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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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143)

 요즘 영화계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을 수상한 것이 제일 화제죠. 그야말로 열악한 환경을 딛고 세계 제일로 인정받은 쾌거이니 정말로 대단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피에타의 수상을 계기로 영화제작에 대한 지원을 3배나 늘린다고 하니 이 또한 가뭄의 단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잘 만들기만 해서 끝이 아니죠. 김기덕 감독도 수상 이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문제를 삼은 것은 극장상영과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만들면 뭐하나? 상영할 곳이 없는데’ 라는 것이죠. 올해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올려봤기에 김기덕 감독의 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요즘 극장가… 정말 정신 못 차릴 지경이니까요.
 
 5월 말에 ‘썬더일레븐 GO’ 극장판을 개봉했을 때였습니다. 1주차가 지난 뒤 바로 상영기회를 거의 박탈당하다시피 했습니다. 성적이 많이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억울한 감정까지 들었지만 극장가에는 ‘썬더일레븐 GO’ 말고도 상영할 영화가 넘쳐나고 있었죠. 무엇보다도 힘있는 신작들이 스크린 수를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다 보니 정말 우겨 넣을 공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7월 중순에 개봉한 ‘명탐정 코난’도 올 여름은 꽤 고전했습니다. 코난의 경우 이미 지난 3년간의 성과가 있기에 극장가에서도 어느 정도 대접을 받는 작품입니다. 해서 초반에는 남부럽지 않게 시작했고, 방학이 아닌 것을 고려한다면 괜찮은 오프닝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헌데 2주차에 들어서자마자 상영관 수가 반 토막 아래로 내려가버립니다. 코난과 같은 날 개봉한 ‘다크나이트 라이즈’ 와 일주일 뒤 개봉한 ‘도둑들’의 기세에 그야말로 밀려난 형국이었죠. 뭐 주변의 다른 영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순간 우리나라의 극장가는 마치 2개의 작품만 상영하는 분위기가 되었죠. 그로 인해 2주차부터 코난 상영관이 적다는 항의성 문의를 접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코난은 이어진 방학기간 동안 어느 정도 상영관을 유지했고, 높은 좌석 점유율을 보이며 50만을 넘기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지난 3년 간의 60만 흥행보다는 못하지만 태어나 처음 보다시피 한 극장상황을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선전했다고 할 수 있는 성적이죠.
 
 다크나이트와 도둑들의 광풍 속에 소리 없이 사라져간 작품들이 한 둘이 아닌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산 애니메이션인 ‘파닥파닥’ 입니다. 만 명을 조금 넘긴 초라한 성적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통계 자료를 자세히 보면 상영기간 동안 극장 수가 50개관을 넘어가질 못했습니다. 또한 하루에 기껏해야 한 번, 혹은 두 번만 상영한 탓에 하루 상영회수는 가장 많았던 날이 80회에 불과합니다. 정말 신경 써서 찾아보지 않으면 접하기 힘든 상황인 거죠. 물론 파닥파닥 자체가 관객을 동원할 만한 흥행성을 갖추진 못했습니다. 예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죠. 사실 흥행성이 있다면 극장수가 적어도 좌석 점유율이 높습니다. 예전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같은 경우는 적은 극장 수에도 나름의 흥행 성적을 거두기도 했죠. 파닥파닥의 좌석 점유율은 10%대… 저조하긴 합니다. 타겟이 높게 만들어졌기에 여름방학보다는 비수기에 개봉하는 것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여름을 택했습니다. 만약 파닥파닥이 여름에 개봉하지 않았다면 올 여름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없이 지나갔겠죠. 그런 대표성을 가지고 개봉을 했으나… 극장가의 시장 논리에 묻혀버렸습니다.

 극장은 무조건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를 많이 상영하려고 합니다. 최대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죠. 언뜻 생각하기엔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한데 그렇게 한 두 편 영화에 몰아주는 게 더 손해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흥행은 냉정합니다. 되는 영화로 승부를 거는 것이 정석이지요. 아마도 데이터로 봐도 맞을 겁니다. 사실이 그런 탓에 모든 것을 극장에 맡겨두면 결국 이 독과점적인 상황은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쯤 되면 앞에서 언급한 영화 지원기금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지원을 받아 잘 만들어진 영화가 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어야 순환이 되는데 흥행을 하지 못할 경우 그냥 쏟아 붓는 상황만 있을 테니까요. 그럴 경우 지원도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극장 상영은 결국 완성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파는 시장 같은 것인데, 상영관이 없다면 물건만 만들었지 장사할 방법이 없는 것. 그렇다면 국가적인 지원이 상영까지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국산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정말 기본적으로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작년 ‘마당을 나온 암탉’의 성공이 추억으로 끝나지 않게 이어줘야 합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이제 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된 이유는 베니스 영화제 수상,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일침(?!) 때문이겠죠. 영화제 수상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의 호시심을 자극했고, 김기덕 감독의 귀국 후 기자회견은 극장가로 하여금 피에타 상영관을 유지하게 하는 배급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장기 상영으로 인해 이제는 좌석점유율이 상당히 떨어진 영화 ‘도둑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기록 갱신을 위해 다른 영화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음을 언급했죠. 도둑들 같은 경우는 시장논리를 벗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퇴장해야 하는데 계속 버티고 있죠. 처음에는 태풍급 위력으로 주변 영화들을 초토화시키고, 힘이 다 빠진 지금도 버티고 있으면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려면 기본적으로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어야나 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럴 경우 국산 애니메이션은 일단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가서 수상을 하고, 그 이후부터 국내 상영을 해야겠죠. 뭐랄까, 일단 하늘의 별부터 따온 뒤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의무적, 강제적이란 단어를 매우 싫어하지만 현재의 극장가라면 어느 정도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국산 애니메이션과 예술 영화들을 기본적으로 ‘보호’ 할 수 있는 저변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겁니다. 전용관 확대 등은 예전부터 나오던 것인데요, 이를 강제적으로 하지 말고 극장 쪽에도 이에 따른 보상을 해주어야겠죠. 그러기에 나라에서 힘을 써주어야 할 것입니다. 골목 상권을 보호해야 하듯이 말입니다. 도둑들과 몇몇 국내 영화의 흥행성공을 가지고 언론에서는 우리 영화가 잘나간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그림자 속엔 많은 눈물이 숨겨져 있죠. 현재의 극장가는 그야말로 대박 아니면 쪽박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보여지고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힘없이 쪽박이 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지금도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작품들이 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제작비 지원을 넘어 상영의 기회까지 말입니다.

