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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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는 오세암 by 무디

비밀은 아닌 이야기... (44)

 2004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우리 애니메이션 ‘오세암’의 대상 수상! 2년 전 또 다른 우리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가 걸었던 그 흥행 실패의 수모와 안시 페스티벌 대상 수상이라는 영광의 길을 다시금 완벽하게 재현한 사건이었다. 마리이야기의 대상 수상 이후 2년 동안 변한 것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아쉬운 점은 작가주의 색채가 강했던 마리이야기에 비해 대중적인 흥행요소를 훨씬 많이 내포하고 있었던 오세암이 흥행실패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대상 수상 이후 아주 새삼스럽게 오세암 개봉 당시의 배급사들의 문제와 개봉관들의 변칙상영 사실들이 잠깐 부각되었다 이내 사라져버렸다. 혹시 이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 오세암을 평가할 때 작품성은 뛰어나지만(…안시 대상 수상은 변하지 않는 사실로 남을 테니…) ‘흥행성’이 부족한 애니메이션이라 할까 봐 염려될 지경이다.

 오세암의 흥행 실패는 배급 등 시스템의 문제와 사회 전반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무관심과 저급한 문화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이지만 개봉 직전과 직후, 각 언론의 ‘부족한 평가’도 작은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 중이다. 시사회를 접한 뒤 나온 언론의 감상 평에는 하나같이 흥행성에 대한 물음표를 포함하고 있었다. 내용 좋고 그림도 좋은데 흥행성이 없어보인다는 어찌 보면 상당히 무책임한 돌 던지기식 평가를 말이다.

 헌데 왜 그러한 평이 나왔는지 대략 짐작이 간다. 필자 또한 처음 시사회에서 오세암을 봤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후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가 다시 오세암을 보니 처음의 생각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렇다면 필자가 처음에 본 오세암과 두 번째 본 오세암이 설마 다른 작품? 하하.. 그것보다는 처음의 필자와 두 번째 볼 때의 필자가 다른 사람이었다. 처음의 필자는 그야말로 ‘흥행’이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 콱 박은 채 오세암을 바라보고 있던 이정호 프로듀서의 후배였고, 두 번째 관람 때의 필자는 아내와 딸과 함께 좋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보고자 극장을 찾은 평범한 아빠였다.

 그렇게 된 이유는? 필자는 이정호 프로듀서의 대학 후배이면서 투니버스 후배이기도 하다. 존경하는 선배가 독립을 해서 사활을 걸고 만든 애니메이션이 극장에 개봉되는 까닭에 누구보다도 더 오세암의 흥행성공을 바라면서 시사회장을 찾았던 것. 그러다 보니 재밌는 장면이 나와도 ‘여기서 관객들이 어느 정도 반응할 것인가? 현재 유행하는 유머와 비교할 때…’ 이런 식의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장면이 나와도 ‘저 정도의 그림이 어느 정도 호소력을 지닐까? 외국에서도 먹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줄여서 말하면 제대로 된 감상을 하고 있을 마음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째 관람 때는,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에 몰입했고, 그 때야 비로소 진정한 감동을 느끼며 오세암이 흥행성이 높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사회 때는 작품을 전체로 감상하지 못했다. 장면마다 분석하고 머리 굴리고 있으니 전체의 이야기 얼개가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

 예를 들어 오세암 중 어떤 코믹한 장면이 시사회 때는 재미가 없었는데 두 번째 관람할 때는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부분적으로만 본다면 코믹한 장면이 웬만한 코미디보다 못하고, 전체적인 색감 등이 모 애니메이션보다 못하고, 눈물이 돌게 하는 마지막 장면도 모 영화보다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오세암이라는 작품 전체를 하나로 보면서 바라보게 되면 그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너무나 잘 조화가 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풍경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과 색감 속에서 정감 있는 이야기를 따라 마음을 동화시켜가다 보면 코믹한 장면에선 큰 웃음을, 슬픈 장면에선 눈물을, 그리고 작품이 끝나면 이 애니메이션을 보기를 잘했다는, 극장에서 보는 시간과 수고와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극장을 나올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바로 오세암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두 번째 관람을 하고 나서야, 언론에서의 평가가 흥행에 성공하는 국산 애니메이션의 탄생을 바라는 마음에 가려 부분만 분석한 결과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세암이 안시에서 낭보를 전해온 지금!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고하고 싶다. 우리가 먼저 진정으로 우리 애니메이션을 사랑하자! 하루빨리 애니메이션의 ‘쉬리’가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은 안다. 하지만 그 마음에 묻혀 우리 애니메이션을 오히려 흥행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자. 그 또한 편견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극장에 올라가는 우리 애니메이션은 꼭 극장에 가서 관람하자! 욕을 해도 극장에서 보고 나서 욕을 해야 한다. 불법 경로로 접하고 욕을 하거나, 심지어 보지도 않고 남들 따라서 ‘우리 애니메이션이 그렇지 뭐…’하는 정말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행동은 하지 말자. 배급 시스템 등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도 물론 많다. 하지만 마냥 시스템만 탓하지 말자. 관객이 움직이면 시스템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얼마 전 안시에서 귀국한 이정호 프로듀서를 만났었다. 그 곳에서 느낀 점을 들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마리이야기와 오세암 등의 장편은 물론이고, 단편들도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했다. 수년 전, 투니버스가 라젠카를 해외시장에 소개했을 때, 외국의 반응은 그저 ‘건담’과 비슷한, 결국 ‘아류작’이 하나 나온 것으로 평가 절하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불과 몇 년 사이에 확실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셈이다. 특히 지금은 우리만의 ‘노하우’가 축적 되어가고 있는 시기이다. 이정호 프로듀서만 해도 라젠카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하얀 마음 백구’를 기획하여 작품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었고, 그 노하우를 발휘하여 극장용 애니메이션 ‘오세암’을 제작했다. 그리고 그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안시 페스티벌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지 않았는가? 이 외에도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국내의 제작자와 감독들이 계속 노하우를 축적해가고 있다.

 우리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해외에서 그 가치를 먼저 인정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우리의 애니메이션을 사심 없는 마음으로 대하고 사랑해야 한다. 좋은 작품들을 색안경을 끼고 외면하지 말자. 우리가 우리의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고 키워내야 더욱더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져 우리를 즐겁게 하고 감동하게 할 것이다.

 일단 올 여름 개봉되는 우리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백구에 이어 오세암을 만들며 한국적 애니메이션이라는 색채를 점점 공고히 해가고 있는 ‘마고 21’의 다음 행보에도 미리 관심을 가져본다. 지브리 스튜디오 부럽지 않은 우리의 제작사를 기대하며!



덧글

  • Dante 2005/09/30 02:55 # 삭제 답글

    오세암은 한국적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매우 큰 발판을 마련해 준 기념비적 작품입니다.
    그것만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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