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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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 조로리 성우교체 무리수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152)

 최근 성우 관련한 이야기들이 제법 시끌시끌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아쉬운 것은 좋은 내용으로 시끌시끌한 것이 아니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는 점입니다. 시작은 모 개그프로그램에서였죠. 성우들의 주 영역인 더빙작업을 ‘더빙이란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 이라고 말했는데 이게 참 미묘한 점이 있습니다. 사실 개그의 소재엔 제한이 없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흔히 농담으로 말하듯 웃자고 하는 건데 진짜로 덤비면 곤란하기도 하죠. 어느 정도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고, 그래야 재미있는 풍자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헌데… 풍자라 하면 아무래도 권력이 있는, 하지만 비판할 만한 사람이나 사건이 그 대상일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겁니다. 약자를 대상으로 풍자를 한다...면 그건 풍자보다는 비난에 가까워질 소지가 다분히 있습니다. 또한 결점이나 모순적인 내용을 비꼬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내용을 소재로 할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 또한 있죠. 개그프로그램 사건은 그 두 가지를 다 넘어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 중 상대적으로 약자로 생각되는 성우들을 대상으로, 그리고 소재가 더빙이 입이 맞지 않는다는… 결국 성우들이 제대로 더빙을 못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었죠. 몇몇 성우 분들이 더빙 작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더빙과 입이 따로 논다는 것이 얼마나 업에 대한 이해가 없고, 또 관련자들에게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에 대해서 온라인 상에 직접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해서 제가 다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저도 더빙 관련 일을 오래 해왔던 바 성우 분들과 같은 생각이니까요.

 개그프로그램에서의 성우관련 이야기가 커지다가 이제는 최근 개봉한 극장판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 으로 불이 옮겨 붙었습니다. 극장판 더빙에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이제 그냥 일상적인 일이 돼버렸지만 이번 조로리의 경우는 차원이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죠. 바로 수 년간 TV시리즈를 통해 주인공 조로리 목소리 연기를 한 기존 성우를 대신해 더빙경험이 일천한 개그맨이 연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이 아닐까 싶은 사건입니다. 이번 조로리 극장판을 수입, 배급한 업체는 모 일간지 기사 인터뷰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는 스타가 출연하지 않으니까 언론노출이 어렵고, 연예인 티켓 파워가 없으면 극장에 걸리지도 못한다’ 라고요. 한편으로 보면 현재 극장가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면이 있습니다. 스타가 없거나 알려지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상영 극장을 잡을 기회조차 제대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 주인공 성우를 연예인으로 바꾼 것이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하기엔 변명이 궁색합니다. 홍보와 상영관 확보를 위해 연예인이 필요하다면 극장판에 새로 등장한 캐릭터를 연예인에게 맡겨도 되겠죠. 1명 밖에 없어서 수가 모자란다고 하면, 그 1명을 보다 인지도 높은 이를 섭외해서 커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들이 2명씩 나온다고 꼭 짝 맞춰서 섭외할 필요가 없죠. 보다 정교하게 마케팅 계획을 세우면 1명이냐 2명이냐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 봅니다.

