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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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성우?!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145)


 요즘 영화배우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성우 장광님은 그야말로 베테랑 성우입니다. 데뷔년도가 1978년입니다. 이미 성우생활 30년을 훌쩍 넘긴 상황이죠. 헌데 바로 이 시점에서 성우 장광이 아닌 영화배우, 그것도 씬스틸러(scene stealer)로 인정받으며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마다 크레딧에 이름이 오르고 있습니다. 천만 영화 ‘광해’에 이어 ‘내가 살인범이다’에도 출연했고, 곧 개봉할 ‘26년’과 ‘음치 클리닉’에도 주요 조연으로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특히 26년에서는 전직 대통령을 연기하는데, 이미 오래 전 S본부 드라마에서도 같은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습니다. 머리 숱이 적은(^^) 것이 비주얼적으로 많이 고려되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탄탄한 연기력이 받혀주고 있기에 이렇게 지속적인 러브콜이 들어오는 것이겠죠. 지금도 가끔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성우가 아닌 일반 인기 연예인들이 더빙에 참여할 때 ‘성우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이슈가 되는 일이 있는데 이 경우는 반대의 경우죠.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뒤에서 오직 목소리로 승부하던 성우가 카메라 앞에 서서 온몸으로 연기하는 상황입니다. 혹시 왜 성우가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영역을 침범하냐며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야 내심 성우편이지만(^^) 광의적으로 ‘연기’를 놓고 보면 결국 배우연기도, 성우연기도 같은 뿌리이기에, 적절한 영역침범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 연기를 할 때 성우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목소리 연기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전달력이죠. 제가 아는 모 성우 분이 처음 사극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어 첫 대본 리딩에 참석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대본 리딩 자리이니 다들 대본을 들고 자기 대사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는데, 모 성우 분이 대사를 읽자 다들 주목하는 분위기가 되었다더군요. 이런 분위기였겠죠. ‘누.. 누군데 대사가 저렇게 좋지?’ 어느 정도 활동을 하는 성우라면 매일 꽤 많은 양의 대사를 실제로 연기해야 합니다. 늘 실전을 하는 상황이기에 단련이 되어 있고, 한번 쓱 대사를 읽기만 해도 공력을 발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약점이 존재합니다. 비주얼이 약한 것?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남미녀 주인공이 아니고 조연 쪽이라면 ‘미모’보다는 ‘개성’이 중요할 것이고, 캐스팅을 했다면 그에 맞게 했을 것이기 때문에 ‘생김새’가 약점은 아닐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여러 성우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것을 모니터 했는데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시선처리’ 였습니다. 오디오 연기, 즉 대사는 단연 출중했고, 얼굴 표정도 준수하게 표현했지만 시선처리… 즉 눈 연기에서는 모자란 부분을 많이 목격하곤 했습니다.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것이, 성우들은 항상 대본과 모니터를 보면서 연기를 합니다. 얼굴 표정이나 손짓, 발짓은 오디오 연기를 할 때도 같이 사용하면서 집중을 하는데 눈은 향상 대사나 모니터를 보기 때문에 연기에 동원되지 않습니다. 그런 탓에 시선처리가 익숙할 수가 없었겠죠. 그리고 이 시선처리가 유연하지 않으면 어딘지 모르게 약해 보이거나 불안해 보이곤 합니다. 그런 탓에 이런 약점이 보이는 성우 분들은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죠.

 성우와 연기를 겸하고 있는 김기현 님이나 조동희 님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오랜 시간 병행해왔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성우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오래 활동한 탤런트로 알 정도죠. 하지만 두 분 모두 자신들이 성우 출신임을, 그리고 현역 성우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당당하게 밝히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 모범 케이스라 하겠습니다. 이후 성우 활동을 위주로 하던 중견 성우 분들이 겸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성공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가장 안착한 분은 이종구 님이시죠. 라디오 드라마 시절부터 훌륭한 성우 연기를 보여주신 것으로 유명하신데 짧은 단역부터 시작하시면서 계속 주목을 받고 점점 분량을 늘려가서 지금은 완전히 겸업 연기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양한 역을 소화할 수 있는 마스크와 초반부터 안정된 시선처리를 보인 점. 그리고 출중한 오디오 연기력으로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의 영역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뒤늦게 겸업을 하여 성공한 첫 케이스일 겁니다. 당분간 이만한 성공이 보기 힘들다고 생각할 무렵,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일이 나옵니다. 사회적으로 주목 받은 영화 ‘도가니’로 장광 님이 첫 영화 출연에 엄청난 인지도를 확보하게 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앞서 말했던 90년대에 드라마에 잠시 출연한 적이 있긴 하지만,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는 이가 드물 겁니다. 아마도 녹음 관계자들이 아니면 알지 못할 터이니 그야말로 중년 신인 영화배우가 혜성같이 등장한 케이스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종구 님과 달리 중견 성우 출신이면서 매우 강렬한 영화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장광 님의 연기 관련한 여러 기사가 뜰 만큼 언론의 주목까지 받으면서 말이죠.

