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아닌 이야기... (56)
얼마 전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 Final’녹음을 끝냈다. 아직 방송은 한참 남았지만 현재 투니버스의 녹음스케줄을 고려해서 미리 녹음했다. TV시리즈와 OVA를 녹음하고 근 2년 만의 정글탐험이었다. 필자가 담당한 작품들 중 ‘엽기’코드 면에서 단연 첫손에 꼽히면서, 녹음하기 어렵기로도 당당히 첫손에 꼽히는 작품이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인지라 2년만의 만남에 그야말로 두근 반 긴장 반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녹음은 잘 마무리 됐다. 다른 녹음보다 거의 배로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녹음이지만, 끝나는 시간까지 작품에 취해 힘든 와중에도 다들 웃어가면서 진행했으니 말이다. 헌데 이번 ‘Final’의 경우는 전작과 목소리가 틀리는 캐릭터가 나오게 됐다. 내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고정 캐릭터를, 그것도 한 사람이 2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던 2명의 성우가 빠지게 되면서 무려 4명의 고정 캐릭터 목소리가 불가피하게 바뀌게 된 것이다.
내적인 사정은 모 전속성우가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성우 직업을 그만둔 것이고, 외적인 사정은 모 프리성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성우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이 일들에 대해 잠깐 견해를 밝히자면, 외적인 사정의 경우는 어차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서는 가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본다. 정치, 종교, 교육 심지어 가정을 구성하는 이들 사이에도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처하는 방법일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밝혀지고, 자격 박탈이라는 징계가 내려졌고, 필자가 속한 투니버스는 이 결정을 따름으로써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성우계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잠시 놀라고 분했을 성우 팬 들께서도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응원 부탁 드린다.
그리고 투니버스의 전속성우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간 것은 그 성우를 선발한 필자로서는 무척이나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성우’가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 기회를 스스로 버린 이에게 안타깝지 않을 수 없고, 그와 동시에 아깝게 탈락한 실력 있는 지망생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 사실이다. A가 아니라 B를 선발했다면, 혹시 B는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하지만, 어차피 성우도 ‘직업’이다. 개인은 직업을 선택할 권리와 그만둘 권리가 있고, 사회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수 차례 면담을 하며 말렸지만, 끝내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떠난 이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좀 설명이 길어지긴 했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이번 ‘정글~Final’은 시작 전부터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문제의 두 성우가 맡았던 4개의 캐릭터는, 기존 출연진 중 4명의 성우가 십시일반(?!) 정신으로 하나씩 맡게 했다. 다른 것보다 일단 이 엽기적인 시리즈를 같이 하고, 문제 성우들 연기를 곁에서 본 이들이 맡아주는 것이 심적인 면에서 부담이 덜했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 등장한 캐릭터엔 역시 새로운 성우를 투입해서 ‘정글~Final’만의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한 뒤 맞게 된 첫 녹음 시간! 녹음 전에 점검한 것은 4명 대타들의 준비상황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므로 그 전과 같은 느낌이 날리 없다. 절대로 없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필자지만, ‘책임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간절히 조금이라도 비슷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 그리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로… 다들 상당히 유사한 느낌으로 연기해주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모 성우에겐 전혀 닮지 않았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다른 성우’라는 조건에서는 만족할만하게 나왔다고 본다.
이로 인해 출발 전부터 구멍이 뚫린 상태였던 ‘정글~Final’호는 성공적으로 수리를 마치고 출항했다. 이후의 항해는 그야말로 여유만만일 수밖에 없다. 왜? 2년 전 TV시리즈를 준비할 때의 상황을 보자. 그 때는 투니버스 전속 5기 성우들이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전에 기껏해야 몇몇 작품에서 지나가는 배역들을 통해 몇 마디 대사를 한 것이 실전경험의 전부였다. 다른 의미로 보면 전속 5기 성우들에게 ‘정글~’이란 작품은 거의 처음으로 캐릭터 이름이 있는 고정배역을 맡게 된 잊을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신선함’을 위해 과감히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전속 성우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누구보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건 바로 책임자인 필자! 녹음 전 수 차례 사전 미팅을 통해 연기 리허설을 하고 지도를 해주며 작품을 이끌어갔다. 생각보다 잘할 때도 있었지만 아무리 많은 연습을 한다 해도 아직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실전에서 연기할 정도의 경력은 없는지라 때론 부족한 연기를 보이기도 했던 전속 출연진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 2년 동안 아마도 타 방송국 출신 웬만한 성우들은 거의 7-8년 경력은 돼야 할 수 있을 정도의 수많은 애니메이션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면서 그야말로 전문성우로 거듭난 것이 지금의 전속 성우들이다. 게다가 고정 캐릭터 중 그다지 비중이 없는 캐릭터를 담당하는 모모 성우들은 이미 장편 시리즈의 주인공까지 멀쩡하게 소화했으니 말 다했지 뭔가.
