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극과 오우삼. 8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 이어진 소위 홍콩영화 전성기를 지켜봤던 이들에겐 인기배우 못지 않은 존재감의 감독 이름입니다. 나란히 헐리우드에도 진출할 정도로 확실히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감독들이죠. 이 두 감독의 작품이 연이어 개봉했고, 각각 유덕화와
적인걸과 검우강호 두 작품을 모두 본 소감은… 소소한 재미는 검우강호 쪽이 더 있다는 데 한 표를 던집니다. 일단 적인걸은 스케일이 있어요. 중반까지 추리와 무술대결을 섞은 구성도 흥미가 생깁니다. CG가 좀 튀는 게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저질 수준은 아니기에 전 괜찮게 봤습니다. 여전한 유덕화도 좋고, ‘정아’ 역의 이빙빙이 눈에 띄더군요. 날카로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연약한 듯한 느낌을 매우 잘 살렸습니다. 가녀린 등을 드러낸 에로틱한 장면(…마치 천녀유혼의 장면을 연상시키는…!)에서는 살짝 숨을 멎게도 하더군요. 양가휘, 유가령도 이름값을 하고요. 전체적인 배우들의 연기 좋고, 이야기도 흥미가 있고, 스케일도 있습니다. 다만… 중반을 넘어갈수록 묘하게 지루해집니다. 특히 결말이 좀… 미적지근해요. 극장에서 돈 주고 볼만한 수준임엔 틀림이 없으나, 끝까지 만족하기엔 3%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비해 ‘검우강호’는 끝까지 몰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파국을 향해 치닫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또 간만에 소품처럼 작지만 촘촘한 무협을 만난 기쁨을 줍니다. 산을 무너뜨리고 강을 가르는 절정 무공과 내공 전수 등 스케일 큰(?!) 무협 소재가 없습니다. 여러 정파와 사파가 총출동하는 스케일도 없고요. 대신 보다 사실적인 무공과 캐릭터 설정이 돋보입니다. 좀 더 드라마가 강화된 무협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잘 만든 무협이라면 꼭 갖춰야 할 최후 대결의 당위성과 긴장감이 제대로 나왔습니다. 아쉬운 점은…
두 작품 모두 감독 이름값에 먹칠을 하지 않는, 기준 이상의 작품입니다. 극장에서 보고 만족하기엔 조금씩 부족함이 있고요. DVD나 VOD관람이라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겁니다. 그럴 경우 아기자기한 면이 강한 검우강호가 더 재밌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군요. 적인걸의 경우 스크린을 떠나면 그 스케일이 많이 깎일 테니까요. ^^
*P.S.- 요즘 스케줄이 좀 바빠서... 글을 자주 못쓰네요. ㅜ ㅜ 이 두 영화도 본 지 꽤 됐는데, 이제서야 묶어서 글을 써버리고 있군요. 흑...
덧글
아 문화생활 할 짬이 안나는 것 같습니다ㅠ
한방에 끝나는 영화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