*P.S. - 9월 중순 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시점이 차이가 있죠. ^^


덧글

  • 링고 2012/10/09 12:39 # 답글

    제작부터 상영까지 도맡는 회사가 없다면 상영도 어려운 모양이군요. 상영관의 문제도 있지만 영화관에 안 가도 TV에서 공짜로 틀어주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고놈 참 맛나겠다가 3개월 정도 만에 TV에 방영하는 걸 보고 굉장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영화관에서 보고 온 사람은 호구?!

    소극장 같은 곳은 틀어줄 영화가 없어서 야단인데 그런 쪽으로도 애니메이션이 보급되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 무디 2012/10/09 12:40 #

    소극장을 이용한 전용관 등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저도 있습니다.
  • 태엽이 2012/10/09 13:36 # 답글

    상영관은 정말 고질적인 문제지요.
    소극장 전용관 의견 찬성합니다.^^
  • 무디 2012/10/09 14:53 #

    같은 생각이시군요. ^^
  • KITUS 2012/10/09 13:56 # 답글

    진짜 화가나는 건 다른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헐리우드 애니가 아니라면 (픽사-드림웍스) 일본이던
    유럽이던 순수 국산 창작이던 아예 극장에 안걸린다는 겁니다;; 극장이랑 배급사랑 끼리끼리 놀아서
    천조국 출신의 빵빵한 물량으로 만들어진 것 아니면 아예 안걸어주니 우리나란 '작품성 좋으면 사람들이
    와서 본다!'라는 법칙이 안 통하는 나라로 불린다는 거예요;; 딴 나라들처럼 애니메이션만으로도 몇 백만
    관객이 보려면 좀 이런 게 풀려야하는데;; 50년 안에도 힘드려나요;;
  • 무디 2012/10/09 14:53 #

    5년 안에는 바꿔야죠. 일단 마당을 나온 암탉이 스타트는 좋게 했는데...
    이게 올해 이어지질 않네요...
  • 나르사스 2012/10/09 14:44 # 답글


    조카들 데리고 코난 보려고 고생한게 눈에 선합니다 ^^. 소극장 전용관 찬성합니다.
  • 무디 2012/10/09 14:54 #

    저런요. 올해 코난 챙겨보기 힘드셨죠!
    내년엔 좀 더 분발하겠습니다!
  • 나르사스 2012/10/10 14:22 #

    그래도 코난은 어른들이 봐도 좋은데다 PD님이 워낙 잘해주셔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쏙쏙 들어오네요^^
  • 무디 2012/10/11 21:09 #

    더빙연출은 김의진PD가 수고했습니다.
    전해줘야겠네요. ^^
  • 나인테일 2012/10/09 16:15 # 답글

    극장은 그냥 극장 하고 싶은대로 놔 두고 VOD 서비스 쪽을 좀 뚫어보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거기는 개봉관 숫자 문제로 접근이 제한되지도 않으니까요.
  • 무디 2012/10/09 22:25 #

    IP TV및 케이블 쪽의 VOD는 극장 동시 개봉 형식으로 아직 상영 중일때
    개시했습니다. 반응도 좋았고요!
  • 흑여울 2012/10/09 19:35 # 답글

    이번에 코난 목동, 공항 cgv랑 메가박스 쪽 상영일이 10일도 안되서 못봤는데 ㅠ

    저도 소극장 전용관 찬성합니다 ㅎㅎ!
  • 무디 2012/10/09 22:25 #

    서명운동이라도 할까요? ^^
  • 레지스터 2012/10/22 20:46 # 삭제 답글

    오늘 관련기사도 나왔더군요. 개봉관을 싹쓸이해서 천만관객이 돌파했네 어쩌고 해봤자 상처뿐인 영광밖에 더 되나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무디 2012/10/24 13:43 #

    캄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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