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129)
지난 7년간 투니버스 대표 캐릭터 역할을 수행해왔던 케로로가 시즌7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고자 침략에 침략을 거듭해왔지만 케로로 같은 외계인은 처음이었죠. 건담 프라모델에 푹 빠지질 않나, 집안일을 잘하지 않나 기타 등등 정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이후 가장 귀여운 외계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케로로 캐릭터는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았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한 출퇴근길에서 핸드폰 액세서리로 변신(?!)한 케로로 소대를 자주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머금곤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끝이라고 하니 정말 섭섭한 마음이 크게 밀려옵니다. 7월 11일엔 마지막 녹음이 있었습니다. 7년간 공명해온 케로로 소대 성우들과 PD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했습니다. 늦은 시각까지 모두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 있는 모습에서 그간의 정과 이별의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시금 이 자리를 빌어서 그 동안 수고한 성우진과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또 변함없이 케로로를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께도 더 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케로로는 방송과 동시에 곧바로 주목 받았습니다.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했죠. 작품 자체의 재미가 뛰어났고, 프로모션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고, 기타 등등 많은 원인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캐릭터와 거의 동일시 된 성우들의 열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내 최고의 성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야말로 빈틈없는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 케로로 성우진입니다. 초창기 연출을 맡은 석PD가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지상파 M본부 모 프로그램에서 성우특집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투니버스의 시영준 씨와 이용신 씨가 출연했죠. 프로그램 중간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나오고 한참 인기있던 ‘케로로’ 이야기가 나오자 진행자였던 박미선 씨가 반색을 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성우들이 즉석 연기를 하자 캐릭터 이름까지 대면서 맞장구 치던 모습도요. 유명MC까지 성우들의 목소리를 기억할 정도로 케로로 성우진들의 목소리 연기는 그야말로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각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모든 성우가 다 공이 있지만 그 중 콕 집어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역시 주인공 케로로 역의 양정화 씨가 될 것입니다. 케로로 역은 몇몇 후보 성우들을 모아 오디션으로 정했습니다. 오디션으로 수입 애니메이션 성우를 정할 때는 원작국가 성우의 스타일이 많이 참조되곤 합니다. 헌데 양정화 씨가 케로로 역으로 정해진 것은 일본 성우와의 유사점이 아니라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오디션을 진행했던 석PD의 말에 따르면 양정화 씨가 연기한 케로로는 일본어판과 달리 무언가 비굴한 요소가 가미되어 더욱 재밌게 들렸다고 합니다. 결국 결정부터 한국어판만의 개성이 고려되었고 그 개성은 케로로를 더욱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기본 요소가 되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죠. 양정화 씨의 경우 이전에도 주연을 많이 한 투니버스 대표성우 중 한 명이었으나 케로로가 워낙 알려진 탓에 한동안 케로로 성우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녹음 후 있은 쫑파티 날, 기념(?!)으로 공명 한번 해보라는 선배 성우 정미숙 씨의 요청이 있자 망설임 없이 공명 선창을 하는 양정화 씨의 모습은 그야말로 케로로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나머지 4명도 모두 공명에 동참했고, 늦은 저녁 시간, 분당 모 식당 안에 케로로 소대의 라이브 공명 공연이 펼쳐지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동영상으로 녹화를 못한 것이 후회될 정도입니다.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희귀 동영상이 됐을 테니까요. 여하튼 성우들이 캐릭터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케로로는 시청률 면에서도 같은 해에 방송 시작한 나루토와 함께 투니버스를 이끄는 양대 산맥이었습니다. 또한! 주제가 측면에서도 나루토와 함께 투니버스를 대표하고 있었죠. 