게요. 작년 다크 나이트 볼 때 처럼 정신없이 몰입해서 봤군요. ^^
    로고송...은 기억나지 않아요. 제가 둔감한 건지... 늙었는지... 헉...
  • 바금 2009/10/25 11:44 # 삭제 답글

    오~ 다크 나이트에 버금갈 영화라~
    문제는 잔인한 장면을 못 본다는 거;;;;;;;;;
    까짓거 그냥 눈 몇 번 감아주고 말까요?ㅋㅋㅋ
  • 무디 2009/10/26 10:38 #

    잔인한 장면이... 뭐랄까? 아케이드 오락실에서 괴물과 싸우는 게임 수준?
    괴물들 총으로 쏘면 터지고 그러잖아요. 그런 수준이에요.
    견딜만 하실 것 같습니다. ^^;;
  • Laphyr 2009/10/25 23:51 # 답글

    주인공 연기력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말 더듬기, 표정 연기 등이 너무나 실감나서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 무디 2009/10/26 10:40 #

    그렇죠? 덕택에 영화보는 재미가 정말 배 이상이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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