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169)
예전에 모 프로그램에서 인기MC 이경규 씨가 포켓몬스터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어린이었던 자신의 딸이 팬인 까닭에 자신도 포켓몬스터를 많이 보았다고 하며 직접 주인공 캐릭터인 ‘피카츄’의 이름을 대기도 했었죠. 또한 당시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수많은 몬스터 들의 이름을 어린아이들이 줄줄 외우자 새삼 어린이들의 학습능력과 함께 포켓몬스터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넘쳐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지만 포켓몬스터는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올해 방송된 새 시리즈는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었고 이런저런 오프라인 이벤트에도 관람객들이 모여듭니다. 참으로 대단한 장수 애니메이션이요, 장수 캐릭터라 할 수 있죠. 헌데 작년 말부터 일본에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던 거죠. 한때 디지몬이 포켓몬에 근접한 적이 있지만 그 아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생명력에 있어서도 비교하기 힘들고요. 그런데 ‘요괴워치’라는 신작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포켓몬의 인기를 넘어서는 작품이 나온다면 그게 ‘요괴워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요.
얼마 전 국내 언론에 난데없이(?!) 일본에서의 요괴워치 열풍 관련한 기사가 도배를 했습니다.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랜 시간 꾸준히 남아있기도 했고요. 투니버스에서 방송을 시작하긴 했지만 첫 방송 후 2주 지난 뒤 국내도 아닌 일본 열풍을 다루고 있어서 무언가 박자가 어긋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여하튼 덕분에… 국내에도 ‘요괴워치’라는 작품 이름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일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올해 1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요괴워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일본방송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일본 지상파에서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관련 상품이 나오는 족족 판매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이들이라면 정말 부럽기 그지없는 결과였죠. 이 정보를 접한 국내 애니메이션 채널들은 요괴워치 판권을 가져오기 위한 유례없는 경쟁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유례없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과열 분위기가 있었지만 결과는 저에게는 다행히도 투니버스로 요괴워치 한국 판권이 오게 됐습니다. 현재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본방송을, 그리고 그 외 여러 시간대에 재방송되면서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
일본에서의 선풍적인 인기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된 사례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깝지만 미묘하게 다른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또한 일본에서보다 국내에서 더 인기가 높았던 작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개구리중사 케로로’ 입니다. 일본에서도 분명 인기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더 인기가 높았죠. 관련 사업을 보더라도 온라인 게임까지 나온 국내의 성과가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렇기에 요괴워치의 국내 성공을 시작단계인 지금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아마도 내년 어린이날까지 방송의 추이와 관련 상품들의 판매 현황 및 라이선싱 계약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로컬라이징을 통해 한국판으로 탄생한 요괴워치 애니메이션에 대한 장단점을 논하는 수준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괴워치의 국내 방영에 있어 단점을 먼저 꼽아본다면… 요괴의 설정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엔 요괴란 단어가 친숙하지 않습니다. 도깨비 정도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수준인데 그에 비해 일본은 그야말로 요괴 천국입니다. 투니버스에서도 방송된 요괴인간 타요마(원제 : 게게게노 기타로/(ゲゲゲの鬼太? ))의 경우 일본에서의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반응이 약했습니다. 일본색이 강하고 그에 따라 일본 정서가 듬뿍 담긴 요괴의 설정에 대한 일반의 적응이 약했기 때문이죠.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국내에도 맞는 것이었지만 다양하기 그지없는 일본의 요괴 설정은 쉽게 빠져들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요괴의 설정이 요괴워치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국내 방영에 있어 단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로컬라이징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고요. 그에 반해 장점을 꼽으면 요괴인간 타요마와 달리 요괴워치의 이야기 진행이 매우 경쾌하다는 것입니다. 타요마의 경우 ‘한’이 서린 이야기가 많아 일본 정서가 많이 부각되는 반면 요괴워치는 일상 생활 속에서의 작은 에피소드들을 매우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면서 요괴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그런 탓에 ‘요괴’란 명칭을 쓰고 있긴 하지만 포켓몬의 몬스터들에 오히려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에 따라 가까이 다가가기 훨씬 용이한 면이 있죠. 메인 요괴 캐릭터들의 경우도 귀여움과 유머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귀엽기 그지없는 지바냥, 코믹한 위스퍼 등은 어린이들이 친구 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전까지의 요괴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버리라고 할만합니다. 거기에 더해 매화 별도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 중간중간 시청하더라도 즐기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설정도 매우 쉽고 계속 반복 설명되고 있어 유아 층도 흡수가 가능한 최대의 장점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투니버스의 노하우가 듬뿍 담긴 우리말 녹음이 화룡점정을 찍지 않나 싶습니다. 주인공 캐릭터들의 목소리 연기 앙상블은 매우 훌륭합니다. 각 캐릭터에 최적화된 목소리 설정과 유연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속 시절부터 고주파 성우(?!)로 활약했던 김현지 성우의 지바냥, 코믹연기의 달인 급으로 올라서고 있는 홍범기 성우의 위스퍼는 그야말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방심하면 밋밋해질 수 있는 주인공 민호의 목소리를 맡은 박경혜 성우의 여유로운 연기에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까지 박경혜 성우의 남아 주인공은 힘과 열정으로 많이 표출되었는데 이번 민호의 설정은 너무도 여유롭고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분위기여서 모니터 시 누가 했는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이거 칭찬입니다. 분명 목소리 색으로 볼 때는 누군지 알겠는데 이전과 다른 연기 패턴을 보여 다른 사람으로 알만큼 변신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지요. 거기에 다른 성우들과의 조화도 어긋남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몰입도를 상승시킵니다. 방송 3주 만에 타겟 시청률 2%에 육박하는데는 성우들의 연기가 크게 이바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연 이 바람이 열풍으로 바뀔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은근히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일단 크리스마스 시즌의 결과를 기다려봅니다.
