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연령의 자녀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면 어떤 애니메이션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바로 디즈니의 명작들이 떠오릅니다. 90대를 장식한 ‘인어공주’나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등은 물론이거니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피터팬’이나 ‘신데렐라’ 등 고전들도 있겠죠. 헌데 이런 디즈니 작품이 아닌 우리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불행히도 이것은 선택이라기보다 기억해내야 하는 수준입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이 숫자도 적고, 또한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죠. 하지만 2003년에 개봉한 ‘오세암’ 만큼은 절대로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니, 그 수준이 아니라 우리 자녀들의 감성을 위해 DVD등으로 꾸준히 이어지길 바랍니다.
오세암은 2003년 개봉당시 관람한 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마케팅과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극장 측의 몰이해로 인해 소규모 개봉관과 짧은 상영기간 동안 관객들을 맞이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 시점에선 매우 안타깝기 그지없는 성적으로요. 특히 지난 수년간 여러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나름의 성적을 거두면서 극장가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 인한 가족관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에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오세암은 국내 흥행 실패 이후 이듬해 제28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그랑프리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는 잊혀져가고 있었죠.
고 정채봉 선생의 동화원작으로 만든 ‘오세암’은 내용 면에서 일반적인 흥행성을 갖춘 작품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슈렉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인들까지 환호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슬픈 동화 애니메이션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고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오세암에는 남매간의 애틋한 정, 부모가 없지만 꿋꿋한 아이들의 의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 그리고 너무나 눈물 나는 죽음까지 많은 드라마 요소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을 가족이 함께 봤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고, 부모 또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 자연의 모습을 정말 맛깔스러운 색감으로 표현하여 외국의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영상을 보여주는 것 또한 매우 가치가 있죠. 작품의 배경은 설악산 백담사와 관음암인데 작품을 감상하고 가족여행을 통해 실제 배경을 방문하는 것은 그야말로 산교육이 되리라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애니메이션’ 만이 할 수 있는 힘이겠죠.
인터넷서점을 뒤져보니 아직 ‘오세암’ DVD가 판매 중입니다. 어지간한 책 한권 가격보다도 싸게 구입할 수 있더군요. 자녀들에게 권할 동화책을 주문할 때 ‘오세암’도 같이 장바구니에 넣으시는 센스 있는 부모님이 되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덧글
헌데... '각색 위엄이 생겼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저는 잘 이해가 가질 않네요.
평소 안쓰는 말이라서 그런가? 음...
작가님의 언급은 아마 막판에 관세음보살 등장 장면..이 아닐지.
(...그래도 언뜻 왜 그 용어인지 이해가 좀...)
우리말인데...
짐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 좀... ^^;;;
제가 보기엔 10세 이하의 아이와 부모들이
가장 적합한 타겟인 듯 합니다.
그 중간에 끼인 분들은... 자신 못합니다. ^^
그 부분만 빼놓고는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ㅎㅎ
살짝 아쉬움을 토하긴 했어요. (언론 시사회 때)
갑자기 기억이 나네요.
다른 것 보다. 김서영 성우분은.. 꼬마애가 녹음한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성우분인 걸 알고 멍했던 기억이 있네요. 나중에는 투니 더빙작 리본에서 나왔었죠? ^^;;;
김서영 씨가 남자아역 목소리의 기준을 새로 제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재미없을줄알았는데 상당히 볼만했어요
지금 스토리 외우라면 줄줄 읊을정도로 감명이...
그때나이가 ... 초딩때 ..
지금은 고3이니 많이지났네요 ㅋ..
확실히 . 어렸을때는 암것도 몰랐던거같네요.
나이들어서 보니(고3이 이말해도되나 ㅋ ) 감동이더군요 ㅠ
나이 많이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