주제가의 양은 역대 최고로 많습니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오프닝, 엔딩을 그야말로 꼬박 꼬박 제작했으니까요. 1기 오프닝인 ‘케로로 행진곡’은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죠. 원투, 타이푼, 거북이, 웨일 등 인기 가수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고, 양정화, 이용신 등 주인공 성우들의 노래도 화제가 됐습니다. 케로로 주제가의 특징은 ‘재미’와 ‘실험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오프닝 쪽에서 케로로의 재미를 표현하고 있다면 엔딩 쪽에서는 케로로의 독특한 세계관을 반영해 실험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사실 엔딩도 처음엔 흥겨운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중반 이후부터 스타일과 가사의 측면에서 파격적인 시도가 이루어졌죠. 후반부엔 저도 참여했는데, 당시 마음가짐이 이러했습니다. ‘케로로인데 못할게 뭐가 있나?’ 어찌 보면 막가겠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 싶다는 거였죠. 그렇다고 해서 심의에 걸릴만한 욕설 등을 가사에 담은 적은 없습니다. ‘아… 이런 가사도 가능하구나’ 싶은 설정이었죠. 네? 그건 제 생각일 뿐이라고요? 뭐 느낌은 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부디 예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7년간 사랑을 듬뿍 받은 케로로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만났습니다. K본부의 개그프로그램에 소재로 등장하는 것 정도는 그냥 평범한 일일 정도로요. 투니버스가 방송한 프로그램 중 최초로 극장에서도 선보인 작품이 케로로이기도 합니다. 첫 개봉 당시 적은 개봉관 수에도 뜨거운 반응이 있자 그 다음해부터 100개관 이상의 와이드 릴리즈로 많은 팬들에게 다가갔고, 많은 가족팬들의 사랑을 받았죠. 그런가 하면 케로로 이름을 딴 음료수와 제과류도 등장했고 특히 케로로 빵은 수년간 히트상품으로 군림했습니다. 그뿐일까요? 디지털 캐릭터로도 변신해 미니홈피 상품으로도 등장했죠. 한마디로 아나로그와 디지털 모두를 섭렵한 최초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케로로는 온라인 게임으로도 개발되어 또 다른 생명을 얻었습니다. ‘케로로 파이터’ 와 ‘케로로 팡팡’ 은 많은 고정팬을 확보한 인기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고, 멀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케로로 게임이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는데, 케로로는 방송을 끝내며 온라인 게임으로 남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새로 선보일 게임은 RPG게임입니다. 그야말로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누리는 케로로를 직접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준비 중인 거죠. 아마도 방송에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없는 아쉬움을 상당부분 충족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7년은 꽤 긴 시간입니다. 첫 방송 때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제 딸내미가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까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방송을 봤다면 지금은 대학생이죠. 한 세대를 풍미한 애니메이션 한편이 다시 역사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케로로가 있어서 즐거웠고, 아마도 오랜 시간 케로로를 기억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굿바이, 케로로 소대!
- 2011/08/04 22:00
- 뉴타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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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comments
덧글
굿바이 케로로...
// '...입니다'도 괜찮은.. 아니, 오히려 더 멋진 번역이었는데...
고려는 하는데... 장담은 못합니다.
수많은 일본 영상관련 패러디물이 등장한 케로로가 국내방송됐다는게 너무 고마운 일이에요.
중간에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패러디도 나왔었지요...
그래도 이만큼 재미를 주고 말끔하게 끝나니 뭔가 시원섭섭합니다.
케로케로케로케로...
아름다운 케론별도 영원하기를!
혼자봐서 죄송!
방에서 나오시다가 들으시곤 [개구리 만화 또 보냐] 라고 하시곤 했었죠.(웃음)
앞으로 재방송도, 잘 부탁드려요 ㅜ_ㅜ 아직도 놓친 주옥같은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아요~ 우히~
벌써 7년이군요. 트위터를 통해 7년이란 사실을 깨달았지만 아직도 7년이라고 하면 벌써..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 웃으며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말이죠..
장수만화라고 믿었던 케로로, 아따맘마가 끝나서 슬퍼요
캐릭터에 빠진 거의 유일한 애니였는데~
고생많으셨습니다
그닥 고생은... ^^
그건 안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