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157)
13년 10월 28일… 정말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나루토 질풍전’ 투니버스 오리지널 주제가들이 정식 음원으로 출시됐습니다. 2008년에 선보였던 이승열 씨의 ‘풍운’과 카라의 ‘나비’, 그리고 2010년에 선보인 권기욱 씨의 ‘결의’ 와 유정석 씨의 ‘justice’ 까지 모두 4곡입니다. 이 소식을 알리면서 받은 질문이 아직까지 정식 출시되지 않은 곡들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 글을 통해 이런 저런 어려움에 대한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시대적으로 보면 일본문화 개방 이전과 이후가 크게 나뉩니다. 일본 문화 개방 전은 사실 일본 콘텐츠를 TV로 선보일 수 없는 상황인데, 애니메이션은 예외였죠. 단, 그림까지 수정을 가해 ‘한국화’하여 방송했습니다. 아예 국산인 것처럼 만드는 것이죠. 이때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도 판권 판매로 매출을 올리는 것에 만족할 뿐 작품 전개에 대해 이런저런 간섭을 하지 못했습니다. 해서 주제가 등을 방송사가 임의대로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간혹 음반으로 발매하여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 끝 무렵을 장식한 대표적인 것이 투니버스 주제가 앨범인 WE시리즈였습니다.
하지만 일본문화가 개방이 되고부터는 원 저작권자의 관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주제가를 한국식으로 새로 만들고자 해도 원 저작권자의 허가를 득해야 했고, 만들었다 해도 이를 다시 사업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업(음원 발매 등)으로 인한 수익 배분 시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필요 없다며 거절당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런 사례가 나오면서 한동안 변칙(?!)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주제가를 새로 만들 시 가수 측이 같이 투자하는 형태로 하고 권리를 가수 측에 넘겨 음원 출시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몇몇 곡이 그렇게 발표되었는데, 이후에는 이마저도 문제가 야기되어 일본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는 한은 결국 음원으로 선보이지 못하는 것이 기정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나루토 질풍전의 경우는 어떻게 해서 가능한가 하고 궁금해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나루토 질풍전은 좀 특수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인 ‘나루토’를 통해 선보인 주제가들은 음반 및 음원으로 선보인 사례가 있음에도 질풍전은 제때 선보이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질풍전의 경우는 위에서 설명 드린 큰 정황에서의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나루토 질풍전 방송을 결정했을 때 제작 쪽에서는 당연히 주제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 기획사와 접촉하면서 꽤 큰 사이즈로 말입니다. 이미 인기 절정이었던 버즈의 민경훈을 기용해 만든 주제가들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놓은 지라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헌데… 방송 판권과 주제가와 관련된 것은 따로 협상해야 하는데 방송일정까지. 주제가 관련한 권리를 풀기 힘들다는 현업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모 기획사와의 연계도 불발되면서… 나루토 질풍전 주제가 관련 프로젝트는 완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아예… 일본 주제가를 번안하는 수준에서 그칠 지까지 논의할 정도로요.
갑론을박 끝에… 비록 음원 권리를 풀기는 어렵지만 주제가 만큼은 다시금 힘을 주어 만들자는 결론을 내리고, 상업성 보다는 음악성으로 승부하자고 방향을 정했습니다. 여기서 ‘상업성’이란 인기 있는 가수를 영입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이렇게 해서 준비한 것이 이승열 씨의 ‘풍운’과 카라의 ‘나비’ 입니다. 특히 이승열 씨의 곡은 이승열 씨가 직접 작곡,편곡까지 담당해 자신의 개성을 십분 살리면서도 제작진이 제시한 나루토 질풍전의 내용을 제대로 녹이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애니 주제가 명곡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카라의 나비는… 신인 시절 카라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죠. 당시만 해도 대단히 열심히 주제가 작업에 임했는데, 이후 바로 인기가 높아져서… 다가가기 힘든 분들이 됐다는 전설이…