전속 성우뿐만 아니라 기존 출연진들도 마찬가지로 성장했다. 구루미 역의 여민정 씨나 웨다 역의 김선혜 씨는 2년 전, 바로 이 작품을 통해 주연급 성우로 막 주목을 받았던 신예 프리성우였다. 최근 미도리의 나날 등의 작품에서 주목 받고 있는 굽타 역의 정명준 씨도 두 사람과 동기생! 2년이 지나는 동안, 부득이하게 탈락한 이들도 있었지만 다른 모든 성우들이 급성장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신선함’으로 출발했던 작품이 2년 만에 ‘무게 있는 노련함’이 넘치는 작품으로 변해버렸다.
그야말로 전 출연진이 다 ‘선수’로만 구성된 것인데 그에 비해 작품이 이러한 발전된 내공을 소화하기에 좀 무리가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 길게 나오는 시리즈일수록 내용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가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기존의 캐릭터들의 비중이 점점 약해지게 마련! 그러다 보니 몇몇 기존 캐릭터의 담당 성우들은 너무나 적게 할당(?!)된 대사량으로 인해 발전한 자신의 내공을 미처 다 보여줄 수 없는 안타까운 사태가 ‘정글~Final’에서도 발생했다.
헌데 이런 안타까움을 넘어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Final’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정글~’시리즈는 이번이 끝이 아닌가 보다. ‘The end’가 아닌 ‘See you again’으로 마지막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다시 시작함을 암시하고 있다. 다시 2년쯤 후에 후속 편을 접하게 되면 5기 성우들도 모두 프리성우가 된 상태! 한편으론 더욱 성장한 성우들의 연기력에 웃음 질지도 모르지만, 늘어나는 성우료는??? 그 땐 PD를 확 바꿔버려?! ^^a;;;
얼마 전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 Final’녹음을 끝냈다. 아직 방송은 한참 남았지만 현재 투니버스의 녹음스케줄을 고려해서 미리 녹음했다. TV시리즈와 OVA를 녹음하고 근 2년 만의 정글탐험이었다. 필자가 담당한 작품들 중 ‘엽기’코드 면에서 단연 첫손에 꼽히면서, 녹음하기 어렵기로도 당당히 첫손에 꼽히는 작품이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인지라 2년만의 만남에 그야말로 두근 반 긴장 반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녹음은 잘 마무리 됐다. 다른 녹음보다 거의 배로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녹음이지만, 끝나는 시간까지 작품에 취해 힘든 와중에도 다들 웃어가면서 진행했으니 말이다. 헌데 이번 ‘Final’의 경우는 전작과 목소리가 틀리는 캐릭터가 나오게 됐다. 내외적인 사정으로 인해 고정 캐릭터를, 그것도 한 사람이 2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던 2명의 성우가 빠지게 되면서 무려 4명의 고정 캐릭터 목소리가 불가피하게 바뀌게 된 것이다.
내적인 사정은 모 전속성우가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성우 직업을 그만둔 것이고, 외적인 사정은 모 프리성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성우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이 일들에 대해 잠깐 견해를 밝히자면, 외적인 사정의 경우는 어차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서는 가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본다. 정치, 종교, 교육 심지어 가정을 구성하는 이들 사이에도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처하는 방법일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밝혀지고, 자격 박탈이라는 징계가 내려졌고, 필자가 속한 투니버스는 이 결정을 따름으로써 앞으로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성우계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잠시 놀라고 분했을 성우 팬 들께서도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응원 부탁 드린다.
그리고 투니버스의 전속성우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간 것은 그 성우를 선발한 필자로서는 무척이나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성우’가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 기회를 스스로 버린 이에게 안타깝지 않을 수 없고, 그와 동시에 아깝게 탈락한 실력 있는 지망생들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 사실이다. A가 아니라 B를 선발했다면, 혹시 B는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하지만, 어차피 성우도 ‘직업’이다. 개인은 직업을 선택할 권리와 그만둘 권리가 있고, 사회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수 차례 면담을 하며 말렸지만, 끝내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떠난 이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좀 설명이 길어지긴 했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이번 ‘정글~Final’은 시작 전부터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문제의 두 성우가 맡았던 4개의 캐릭터는, 기존 출연진 중 4명의 성우가 십시일반(?!) 정신으로 하나씩 맡게 했다. 다른 것보다 일단 이 엽기적인 시리즈를 같이 하고, 문제 성우들 연기를 곁에서 본 이들이 맡아주는 것이 심적인 면에서 부담이 덜했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 등장한 캐릭터엔 역시 새로운 성우를 투입해서 ‘정글~Final’만의 분위기를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한 뒤 맞게 된 첫 녹음 시간! 녹음 전에 점검한 것은 4명 대타들의 준비상황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므로 그 전과 같은 느낌이 날리 없다. 절대로 없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필자지만, ‘책임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간절히 조금이라도 비슷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 그리고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로… 다들 상당히 유사한 느낌으로 연기해주었다. 어쩌면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모 성우에겐 전혀 닮지 않았다고 놀리기도 했지만 ‘다른 성우’라는 조건에서는 만족할만하게 나왔다고 본다.