 수입사가 성우교체라는 무리한 수를 쓰게 된 것은 당연히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리고 그 수익은 아마도 극장에서보다는 요즘 활황인 IP VOD를 통해서 올리려 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어차피 VOD로 수익을 올릴 거면 무엇 하러 극장 개봉에 연예인 기용까지 하며 힘을 쓰는가 하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VOD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바로 극장개봉입니다. 그리고 극장개봉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개봉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야 한번에 만원씩 하는 ‘동시개봉’ 서비스를 진행할 수가 있고,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또 어떤 분들은 만원씩이나 지불하고 누가 VOD를 보겠나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헌데, 예상을 뒤엎고 동시개봉 서비스의 인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인기 작품은 오히려 동시개봉 서비스가 이후의 단가를 낮춘 서비스보다 수익을 더 올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러다 보니 이번 조로리를 수입한 배급사에서도 수익 극대화를 위해 나름의 용단을 내린 거겠죠. 연예인을 쓰지 않고 간신히 개봉만 한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선 수지가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말이죠. 사업적으로만 본다면 나쁘지 않은 판단입니다. 그러나 작품 자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인공 성우 교체라는 악수를 두는 오류를 범했죠.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차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개봉 전 예고편을 통해 기존 주인공 성우 대신 들어간 개그맨의 수준 이하의 목소리 연기를 듣고 많이 어이없어 했죠. 그리고 그 결과는 역대 최저가 아닐까 싶은 네티즌 평점이 여실히 보여줍니다. 13일 현재 네이버 평점은 1.23 다음 평점은 0.3 입니다. 얼마나 점수를 안 줄 수 있는 지, 그 한계를 향한 듯한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이번 조로리 성우 교체 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성우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 합니다. 투니버스를 통해 3기까지 시리즈가 방송되어 주인공 캐릭터와 성우 목소리가 일치된 것에 대해 아무런 존중이 없었다는 거죠. 무려 170여 편을 공들여 녹음한 주인공 성우의 목소리를 그냥 무시해도 되는 수준으로 여긴 겁니다. 비교할 만한 예로… 올해 4월에 일본에서 개봉한 극장판 코난의 경우에도 성우가 아닌 연예인이 더빙에 참여했습니다. 주인공 코난 성우 대신? 그럴 리가요. 극장판에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한 명을 담당했죠. 기존 코난 팬들에게도 전혀 누가 되지 않으면서 기존 팬들을 넘어서 어필할 수 있는 캐스팅이 아닐까 합니다. 조로리의 경우도 이러한 선택으로 가야 했습니다. 이미 늦어버렸지만요. 결과는 일간지에까지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좋게 포장하기도 바쁜 와중에 나쁜 소문이 그야말로 쫙 퍼진 셈이죠. 그리고 나름 와이드 릴리즈를 했으나 극장 성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나름 인기 개그맨 2명을 기용했으나 3만 명 넘기가 숨에 찰 정도로 기대 이하의 성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작비며 홍보비가 웬만큼 들었을 터인데 일단 극장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고, 이를 VOD에서 만회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으니 VOD 흥행 또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위기 상황이 성우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비롯됐다는 것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만약 성우 교체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제법 되고, 주변에서도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았다면 힘들게 작업하고 있는 수백 명 성우들의 사기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우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기억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야말로 반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조로리 사건을 계기로 여러 애니메이션 수입, 배급 업체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단지 연예인들의 지명도만 생각하지 말고, 작품과 어울리는지, 더빙을 진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연기력이 있는지도 세심하게 살폈으면 합니다. 일찍이 저는 퀄리티만 괜찮다면 연예인 더빙도 괜찮다는 의견이었고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정말 아니죠. 아마도 가장 최악의 연예인 더빙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글

  • 안녕하세요 2013/07/08 20:05 # 삭제 답글

    인식의 변화가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표현의 자유라지만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지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더빙과 관련되어 질문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짱구는 못말려13 은 더빙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무디 2013/07/09 11:35 #

    짱구 신작은 더빙 진행하고 있겠죠. ^^
  • 누디 2013/07/08 20:18 # 답글

    이건진짜.....................ㅠ.ㅠ
  • 무디 2013/07/09 11:35 #

    네...
  • 네리아리 2013/07/08 21:06 # 답글

    정말 모 개그프로그래의 발언자제가 저열 그 자체더군요
  • 무디 2013/07/09 11:35 #

    좀... ^^;;;
  • GaRaM 2013/07/08 23:17 # 답글

    한 마디로 말해서 정말... 연예인 더빙작 중에서 가장 최악의 퀄리티였습니다.(...)
    만약 투니에서 틀어준다면 TV시리즈의 성우진 그대로 모셔와서 재더빙됐으면..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이번 칼럼, 정말 속 시원하게 잘 꼬집어주셨습니다!
  • 무디 2013/07/09 11:35 #

    감사합니다.
  • 유릿페 2013/07/10 12:01 # 삭제 답글

    이번 조로리 극장판의 경우는 연예인 기용도 문제긴 문제지만 이 출현한 개그맨이 자신이 일하고 있는 개그콘서트 드립을 써먹어서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등의 원작훼손도 심각한 수준이더하구요 ㅠ
    이번 사태로 인해 극장판 애니매이션의 연예인 기용에 대해 배급사가 좀 정신차리고 좀 안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것보다 요새 투니버스 편성 좀 어떻게 해주시면 안되나요? 옛날 온미디어시절부터 항상 팬들 사이에서 안좋은 소리만 듣고 있는 편성부이기는 한데.. 요즘들어 너무한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구작인 짱구나 아따맘마의 경우는 하루에 4시간씩 편성을 하면서 신작들은 일주일에 고작 본발 4시간만 편성하고 또 탐험드리드랜드의 경우는 그 본방시간도 잘하다가 종방도 안했는데 중간에 2주동안 편성에서 제외시키더라구요=_=
    (웨딩피치 파트1까지는 진짜 재방 한번없이 본방만 했었습니다;;;)

    아무리 광고수입때문에 시청률이 중요하다지만 어떻게 신작들을 재방도 없이 본방만 틀어주는지 해도해도 너무 하다 싶더라구요 ㅠ.(지금은 여름방학시즌이라서 그런지 좀 나아지긴 했더라구요.. 근데 원래부터 방학시즌에만 편성이 그나마 나아졌던게 전통이잖아요ㅠ)