2년 후 3기를 방송할 때 다시금 ‘결의’와 ‘justice’를 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도 현업 쪽에서는 권리를 풀기가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와서… 이 2곡 역시 풀버전을 공개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잠들어있게 됩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2011년. 보직이 바뀐 제가 일본 협력사 들에 인사차 출장을 갔다가 나루토 질풍전 담당자를 만나게 됩니다. 같이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지나가는 수준으로 주제가 관련한 것에 문의를 했는데, 담당자로부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게 됩니다. 그냥 아쉬움에 한번 물어봤던 것인데 갑자기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일본에서 직접 듣게 되자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후 주제가 관련 권리를 풀어보기 위해 계속 협의를 이어갔고… 담당자 말대로 무려 1년여가 경과한 2012년에야 허가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오래 걸리고 복잡한 것이었기에 지금은 퇴사한 당시 현업 담당자가 난색을 표했을 것이라고 이해가 되는 한편, 솔직히 열정적으로 조금 더 노력해주었다면 일찍 풀릴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큰 산을 넘었지만 다시 산이 있었습니다. 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소속사와의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주제가 가창 계약 당시 계약서 조항으로 음원으로는 발매하지 않는다고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부속 합의서를 작성해 음원 발매 시 서로간의 권리와 이익 발생 시 분배 규정을 정해야 했습니다. 헌데 부속 합의서보다 더 큰 난항은… 이제는 아시아의 스타가 된 카라 소속사의 의향(!)이었습니다. 딱히 음원 발매에 반대할 이유는 없었으나… 카라 활동 스케줄 및 작년부터 불거져 나온 재계약 문제 등으로 인해, 때늦고 뜬금없는 예전 OST(…그것도 애니메이션 주제가!)발매는 분명 탐탁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그러다 보니 확실하게 의사 결정을 못하고 계속 시간이 흐르게 됩니다. 이러다 다시 1년 여가 소요되고, 마침내 13년 가을 카라의 국내 활동을 마무리한 뒤에 발매하자는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10월 28일… 수년을 제 컴퓨터 안 폴더에 묻혀있던 나루토 질풍전 투니버스 오리지널 주제가 4곡이, 정식 음원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됩니다.
아직도 제 컴퓨터 폴더 안에는 여러 주제가들이 잠들어있습니다. 방송을 통해 TV버전으로 반만 소개된 오리지널 주제가들의 풀버전들이 MR과 함께 곤히 잠들어있죠. 드래곤볼Z 주제가,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주제가, 레터비 주제가, 블리치 2기 주제가 등입니다. 현재로선 공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막막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공개 주제가 모음 형태로 한꺼번에 세상에 선보였으면 하는 바램이 굴뚝같습니다.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정말로 저 혼자 듣기엔 너무나 아까운 곡들이라서요. 많은 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날을 다시 한번 꿈꾸어보겠습니다.
덧글
팬분들도 카라가 이런 노래도 가능해라며 좋아한 숨은 명곡이죠.
저기엔 언급되지 않은 곡이지만 슈가슈가룬의 여는 노래라던지
애니도 팽당하면서 완전히 듣기 힘들어진 메이저 주제가인 마리서사의
내가 세상과 싸울때같이 정말 좋은 곡들이 빛을 발휘못한다는건 안타까워요.
외람된 얘기지만 '트윈 스피카'가 재정발 되면서 모사이트 리플란에서
"나의 순간에서 영원까지 변치 않은 약속의 별" 같이 가사로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데 좀 오버해서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는 그 작품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또 많은 사람들에게 그 작품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방송국들이 애니 주제가 따위야란 마인드로
원곡에 자막형태로 대강대강 하는 동안 투니버스는 참 좋은 곡을 많이 만들었죠~
지금은 투니버스가 아동용 채널로 전환되면서 신작 애니의 편성도 줄고
또 원제작사와의 협의로 인해 자체제작도 힘들게 되었지만 수많은 명곡들을
만들어준 투니버스에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CD의 감동을 느낄수 없는건 아쉽지만 질풍전 주제가는 정말 돈주고 사서 듣는
보람이 있어요.
미공개 주제가 모음은 좋은 떡밥이네요. 개인적으론 'WE 4'라는 형태로 나왔으면^^;
나루토 질풍전 늦은시간하지만 꼭꼭챙겨보고있답니다
찾아뵙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번 질풍전 5기에선 투니버스내에서도 좀 처음인거 같은데
브로큰 발렌타인의 'Get Your Gun'이 타이업되고 일본판곡인 'Cascade'가 처음으로
번안이 되더군요. 후자는 둘째치고 첫번째는 여는 노래 영상때 가사가 안나오던데
타이업 형태로 노래를 쓰게 되면 저작권때문에 가사를 기재하지 않는선에서
사용하게 되는 형식인건가요?
팀이 불렀던 유년시대는 어찌 되었는지..
3집에 없던게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