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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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와 마케팅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164)

 얼마 전 일본 TCG카드사의 사장 일행과 미팅을 했습니다. 나름 일본 굴지의 TCG게임사 사장답게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마케팅에 대한 마인드에서 전문성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 게임사 사장이 성우를 연계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바꾸었습니다. 자신은 애니메이션 목소리 주인공 성우를 이용한 마케팅도 상당히 중시한다고 하면서 예전 경험담을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때인가, 자신이 정말 좋아하던 캐릭터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의 상상과 달리 나이가 많은 성우의 실제 모습을 보고 많이 실망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데, 자신이 사장이 된 뒤에는 성우 프러덕션까지 차려서 전속성우를 선발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송국 공채 위주의 국내와는 다른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리고 보여주는 소개책자에는 상당히 외모가 뛰어난 성우들의 사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성우를 외모로 선발한 것이냐?’라고 물어볼 정도로요. 여하튼 어릴 적 경험(?!)을 살려 캐릭터와 성우의 외모를 어느 정도 동일 선에서 유지하고 이를 통한 마케팅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곧이어 한국에는 어떤 스타성우가 있느냐는 질문이 왔습니다. 나름 이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통역을 통해 일본인에게 현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일단 일본처럼 성우의 인기가 높지 않다. 비유하자면 일본의 성우는 아이돌에 가깝고, 한국의 성우는 연극배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답해줬습니다. 이러한 비유에 반론이 있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양국의 성우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에는 상당히 근접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국내에도 인지도와 인기가 있는 성우 분들이 있습니다만, 이 분들의 공통점은 성우이지만 목소리 연기보다는 다른 분야, 노래나 드라마, 영화에서의 연기를 통해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죠. 서유리 양처럼 예능을 통해 인기가 올라간 경우도 있습니다. 올 초 겨울왕국의 인기에 힘입어 더빙에 참여한 성우들이 조명을 받기도 했지만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요즘의 분위기는 성우가 성우로서가 아닌 다른 역할을 통해 소위 말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역으로 ‘성우라는 것’이 화제가 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늘 매체를 통해 목소리를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성우이지만 그 인지도는 직접 찾아가야 확인할 수 있는 무대 위의 연극배우들과 유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전부터 성우의 인지도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쓴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성우의 활동범위는 넓어져가는데 반대로 인지도는 반비례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케이블 애니메이션 채널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라디오, 외화에 이어 애니메이션이 성우를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TV에서 애니메이션 자체의 인기가 하락세이고, 이를 대체할 만한 성우의 대표 활동이 부각되지 않았죠. 사실 성우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불과 얼마 전만해도 성우의 독점 영역이었던 것에 다른 연예인들의 참여가 활성화되면서 체감적으로는 성우의 영역이 축소되어 보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한 성우의 인기는 지상파에서 애니메이션 시청률이 10%이상을 기록할 때 두각을 보인 최덕희, 강수진 성우로부터 시작해 달빛천사의 이용신 성우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일본 카드사 사장이 제안한 성우를 활용한 마케팅에는 부정적인 답을 전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성우를 통한 애니메이션 마케팅이 불가능하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도 성우가 인기를 누렸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아직 향수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니 완전히 무에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아직 성우를 직업으로 동경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인기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성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겨울왕국의 성공 이후 이어진 애니메이션 개봉 때는 실제로 전문 성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현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트렌드로 이끌어간다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물론 계기라는 것이 확실히 어떤 것일지는 지나봐야 아는 일입니다. 일단 지금까지의 경험들을 토대로 생각해본다면 드라마, 영화,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성우 개인의 인지도와 인기를 높이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지도가 높아진 성우들을 활용하는 것은 당장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성우를 활용한 마케팅을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일단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쪽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 서유리 양 정도가 조건에 맞는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젊은 성우 층에서 다른 분야를 넘나들며 인지도를 높이는 사례가 더욱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예전과 달리 요즈음의 젊은 성우들은 자신을 알리는데 주저함이 없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존 성우 분들도 팬미팅, 성우공연 등을 통해 팬을 관리하고 폭을 넓히려는 행보를 시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당장의 파급력은 크지 않겠지만 이후 계기를 만나게 될 경우 인지도 확산의 베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서 ‘성우’ 자체로의 외부 활동 또한 눈 여겨 봐야 할 움직임이라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성우들이 다른 분야의 활동과 성우 자체로서의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여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이 오고 나서 필요한 것은 그 성우가 주인인 콘텐츠의 성공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겨울왕국처럼 외국 작품이 아닌 국내 창작으로요. 애니메이션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마도 성우를 통한, 다시 말해 성우가 주인 콘텐츠를, 출연 성우를 활용해 마케팅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이라 봅니다. 이전까지 나름 인지도가 있는 성우를 활용한 마케팅이 간간히 시도되긴 했지만 아직껏 흥행성공으로 이어진 사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공사례가 없기에 지금껏 성우를 활용한 마케팅은 아주 간간히 잊을 만하면 시도되는 일회성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그 성공사례가 기왕이면 국내 창작 TV애니메이션에서 나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1차 성공 이후 후속 시리즈가 이어지고, 게임으로의 사업 확장, 뒤이어 극장판으로의 스핀오프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확장을 지속적인 성공으로 만들기 위한 마케팅 계획에 출연 성우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으면 합니다. 그 순간이 온다면 정말 야무지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대비하고 있으니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덧글

  • 하늘의꿈 2014/07/18 17:46 # 답글

    좋은글 잘봤습니다 저도 국내 성우시장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무디 2014/07/21 16:24 #

    감사합니다!
  • 캐백수포도 2014/07/18 21:11 # 답글

    일본이 성우 마케팅을 함에 있어서 활성화된 시장인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한국에서 성우 마케팅을 하려면 애니메이션보다 활성화된 게임쪽을 파야할 것 같긴 합니다.
    확실히 그런 점에선 서유리 씨가 확실히 게임을 통해 인지도를 올린 성공적인 사례겠네요. 라이엇이 한국에서 LOL 관련 행사나 마케팅을 벌인다고 서유리 씨를 활용한다거나 그런 건 없으니 일본이 생각하는 그런 마케팅 활용과는 조금 다른 부분입니다만, 개인 경쟁력이 조금 높아진 건 사실이니까요.