 사실 도가니를 극장에서 보면서 마음 한 켠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광 님이 하신 역할이 워낙 공분을 살만큼 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쌍둥이 연기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연기했고, 쌍둥이 연기를 구분하는데 노련한 오디오 연기가 뒷받침되었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쌍둥이 모두가 악역이었고, 한 영화에서 2배로 악한 이미지를 심는 결과가 나오게 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정말 화려한 데뷔이긴 한데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남아 이후의 활동에 제약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마구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이미지를 한방에 바꾸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천만 영화 ‘광해’에서 바로 도가니와 180도 다른 온화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멋지게 소화해냅니다. 이렇게 좋은 운도 없다 싶을 정도가 아닐까요? 단 2편의 영화로 장광 님은 자신의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음을 정말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광 님의 연기를 사고자 하는 영화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성우의 일반 연기 데뷔 중 가장 주목 받는 성공을 거두고 안착 중인 첫 케이스 탄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찍부터 병행하셨던 김기현 님이나 조동희 님의 경우는 작은 배역부터 천천히 시작해왔고, 경력이 쌓인 후 배역이 커지며 주목을 받았죠. 정말 장광 님 같은 일은 다시 나오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장광님의 성공을 단지 운이 좋아서라고 하기엔 그 동안 닦아온 내공이 너무 높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부터 더빙까지 오랜 세월 오디오 연기를 단련해왔고, 틈틈이 연극 무대에도 출연하곤 했습니다. 연극을 통해 시선, 표정, 몸 연기까지 감각을 유지했던 것이 아마도 영화배우로서 안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오디오 연기를 통해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한 내공이 역시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 보입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중년 나이인데 개성이 한번에 드러나지 않아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나왔을 때 1순위로 캐스팅하는 성우가 장광님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어떤 연기도 소화해낼 수 있는 오디오 연기 스펙트럼을 갖춘 준비된 배우였던 거죠. 개인적으론 장광님이 더 유명해져서, 국산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빙 때 유명 배우 급 대우를 받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아마도 그런 때가 왔을 때 성우의 위상이 다시 한번 주목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진심으로 한번 기대해보렵니다!



덧글

  • 밥상뒤집기 2012/12/15 22:23 # 답글

    장광님 요즘 활약상은 성우팬으로썬 훈훈하기까지합니다.
    다만 영화쪽 일이 많아지시면 성우활동은 줄어들지않을까하는 그런 걱정이 조금은 있다지요..
  • 무디 2012/12/17 09:48 #

    얼마전 나루토 질풍전에 지라이야가 회상씬에 나오자
    바로 오셔서 임무 완수하셨습니다. ^^
  • 테인 2012/12/15 22:31 # 답글

    은신의 귀재 영감님역이셨군요...!
  • 무디 2012/12/17 09:48 #

    하하하 그런 표현도 가능!
  • 카이크리트 2012/12/16 01:03 # 답글

    성우로 데뷔하다가 배우로 활동하는 분들 꽤 많죠
  • 무디 2012/12/17 09:49 #

    네, 더 계시죠.
  • 잠본이 2012/12/16 01:23 # 답글

    어떤 악역으로 나오시더라도 저분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꾸 티몬 얼굴이 생각나 뿜길듯 합니다(...)
    티켓몬스터 말고 라이온킹의 그 티몬(...)
  • 무디 2012/12/17 09:49 #

    그렇죠. 그리고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는 '조커' 이시기도 했습니다.
    참 다양한 역을 하셨죠.
  • mithrandir 2012/12/16 04:33 # 답글

    예전에 성우에서 탤런트로 간 케이스가 은근히 많기도 하고,
    일본의 경우도 극단 출신의 성우들이 꽤 있죠.
    어차피 성우와 배우는 겹치는 부분이 많기에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무디 2012/12/17 09:49 #

    계속 응원해드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 rumic71 2012/12/16 15:55 # 답글

    3김시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 무디 2012/12/17 09:50 #

    아, 네...! ^^
  • aLmin 2012/12/16 19:11 # 답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징기스칸 미션에서 들었던 대사가 떠오르네요.

