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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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메신저의 반가운 행보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163)

 지난 2월 13일, 국내 애니메이션 관련 7개 단체, 연합이 함께 하는 한국애니메이션 발전 연대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애니메이션사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국회도서관 쪽으로 자리를 옮겨 공청회가 진행됐습니다. 이 공청회에 참석했었는데 주제였던 애니메이션 사업 육성법안 관련한 내용 외에 인상 깊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마지막 질의 응답 시간에 방청석에 질문 기회가 주어지자 몇몇 젊은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고 질문하던 광경입니다. 그 질문들의 내용은 유아, 어린이 타겟의 애니메이션만 만들지 말고 청소년 이상 타겟의 우리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관계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서 찾아온 이들이 많았고 대부분 애니메이션 팬들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원을 촉구하는 제작자들에게 팬들은 우리 애니메이션의 다양화를 요구한 셈이었습니다.

 뽀로로의 대성공 이후 우리 애니메이션의 기획, 제작이 유아용에 확 쏠린 것은 사실입니다. 분명 기형적이라 할만큼 쏠림 현상이 심합니다. 그리고 그 현상으로 인해 국내 유아애니메이션 시장이 레드 오션이 되었고, 이는 각 제작사들의 수익 저하로 이어집니다. 뽀로로처럼 성공하고자 많은 이들이 몰렸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 거죠. 하지만 그렇게 몰린 또 하나의 이유는 국내에서 청소년 이상 타겟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는 사업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너무 적기 때문일 겁니다. 캐릭터 라이센싱 시장은 갈수록 타겟이 낮아지고 있고, 청소년 이상 타겟이면 완구를 메인 사업으로 넣기도 힘듭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청소년 이상 타겟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26편을 제작하려 한다면 아마도 투자유치가 힘들어 제작에 들어가지도 못할 확률이 큽니다. 이런 차가운 현실 앞에서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5월 22일 개봉을 앞둔 ‘고스트 메신저’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꽤 오래 전부터 ‘고스트 메신저’의 이름을 들어왔을 것입니다. TV시리즈도 극장용도 아닌, OVA로 제 1화가 소개된 작품이니까요. DVD구매 시장이 있는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OVA가 있어왔지만, 우리나라에서 DVD(비디오) 판매를 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죠. 그리고 작품의 내용이 청소년 이상 타겟을 만족시킬만한 한국형 판타지라면 더욱 희소성이 높아집니다. 고스트 메신저는 한국의 전통적인 저승세계관과 령의 디지털화라는 기술을 조화시켜 높은 타겟도 만족할 만한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디자인의 매력, 그리고 뛰어난 영상연출까지 더해져 애니메이션 팬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기본이 되어있다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미 이 사실은 증명이 되었죠. 파일럿 영상부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OVA 1화 DVD가 1만장 이상이 팔리는 실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열악한 국내 DVD시장에서 이러한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OVA 2화가 나오기를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죠. 헌데 2화 제작이 길어지면서 환경의 변화가 생깁니다. 최근 3~4년 사이 DVD시장은 더더욱 축소되었고, IP VOD 시장이 열립니다. 소장을 하는 문화가 사라지는 대신 편하게 찾아보는 문화가 커지고 있는 거죠. 아마도 이 분위기에서 DVD를 출시하는 것은 예전보다 더욱 리스크가 큽니다. 이에 극장개봉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스트 메신저의 이번 극장 개봉은 상당히 훌륭한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OVA 1화 DVD 발매 이후 3년 넘게 시간이 지난 상황이라 연속성을 가져가기 힘듭니다.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도 존재감이 약해졌을 것이고요. 이때 1화와 2화를 묶어 극장 개봉을 진행하면서 기존의 팬들에 색다르게 어필함과 동시에 예전에 관심만 보였던 이들, 혹은 고스트 메신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이들까지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개봉 이후 IP VOD를 전개할 때도 극장 개봉을 거치게 되면 홍보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극장가에서 접하기 힘든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아집니다. 이렇기에 마케팅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선택을 했다 봅니다. 하지만 극장 개봉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약점도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가 완결된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화 DVD를 소장할 정도로 ‘고스트 메신저’ 프로젝트를 잘 알고 계신 분이라면 당연히 그 사정을 이해하겠지만, 이번 개봉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은 관람 이후 불만을 토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홍보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의 경우는 누구보다도 빨리 ‘고스트 메신저’ 극장판을 감상했습니다. 지난 5월 8일에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서요. 그리고 사전 정보가 있었기에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아도 충격(?!)없이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완결이 아님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장점이 많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앞서 말했듯 청소년 이상 타겟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세계관에 이어, 각 캐릭터의 성격이 확실하고 매력적입니다. 특히 전문 성우들이 성심을 다해 연기한 탓에 캐릭터에 몰두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구봉회 감독의 연출력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매우 감각적인 오프닝 타이틀은 아웃사이더의 음악과 함께 자랑할 만한 수준을 보여줍니다. 격투 장면도 국산 애니메이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퀄리티입니다. 2D 기반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캐릭터와 배경에 3D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합성 또한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결과물이 100% 순수 국내 제작이라는 것은 정말 많은 점수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 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을 표방하고 있어도 속을 보면 외국 스태프들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창작 애니메이션은 국내 스태프만 참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작품인데 정작 우리가 주변인 것 같은 아쉬움이 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고스트 메신저는 여타의 공동제작 작품에 비해 확실히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포스트 제작을 보면… 일단 전문 성우들의 참여로 연기력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아쉬운 점은 ‘사운드’입니다. DVD로 선보였던 앞부분은 사운드가 약합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극장용 믹싱이 아닙니다. 그에 비해 극장을 통해 처음 소개되는 뒷부분의 경우는 극장을 염두에 둔 믹싱을 진행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과의 톤을 유지해야 하기에 덩달아 사운드가 약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완결이 아닌 것과 더불어 관객들이 가장 아쉽게 생각할 부분이 믹싱 사운드가 아닐까 예상해봅니다.