    음... 본부장님의 의도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에서 많이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연계 웹라디오를 투니버스가 창작 애니메이션에 적용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조금 하다가 말았던 걸로 아는데, 이전에 했던 것이 수입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성을 빌렸기에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도 좀 있어서 흐지부지가 됐다면 창작 애니메이션은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조건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럴 경우 웹라디오 콘텐츠 확보를 위해선 애니메이션 방영텀을 좀 느리게 잡아야 한다는 점이 있겠지만요.

    어쩄든 본부장님께서 내부적으로 열심히 생각하고 계시니 팬으로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무디 2014/07/21 16:27 #

    지금 투니랜드 모바일에서는 놓지마 정신줄 캐릭터를 활용한 '주리와 정신이의 연애 정신차려'라는
    라디오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침 카테고리명도 '투니라디오' 에요. ^^
  • 캐백수포도 2014/07/21 18:15 #

    말씀듣고 한 번 들어봤습니다. 확실히 창작이다보니 자유성에서 괜찮더군요.
    다만 라디오 진행 중에 가끔씩 캐릭터성을 뺀 성우분의 실제 목소리로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으로 '성우' 자체가 좀 더 인지도를 쌓을 수 있을 것 같네요.
  • 나래이터 2014/07/19 00:16 # 답글

    성우의 흥행요건과 국산컨테츠의 필요성 부분에 정말 격하게 동감합니다. 또한 이런 의식들이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너무 기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 무디 2014/07/21 16:27 #

    격려 감사합니다.
  • GaRaM 2014/07/19 06:14 # 답글

    이번 글 역시 백번 천번 공감합니다. 결국 한국 콘텐츠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좀 더 적극적인 성우 마케팅을 위해서도 창작 콘텐츠의 부흥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입니다.

    저도 제 소설 '원더가디언'을 창작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고 투니 더빙작에도 참여(주제곡 개사)해서 한국 콘텐츠 업계와 성우계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 무디 2014/07/21 16:27 #

    말씀 감사합니다.
  • 로자노프 2014/07/19 23:22 # 답글

    칼럼의 전체적 내용에도 동감이 가고 캐백수포도님의 덧글 역시 옳습니다. 다 옳은 말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기본적인 소통을 좀 더 활발히 하는건 어떨까 싶군요.

    개인적으로 정도전 팬이라 정도전 관련 자료들을 여기저기서 검색하던 중 성우 갤러리에서 어떤 글을 봤었습니다. 그 글의 내용은 "옆동네 정도전 갤러리는 제작진들하고 출연진들이 허구한날 인증하고 덧글 달고 그러는데 우리도 이랬으면 좋겠다."였습니다. 실제로 정도전 갤러리는 강병택 PD부터 임호, 이광기 등의 주요 출연진들이 모조리 인증 최소 한 번은 때리고 갔고,(종방 이후지만 조재현까지 인증 때렸습니다.) 거의 꾸준하게 방문하며 글 쓰고 덧글 달던 제작진이나 출연진들도 있었습니다. 나중엔 해피투게더에서 우회적이지만고맙다며 정도전 갤러리를 언급하기도 했고요.

    뭐 여기서 개인적인 사견입니다만 정도전의 인기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팬과 제작진, 출연진들간 상호 소통이 활발했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소통을 늘리는 것도 방법으로 보입니다. 뭐 이건 어디까지나 조금 상황이 낫고 더군다나 정도전으로 인한 충격도 제대로 갔던 사극분야쪽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성우 본인들이 영상 매체 출연도 늘리고 팬들과의 소통도 훨씬 강화하는게 어떨까 싶네요. 현재로써 성우 본연의 임무로 유명한건 사실상 겨울왕국의 소연이나 강수진 정도니(박지윤의 경우 아버지가 고 박용식이라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박용식 이 분은 누구 전문 배우에다가 생전에 KBS 대하드라마 등 사극에서 엄청 자주 출연하신 분이라)
  • 무디 2014/07/21 16:28 #

    기본적인 소통에 대한 말씀 저도 공감합니다.
    좀 더 멍석을 깔아놓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습니다.
  • 지방남자 2014/07/21 17:30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무디님.
    방송관련 일 때문에 이렇게 글씁니다.
    투니버스 홈페이지에 글을 기재하는것보다

    전화통화나 이메일이 더 빠를것같아 개인 블로그에 글을납김니다.

    oistone@hanmail.net 로 전화번호 연락처 혹은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주실수 있습니까?
    부탁드립니다.애니메이션 음반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 캐백수포도 2014/07/21 18:12 #

    이런 건 http://www.tooniland.com/common/html/contentAndCharacter.jsp 에 있는 연락처 중 한 곳에 문의해보셔야할 듯 싶네요.
  • 2014/07/29 17: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8/04 14: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네오 2014/08/15 01:11 # 답글

    그 놈의 인식 때문에..
  • 무디 2014/08/21 14: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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