    "몽고인이다! 도망가지 않으면 죽는다!"
  • 무디 2012/12/17 09:50 #

    게임에서도!!!
  • aLmin 2012/12/17 13:01 #

    스타2에서도 들으실 수 있어요. ㅎ

    "어이, 촌놈. 새로 보여줄 게 있다네. 불곰이야. 아주 무지막지한 놈들이지."
  • 무디 2012/12/19 19:23 #

    그렇군요. ^^
  • 삼별초 2012/12/16 22:06 # 답글

    성우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셔서 브라운관에서 보여지는 연기도 전혀 어색함이 없더군요
    혼을 실어서 연기하시는 성우분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ㅎ
  • 무디 2012/12/17 09:50 #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 태엽이 2012/12/18 10:14 # 답글

    성우분들 정말 좋은데, 요즘 자막미드가 많아져서 활동영역이 좁아지셨죠;;

    알파스 같은 경우엔 더빙도 괜찮을거 같은데..
    더빙과 자막 양쪽 방식으로 미드의 방송 방식이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 무디 2012/12/19 19:24 #

    네, 저도 그랬으면 합니다. ^^
  • 권밝은동이 2012/12/18 14:16 # 삭제 답글

    오랜만입니다 무디님^^ 안그래도 어제 26년을 보고 왔습니다.
    웹툰을 오래전에 본터라 내용도 가물 가물하고 포털 사이트에 평점이 양극단을 달리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화원작이 어떤 식으로 연출 되었는지도 보고 싶기도 했었구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정말 멋진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장광님도 계신다는 것이
    한명의 대한민국 성우팬으로서는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목소리 연기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계시는 장광님과 김기현님 이종구 님과 같은 성우출신 연기자 분들이 좀더 많이 다양한 컨텐츠속에서 등장하여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위치로 거듭나는 것 또한 한국의 더빙환경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조정해 줄 수 있는 Voice Director의 역할도 더욱더 발전 되어야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무디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P.S 아 그리고 무디님께서 올려두신 보이스 디렉터와 관련된 글이 실려있는 프로페셔널 애니메이터즈 노하후13을 손에 넣었습니다!^^ 네이버로 검색해봐도 살수가 없었는데 마침 신촌에 있는 알라딘을 갔다가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감격에 감격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 애니메이션은 없다라는 평론책을 하나 구매했는데, 이 또한 열심히 읽어보려 합니다. 언젠가 한국의 애니메이션과 스토리가 세상에 뻗어 나갈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 무디 2012/12/19 19:24 #

    책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거의 잊혀지다시피 했을 텐데... ^^
  • 레지스터 2012/12/19 13:27 # 삭제 답글

    간만에 반가운 글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기사에서 장광님 성우출연작을 적을 때 근작이 없는 게 좀 아쉬웠네요. (외화는 토치우드, 삼국지, 애니메이션은 나루토..)

  • 무디 2012/12/19 19:25 #

    그랬나요? ^^;;;
  • 플리즈 2012/12/29 09:18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늘 성우들이 같은 연기자라고 해도 배우에 비해 좋은 대우나 대접을 받은 게 사실이니까요. 이렇게 성우분들께서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다면 한국 연기자들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듯 합니다.

    성우들은 발성이나 목소리, 배우들은 표정이나 눈빛연기가 장점인데 성우들이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활발히 활동한다면 배우들에게도 좋은 연기를 하는데 영향을 줄 것도 같습니다!
    특히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해외와 비교해서 좋은 예를 찾기가 힘드니 말이죠....;; 거의 손 꼽는 것이....
  • 무디 2013/01/01 22:46 #

    우리나라 배우들도 목소리 연기 좋은 분 많습니다. ^^
    특히 이번에 가디언즈 더빙은 생각보다 잘 됐더라고요.
    솔직히 보면서 놀랐답니다.
  • KIRI 2012/12/30 23:56 # 답글

    정말 장광 성우님 처럼 영상 매체를 통해서 비춰지는 성우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저는 그런 성우가 되고 싶고. 성우계의 대개혁을 일으키고 싶네요! ^^
  • 무디 2013/01/01 22:46 #

    네, 열심히 하세요!!
  • 제인도어 2013/01/06 13:05 # 삭제 답글

    저는 성우도하고싶고 뮤지컬배우도하고싶은데
    하나에집중해야할것같아서 무엇을 택해야하나 고민하고있었습니다.
    이글을 읽고 장광님과같은 분들을 보면서 내공만 갈고 닦으면 언젠가 기회만 된다면 꼭 이룰수 있다는 확신이드네요
    많은 도움 감사합니다^^
  • 무디 2013/01/12 15:23 #

    무슨 말씀을요~
  • Gascan 2013/01/10 19:25 # 답글

    도가니 보고 겁나 욕했는데
    ;;;;
  • 무디 2013/01/12 15:23 #

    그럴만한 연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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