    무디피디님 제발 부탁입니다. 투니버스가 자랑하는 PD분들의 연출 능력과 투니성우극회분들의 멋진연기를 썪히지 말아주세요 ㅠㅜ

    제발 짱구같은거만 하루에 4시간씩 편성하지 마시고 신작들을 좀 그 시간대에 편성해 주세요. 본방도 도중에 중단 하지말고 끝까지 틀어주세요 ㅠㅜ (마지막 2화 남았는데 그거 끝까지 안틀어주고 본방 편성 없앤건 정말 살다살다 처음봅니다;;)
  • 무디 2013/07/10 13:44 #

    관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늘 말씀드리지만...
    편성 관련한 것은 제가 개인 블로그에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도 안되고요.
    이해부탁드립니다.
  • 유릿페 2013/07/10 14:26 # 삭제 답글

    저도 이렇게 무디님 블로그 까지 찾아와서 이런글 올려선 안되는건 알고 있습니다만 ..
    투니버스 홈페이지 가서 문의를 해도 답변 조차 없고.. 전화로 문의 해봤자 들어주지도 않고 그래서요 ㅠ
    아무튼 답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의 어린시절을 풍족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__)
    옛 투니버스가 정말 그립네요 ㅠ

    저 한가지만 여쭤 봐도 될까요? 투니버스 애니뮤직 모읍집인 WE 시리즈 있잖아요
    4집은 내놓을 계획 없으신가요? 네이버 뮤직 스토어 가보니 그동안 판매 정지 되어 있던
    we1~3집이 다시 판매 재개 중이라 혹시나해서요 ..
    무디PD님께서 직접 개사해주신 주옥같은 노래들 원음으로 꼭 듣고 싶어요 ㅠ
  • 무디 2013/07/15 10:32 #

    WE 앨범이 신곡으로 나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전 앨범들의 경우... 재고들을 다시 판매하는 모양이군요.
    그래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그러하다 생각하면
    여전히 고마움이 솟아납니다.
  • 레지스터 2013/07/16 12:22 # 삭제 답글

    스토리와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소위 때깔좋은 겉모습(호화 캐스팅이라든지..)에만 치중하는 현 세태를 갈아엎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 이어질겁니다.
  • 무디 2013/07/23 09:23 #

    워낙 경쟁이 심한 탓에 벌어지는 현상인데...
    참 마땅한 답이 없죠...
  • 2013/07/28 00:52 # 답글

    요즘은 애니도 죄다 자막 방영이고 더빙도 보기힘든데 이렇게 극장 상영마저 전문 성우가 아닌 연예인들이 다 해버리네요....게다가 이번 조로리는 정말 그냥 할말을 잃게 하더군요
    분명히 티비에서 완벽하게 더빙 방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들은 흥보라는 핑계를 대면서 개그맨들로 바꿔버리고 기존 주연 성우는 조연으로 바꿔버리는 일이라니 ㄱ-;;;;;;;;

    작품에서의 높은 완성도를 바라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 무디 2013/07/29 14:07 #

    완성도보다는 초기 마케팅을 중시하기에 일어나는 일들이지요.
    바꾸어서 생각하면...
    완성도를 크게 보지 않는 생각도 저변에 깔려있는 듯 합니다...
  • 갓삐 2013/08/09 16:38 # 답글

    한국 성우환경은 변하기 힘들거같네요
  • 무디 2013/08/09 17:19 #

    어떻게든 좀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바라고 있는데...
    아직은 출구가 팍 보이지 않습니다.
  • 하지만 VOD 수익을 2014/05/21 16:59 # 삭제 답글

    하지만 VOD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바로 극장개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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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디 2014/05/22 13:37 #

    그건 상식이지요. 당연하기도 하고요.
    다만... 이렇게 비판받으며 개봉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올해 개봉하는 조로리 극장판은 성우가 원상복귀했더군요.
    아무래도 이때의 부담이 컸었던 모양입니다.
  • 스파이디 2015/07/22 19:22 # 삭제 답글

    옳으신 말씀이세요.
    그리고,중간에 나왔던 브라우니개그는 극혐 그자체였습니다.
    다음극장판인 공룡알을 지켜라에서는 기존의 조로리성우셨던 김정은씨로 복귀한게 그나마 다행이죠.
    대대대대모험때 김정은씨께서 일본판 조로리와 조론드론 성우이신 야마데라 코이치처럼 1인 2역을 맡았으면은 훨씬 좋았을텐데요.ㅠㅠ
    언젠가,투니버스에서 김정은씨로 재더빙해주기를 기다리고있습니다.
    만약에,김정은씨로 재더빙하시면은 신보라가 맡았던 아리우스도 다른여자성우분으로 재더빙하실꺼에요?
  • 유니펫 2015/11/19 12:44 # 삭제 답글

    김정은 씨와 스텝들이 그간 공들여 정립해놓은 '조로리'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어린이들에겐 이미 스타라는 걸 왜 몰라주는 걸까요...?
  • 쌀과자 2019/08/06 11:17 # 삭제 답글

    결국 자기 돈긁개에 자기 발이 찍힌 꼴이 된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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