덧글
저는 일본판 게임으로 먼저 접했고, 유례없는 히트에 어리둥절했던 사람인데, 사실 요괴워치가 현지화 할 때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는 작품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바냥은 지바쿠료(지박령) + 냥코(고양이를 일컫는 말)의 합성인데 그런 이름들이 대부분의 요괴에 붙여져 있고, 이를 통해 개성을 파악하게 만들었죠. 덕분에 그 경계를 잡기가 힘들겠다 싶었는데, 역시 프로!! 결과물이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저도 관심이 있어서 주변에 아이들에게 모니터링을 하는데 보통 5~11살 정도 아이들이 반응이 좋았고, 그 이상 가면 약간 반응이 미묘해지는 것 같습니다(실제 방송을 보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요괴워치가 정식방영된다는 소릴 듣고 "과연 일본 요괴를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들이 국내에서 얼마나 먹힐 것인가"와 로컬라이징 명칭 등에서 조금은 걱정을 했었습니다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요괴워치 붐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더군요 ^^;
역시 투니버스표 명품 더빙이 인기에 한 몫을 했지 않나 생각합니다.
좋은성과가 나오게된 이유는 출연성우님과 담당 피디님의 노력이있기때문에 많은사랑을 받게된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작품들이 나오길.......
걱정도 했는데 요괴워치라는 복병이 생겨서 기쁩니다.
사실 요괴라는 설정때문에 저거 로컬라이징 망하면
심슨처럼 될텐데라는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 20년격은
못 속이는거 같아요. 괜찮은 로컬이 완전 먹여살려줘요.
성우진도 주연도 주연이지만 8기 신인들이 상당히
호연해줘서 많이 감탄하면서 보고 있네요.
다만 아쉬운건 옛날의 투니버스는 성우진 표기도
성의있게 세세하게 표기했는데 요괴워치는
새 요괴가 나와도 그런게 없더라구요.
이런 점이랑 현지에선 홍백가합전 출전썰까지
돌 정도로 파급있던 엔딩이 나가리 됐던데
이건 헌티드 정션처럼 저작권 문제도 있을테니
주제가가 자존심인 투니버스로써도 아쉬울듯..
그러고보니 투니버스 새 창작 애니도 이런쪽이라고
들었던거 같은데 제발 요괴워치를 뛰어넘는 파급력을
몰아왔으면 좋겠네요.
많이 사랑해주세요
학교괴담, 괴담 레스토랑 이후로 투니버스에 호러 애니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장르까지 너무 마음에 들어요 !!
무디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
더욱 개발해서 한국 애니의 우수성을 알리는
힌축이 되었으면 합니다. ^^
충청도사투리로 초월번역되어서 놀랐습니다. 백멍이 이미지와 엄청 어울리고...
게다가 귀여웠어요ㅋㅋㅋ 제동생이랑 동생친구들도 막 따라하고 다니던데
그리고 한가지 또 궁금한것이 있었는데
23화에서... 로보냥의 그.... SM플레이 에피소드는... 한국판에서도 안잘리고 나오나요?
답을 못드리겠네요.
나루토도 그렇고 투니버스 더빙 실력은 다른 곳보다 최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이걸보고 아쉬운건 투니에서 더빙 잘해주던 원피스를 대원에 빼앗겨 투니판 원피스를 볼 수 없는게 한입니다. 혹시 요괴워치도 뺏기는거 아닐지 걱정도 되구요.
투니판 원피스는 이제 후속작 못나오고 완전 대원에 넘어간건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