이로 인해 출발 전부터 구멍이 뚫린 상태였던 ‘정글~Final’호는 성공적으로 수리를 마치고 출항했다. 이후의 항해는 그야말로 여유만만일 수밖에 없다. 왜? 2년 전 TV시리즈를 준비할 때의 상황을 보자. 그 때는 투니버스 전속 5기 성우들이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전에 기껏해야 몇몇 작품에서 지나가는 배역들을 통해 몇 마디 대사를 한 것이 실전경험의 전부였다. 다른 의미로 보면 전속 5기 성우들에게 ‘정글~’이란 작품은 거의 처음으로 캐릭터 이름이 있는 고정배역을 맡게 된 잊을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신선함’을 위해 과감히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전속 성우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누구보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건 바로 책임자인 필자! 녹음 전 수 차례 사전 미팅을 통해 연기 리허설을 하고 지도를 해주며 작품을 이끌어갔다. 생각보다 잘할 때도 있었지만 아무리 많은 연습을 한다 해도 아직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실전에서 연기할 정도의 경력은 없는지라 때론 부족한 연기를 보이기도 했던 전속 출연진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 2년 동안 아마도 타 방송국 출신 웬만한 성우들은 거의 7-8년 경력은 돼야 할 수 있을 정도의 수많은 애니메이션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면서 그야말로 전문성우로 거듭난 것이 지금의 전속 성우들이다. 게다가 고정 캐릭터 중 그다지 비중이 없는 캐릭터를 담당하는 모모 성우들은 이미 장편 시리즈의 주인공까지 멀쩡하게 소화했으니 말 다했지 뭔가.
전속 성우뿐만 아니라 기존 출연진들도 마찬가지로 성장했다. 구루미 역의 여민정 씨나 웨다 역의 김선혜 씨는 2년 전, 바로 이 작품을 통해 주연급 성우로 막 주목을 받았던 신예 프리성우였다. 최근 미도리의 나날 등의 작품에서 주목 받고 있는 굽타 역의 정명준 씨도 두 사람과 동기생! 2년이 지나는 동안, 부득이하게 탈락한 이들도 있었지만 다른 모든 성우들이 급성장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신선함’으로 출발했던 작품이 2년 만에 ‘무게 있는 노련함’이 넘치는 작품으로 변해버렸다.
그야말로 전 출연진이 다 ‘선수’로만 구성된 것인데 그에 비해 작품이 이러한 발전된 내공을 소화하기에 좀 무리가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 길게 나오는 시리즈일수록 내용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가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기존의 캐릭터들의 비중이 점점 약해지게 마련! 그러다 보니 몇몇 기존 캐릭터의 담당 성우들은 너무나 적게 할당(?!)된 대사량으로 인해 발전한 자신의 내공을 미처 다 보여줄 수 없는 안타까운 사태가 ‘정글~Final’에서도 발생했다.
헌데 이런 안타까움을 넘어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Final’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정글~’시리즈는 이번이 끝이 아닌가 보다. ‘The end’가 아닌 ‘See you again’으로 마지막을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다시 시작함을 암시하고 있다. 다시 2년쯤 후에 후속 편을 접하게 되면 5기 성우들도 모두 프리성우가 된 상태! 한편으론 더욱 성장한 성우들의 연기력에 웃음 질지도 모르지만, 늘어나는 성우료는??? 그 땐 PD를 확 바꿔버려?! ^^a;;;




덧글
그러니 기대에 부응하는 그 모습 변하지 않기를 빕니다.
더빙에 관한 여러 내용 잘 보고 갑니다. 아직 다 읽으려면 멀었지만요..^^; 저는 작은 녹음실에 근무하고 있답니다..
만화책도 계속 나오고 있으니 아마 다음시리즈도 있을듯 합니다^^
그리고..빠지신 성우분들께는 어쩌면 죄송한 말씀인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눈치 못챘었습니다..-ㅁ-;;
2005/11/14 22:19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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