 아직 개봉 전이기에 결과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극장개봉과 이어지는 IP VOD 서비스를 통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제작사인 스튜디오 애니멀은 외주제작을 하고, OVA에 도전하고, 이번엔 극장 개봉에 이르는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 행보가 계속 이어져 ‘고스트 메신저’가 완결하는 그 날을 그려봅니다.

*P.S. - 6월21일 현재 23,588명이 극장에서 고스트메신저를 관람했습니다. IP VOD로는 극장동시개봉 서비스가 진행 중이고 나름 애니메이션 팬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덧글

  • 캐백수포도 2014/06/22 20:57 # 답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매우 칭찬받을 일입니다만, 역시나 브랜드 명성도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결되지 않는 스토리로 극장 개봉은 그래도 아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어느정도 예상된 리스크겠지만 어쨌거나 손기점은 넘기지 못했고, 이후엔 VOD와 한정판 구성 DVD의 판매량일텐데 이것들이 탄력을 받기 위한 시기가 지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리즈물은 말씀하신대로 연속성이 매우 중요한 것이고 이 연속성 자체가 가장 중요한 팬들의 관심의 상징 중 하나인 2차 창작물의 활발한 창작으로 이어진다고 보거든요. EBS 세미가 그러한 것처럼 신규 콘텐츠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연속적이지 않은 콘텐츠의 공급은 결국 팬들의 관심의 소멸과 함께 쇠퇴라는 결말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고메가 이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서 투니버스나 애니플러스와 같은 방송사와 연계해서 작화 퀄리티의 저하와 분량을 1쿨로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수주 동안의 연속성을 노리기 위해(부가적으로 VOD수익도 노리면서) TVA로 가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하는 중입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흔하게 TVA가 묻히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거기는 내수용으로 나오는 것들이 많으니까 그런 거고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내수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공략한다면 마케팅도 좀 더 괜찮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나름 관심을 끌고 적지 않은 관객이 봤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고메가 또 다시 '공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면 이 전략은 조금 아쉬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무디 2014/06/23 18:00 #

    말씀 감사합니다. 방송사와 연계하는 방법...이 나름 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럴 경우 제작사가 품어왔던 작품성과 독립성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시도하고 있으니, 부디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 ㅇㅇ 2014/06/22 22:13 # 삭제 답글

    다양한 연령대의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빨리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쿨럭
  • 무디 2014/06/23 18:01 #

    네, 저도 많이 바라는 바입니다.
  • ghost 2014/06/23 09:21 # 삭제 답글

    보러 갑니다~.
  • 무디 2014/06/23 18:01 #

    즐감하시길~! ^^
  • ㅇㅇ 2014/06/24 06:34 # 삭제 답글

    이게 그 90년대에 애니메이션 지원산업 망하고 난 이후로 유아가 아닌 청소년을 맞춘 애니라면서요..

    한번 보러 가야겠어요
  • 무디 2014/06/24 11:36 #

    청소년...일 수도 있지만 애니메이션팬을 타겟으로 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 2014/07/01 02: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01 22: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7/11 15: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7/11 12: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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